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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박명관 |2008.11.19 03:01
조회 53 |추천 0

 

 
꼬리를 흔들며

 

 

- 문정희(1947∼ )

 


 

 

비밀이지만 나의 엉덩이에 꼬리가 하나 생겼네

이렇게 고백하면 사람들은

당신도 이젠 기교가 제법 늘었다고

말하겠지만

엉덩이를 직접 보여드릴 수도 없고

안 보이는 것은 그냥 믿어주는 게 상책이지

결국 날개는 안 생기고 꼬리가 생겼네

나는 이 꼬리가 싫지 않네

은근히 한 번씩 건드려보기도 하지

날개는 위험하지만

꼬리는 잘 흔들면 출세도 한다지 않는가

꼬리라는 말이 우선 맘에 드네

꼬리 꼬리 하고 입술을 자꾸 오므렸다 펴면

매우 인간적인 재미에다

꼴찌나 밑바닥이 주는 안도감마저 있어

본질에 닿은 듯

패잔병의 흉터 같은

아니 귀여운 여우 같은 꼬리

사랑하는 이 앞에서 슬쩍 흔들면

이 꼬리 붙잡으며 제발 떠나지 마라

애원해 줄까

오, 비너스에게도 없는 꼬리

나에게 생겼네

이제 이 꼬리 흔들어 당신을 잡아볼까

 

 

 

 

 

 


성난 돼지감자

 

 

 

-원구식(1955~ )

 

 

 

나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먹는다. 먹으면 혀가 아리고,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운 돼지감자. 독을 품은 돼지감자.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감자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삶의 줄기에 독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 돼지감자야. 어디 한번 씹어 봐. 먹어, 먹으라니까. 그러나 나는 가짜 돼지감자. 독도 없으면서 있는 체 하는 가짜 돼지감자. 우리는 모두 가짜 돼지감자. 길들은, 교육받은, 그리하여 녹말이 다 빠진, 착한, 힘이 없는, 꽉꽉 씹히는, 그러나 성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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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감자의 일종. 독을 품고 있으며 먹으면 열이 나고 몸이 가렵다. 우리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먹는다. 돼지감자는 욕망 대상의 은유. 이 돼지감자를 먹은 우리는? 당연히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울 것. 이는 욕망 대상이 저항하는 의지와 불화의 은유. 그러면서 깨닫는다.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감자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삶의 줄기에 독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독 한 방울이 전체 술통을 물들이듯 육체와 영혼을 독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고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 돼지감자야. 어디 한번 씹어봐. 먹어. 먹으라니까!” 그러나, 우리는 녹말이 다 빠져 독도 없으면서 있는 체하는 가짜 돼지감자. 교육에 의해 길들여진 가짜 돼지감자. 교육의 최선은 남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일. 온전한 진실에 자신의 독을 헌신하는 일. 비록 야생이 거칠지라도 타인과 자신의 독 속으로 파고들어야 숭고함에 이르는 것. 따라서 소리가 없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다.

 

 

 

 

 

http://find.joins.com/search_result01.asp?sch_col=all&query=%5B%BD%C3%B0%A1+%C0%D6%B4%C2+%BE%C6%C4%A7%5D&x=19&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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