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사람이 좋아? 이상형이 누구야?
누군가가 물어보면 그녀는 참 어려운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까만색 폴라티가 잘 어울리는 남자.
말을 시작할 때면 입술이 쪼그만 해지는 남자.
눈가에 주름이 잘게잘게 쪼개지는 남자.
앞머리가 우수수 쏟아지는 남자.
스물이 훌쩍 넘어서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친구들은 자주 충고했죠.
너는 그 이상스러운 이상형부터 바꿔야한다고,
이젠 그만 그럼직한 현실형을 찾아보라고,
그럴 때면 그녀는 흔들리지도 않고 대답했습니다.
- 때가 되면 나타나겠지. 설마 이 세상에 그런 남자가 하나도 없겠어?
그녀가 스물여섯 해 만에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마침내 애인을 친구들에게 소개 시켰던 날.
친구들은 모두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 내 남자친구야.
그녀가 손을 잡고 나타난 남자.
그는 정말, 앞머리가 우수수 쏟아졌고,
말을 시작할 때면 입술이 쪼그만해졌으며,
눈가엔 주름이 잘 자리잡고 있었고, 까만색 폴라티를 입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이상형인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고,
단 한번에 운명적 상대를 찾아낸 걸 자랑스러워 했으며,
그래서 늘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길 기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첫사랑이었잖아요.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서툴렀던 탓,
헤어질까 너무 겁을 내서, 너무 그녀의 옆에만 묶어 두려고 해서,
그의 단 하나의 기쁨이 되고 싶어해서,
그를 피곤하게 만들어서, 의심이 늘어서,
점점 마녀가 되어가서, 그를 지치게 만들어서,
너무 자주 울어서, 질리게 만들어서,
그녀는 결국 많은 첫사랑들처럼 그와 헤어지게 됐습니다.
헤어짐을 당한 그녀.
친구들은 그녀를 위로하며 조심스럽게 말하길,
- 그래, 니 맘 다 이해해. 다시는 사랑 같은 거 하고 싶진 않을꺼야.
나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그런데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던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아주 여러번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대답했습니다.
- 26년을 기다려서 만났는데..
생각해보니깐 난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어.
그냥 기다리기만 했어. 여러번 사랑해 볼 껄.
아무나하고 막 사랑해 볼 껄, 그랬으면 좋았잖아.
나한테 많이 사랑하라 그러지. 아무나하고라도 사랑하라고 그러지.
난 그냥 아껴 놓는 게 사랑인 줄 알았잖아.
배운다고 배워지지 않는 것.
아낀다고 더 많아지지 않는 것.
그저 빠지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사랑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큰 댓가를 치르고 배우게 됩니다.
첫사랑은 그래서 힘든 거라고.
사랑을 말하다
-그림:Sandy skogl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