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 황세준ㆍ황성제ㆍ황찬희, '황프로젝트' 만들어 싱글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테이의 '사랑은…향기를 남기고'(황세준),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황성제), 김종국의 '한남자'(황찬희).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음악적인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세 유명 작곡가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국내 대중 음반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이들이 공동창작집단 '황프로젝트'를 만들고 객원 보컬 박효신을 기용해 싱글 음반 '웰컴 투 더 판타스틱 월드(Welcome To The Fantastic World)'를 25일 발표한다.
대중음악계에 입문한지 16년 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황세준(35), 이승환ㆍ신승훈과 음악작업을 하며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자랑한 10년 경력의 황성제(33),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1999년 듀오 '차니미니'로 음반도 발표했던 작곡 경력 8년의 황찬희(29)다. 모두 작곡, 건반, 기타 실력을 겸비했다.
"단지 성이 같아 뭉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같은 황씨여도 회덕, 창원, 평해 황씨로 다르죠. 하하. 저작권협회에서 이름 가나다 순으로 투표를 하는데 우리 셋은 황씨여서 매번 늦게까지 기다렸어요. 그때 '환경에 제약받지 말고 추구하는 음악을 해보자'는데 뜻을 모았죠."(황세준, 황성제)
음악에 대한 고집과 주관이 뚜렷한 세 작곡가가 만나니, 보이지 않는 신경전 탓에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한명씩 노래의 A, B, C 부분을 쓰면 되니 하루에 한곡은 거뜬히 쓸 줄 알았단다.

그러나 황세준은 밴드 음악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황성제는 마니아들이 환영할 비주류 음악, 베이비 페이스를 좋아했던 황찬희는 정통 팝 음악을 꿈꿨다.
"밤마다 모여 술도 마시고 지나간 과거와 상처를 얘기하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었어요.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6개월이 걸렸고 이제는 '찬희야, 너의 음악이 어떻더라'고 얘기해도 '형이 진심으로 조언하는구나'라고 느낄 정도는 되요."(황세준)
절충점을 찾은 이들의 음악 방향이 뚜렷해진 것은 박효신이 보컬로 영입되면서 부터다.
"트렌디한 음악 또는 박효신이 선보인 우는 발라드는 지양하기로 했어요. 유명한 가수를 데리고 장사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거든요. 비트있는 음악으로 결정했고 어쿠스틱한 면을 배재하기로 했죠. 성제가 MP(마스터 프로듀서)를 맡아 건반에 앉고 셋이 머리를 맞대로 멜로디를 만들었어요. 한 명씩 각자의 멜로디를 내놓는데, 마치 작곡 잼(Jam)을 하는 느낌이었죠."(황세준, 황찬희)
그 결과 탄생한 싱글 음반 타이틀곡은 '더 캐슬 오브 졸타(The Castle Of Zoltar)'. 황프로젝트의 일부 색깔만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 곡 설명을 부탁하자 세 멤버 모두 머리를 갸우뚱했다.
"유로 스타일의 하우스 록 클래식? 우리는 작업하다가 커피 마시고 오면 곡 스타일이 달라졌어요."(황세준)
"장르가 불분명해요. 비트는 하우스 비트이고 멜로디는 록 성향이 있고, 곡 중간 부분은 시부야 케이스타일, 하이브리드(Hybrid)겠네요."(황성제)
함께 한 작업을 통해 서로의 장점이 발현되는 것에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세준이 형은 감성적이면서도 논리적이에요. 외모와 음악이 일치하죠. 형의 음악은 편곡이 깔끔하고 후배들이 공부할 부분이 많아요. 또 성제 형은 제 또래들의 우상이죠. 편곡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예요."(황찬희)
황성제는 "테이의 '사랑은…향기를 남기고'와 BMK의 '꽃 피는 봄이 오면'을 듣고 작곡가들의 '레퍼런스(Reference)'라고 생각했는데 모두 세준이 형의 곡이었다"며 "또 나는 유명세 있는 가수들을 통해 노래가 히트했지만, 찬희는 주춤했던 김종국과 신인이던 윤하를 정상에 올려놓은 친구다. 얼굴도 꽃미남"이라고 칭찬했다.
세 작곡가가 모였으니 특정 장르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대중음악계에 대한 걱정도 빼놓지 않았다.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편협하고 편견이 많은 것 같아요. 대중들은 음반업계가 똑같은 노래만 찍어낸다고 하는데, 정작 다른 스타일의 곡은 찾아듣지를 않죠. 또 음반제작자들은 '요즘은 이런 곡이 대세'라며 시류에 영합한 곡을 주문해요. 닭과 달걀 중 어느게 먼저냐의 문제지요."(황성제)
황찬희는 "현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꿈은 있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길에 동참해 줄 이도 드물다. 그래서 황프로젝트는 우리가 꿈을 펼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황프로젝트가 일회성 작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에 네장의 음반을 내고 내년 가을에는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박효신 외에도 여러 뮤지션과 작업할거고요. 얼굴 잘 생기고 노래 잘하는 찬희를 보컬로 기용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황세준, 황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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