IMF출연금 비율에 따른 의결권 확대 가능성도 점쳐져 워싱턴=최우석 특파원 wschoi@chosun.com
입력 : 2008.11.17 06:10
15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빌딩뮤지엄에서 G20 국가 정상 과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질서를 좌우한 것은 선진국 모임 인 G7이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 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개도국들이 큰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제 권력의 대(大)이동."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 개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파워쉬프트'가 일어났다
그동안 선진국 모임인 G7이 세계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개도국들이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권력 이동을 의미하는 '파워 시프트'(power shift)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무역 투자 장벽 및 수출 제한 조치를 피하자는 목소리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 개도국의 경제력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 등이 공동선언문에 반영된 것은 신흥 개도국들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신흥 개도국 세계경제 비중 급증
이 밖에도 12개 주요 선진국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금융감독기구 수장, IMF, 세계은행 등을 포괄하는 기구인 금융안정포럼(FSF)에 신흥 개도국의 참여 확대 원칙도 마련됐다.
또 한국을 비롯한 신흥개도국들의 IMF 출연금 비율에 따른 의결권 확대 가능성도 전망된다. IMF의 이희수 이사는 "IMF 의결권이 확대되면 세계 금융 시장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 선진국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신흥 개도국 지도자들과 함께 국제금융위기 해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국제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외화보유국인 중국(GDP 3조2800억 달러)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비중을 높여온 한국(9698억 달러)과 브라질(1조3100억 달러), 인도(1조1700억 달러) 등 신흥 시장 국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G20, G7을 대체할까
제임스 울펀슨(Wolfensohn) 전(前)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선진국 모임인 G7 국가들이 그동안 전 세계 경제 활동의 65%를 차지하다가 현재는 52%로 떨어졌으며 2030년에는 37%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선진국 대부분이 내년에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100%를 개발도상국들이 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를 통해 선진국 모임인 G7이 선진·개도국 모임인 G20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경제 엔진이 신흥시장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브라질·인도 등을 빼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 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를 지원해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댈 수 있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뿐이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뭘 합의했나
G20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과 재무장관들은 이날 5시간에 걸쳐 진행된 본회담을 통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각국의 금융 감독당국간 공조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주요 합의 사항이다. 또 G20 정상들은 세계 경제의 하강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내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밖에도 이번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복잡한 금융 상품의 내용과 기업의 재무상황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차별화된 신용평가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통한 금리인하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요구한 국가를 초월한 국제 금융 감독 기구의 창설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