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생각했던 것들, 겪었던 것들을 배경으로
제가 직접 쓴, 연극 대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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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
Scene 1
(‘호구’라는 아이가 책상에 앉아 고민한다)
호구: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쩌지? 작년까지는 집에서 뒹굴면서 ‘나 홀로 집에’ 같은 영화 있는 대로 죄다 보면서 간신히 넘겼는데 요즘 들어 크리스마스에 하는 영화가 다 재미 없단 말이야(고개를 가로젓는다).’
(고개를 젖히고 기지개를 펴며) ‘게다가 둘 뿐인 친구들은 다 여자친구 있어서 걔들하고 놀 거고…’
‘기말고사도 다가오는데… 엄마는 딴 생각 말고 방에서 공부나 하라 그러고…
하..(깊이 한숨을 쉰다)
천사: (쭈뼛쭈뼛하게)‘호구야, 엄마 말씀 들어서 나쁠 거 한 개도 없어. 얼른 맘 잡고 공부해~!’
악마: (천사에게 창을 들이대며)‘무슨 소리! 수학의 방정식, 함수, 무리수, 이딴거 배워서 사는 데 써먹는거 봤어? 흥, 그런거 다 필요 없어. 인생은 즐기면 그만이야. 다 때려 치고 놀아!’
(천사와 악마가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 ‘호구의 (그만!)이라는 소리’에 다급히 퇴장한다)
(이윽고, 엄마가 들어오신다)
엄마: (의자 등에 기대어 눈을 감은 상태로 몸을 뒤로 젖히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아들을 보며) “왜, 벌써 지쳤냐? 졸려? 어떻게 그렇게 책만 보면 조니? 그래서 대학이나 가겠니? 응? 일어나! 일어나서 빨리 공부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대체 몇 시간 동안 뭘 하는지… 호구야! 빨리 일어나!”
호구: (귀찮은 듯 인상을 쓰며, 자세를 바로 잡고, 살짝 화가 나서) “아, 저 안 자요! 눈이 피곤해서 잠시 이러고 있는 거에요!”
엄마: (제대로 맘 먹고 잔소리 하듯) “야, 엄마 친구 딸은, 왜 다른 애들은 학원 다니는데, 자기는 안 보내주냐고~ 자기도 빨리 학원 보내 달라고~ 그렇~게 돈 없는 자기 엄마한테 졸라대는데, 넌 어떻게 된 게 가기 싫다고~ 가기 싫다고 그러니… 어떻게 같은 해에 같은 달에 태어난 애들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엄만 그 친구 딸 같은 애 데리고 사는 게 소원이다. 그리고 이 옆집에 너보다 나이 적은…”
(호구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며 이리 저리 옮겨 다니다가 잔소리를 들으며 함께 퇴장한다)
Scene 2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온 호구, 길가를 걷는다)
호구: (발을 괜히 질질 끌고 툭툭 차며) ‘아, 엄마. 기말고사 코앞인건 나도 알구요, 공부해야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비꼬듯)또 이 쪼~그만 땅에서 웃기게도 우열 가려놓은 제일 좋은 학교가 세계 50위 안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알죠. 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가) ‘그 누구보다 속 타는 건 저에요. 저라고 대학 안가고 싶겠어요? 다른 친구들 다 유명한, 아니,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 가고, 저 혼자 저~기 어디 시골 마을에 있는 건물 하나짜리 대학 가고 싶겠어요? (한숨 쉬며) 하… 안 되는 일 태산이구나… 내가 살아 온 지 어언 18년… 다들 이쯤 되면 첫 키스도 해 보고 연애도 할 나이인데… 나란 놈은 18년 동안 여자친구 하나 없으니…’
(쭈그리고 앉아 일이 안 풀리는 듯 행동을 보이다가 일어나 상상에 잠기고 커튼이 닫힌다)
Scene 3
(sound – 시장에서의 웅성대고 웃고, 흥정하는 소리)
(뒤쪽 배경으로 여러 상점이 즐비 한다. 서로 자기네 가게에 와서 사라고 흥정한다)
(호구는 한 여자친구와 그 길을 걸으며 이것 저것 구경한다.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한 1-2분쯤 지나면, 커튼이 닫힌다)
Scene 4
(‘Scene 2’의 마지막 장면과 동일한 상황)
호구: (몽상에서 깨어나 초점이 풀렸던 눈이 다시 초점을 찾고, 머리를 흔들며) ‘원래는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라고요! 내가 솔직히 못 생긴 것은 아니잖아? (청중에게 묻듯이) 안 그래요?’
(축 처진 상태로, 자연스레 퇴장할 때, 철호를 만난다)
철호: 어? 안녕! 호구야.
호구: 응, 안녕. 여기서 뭐하-?! (충격sound와 함께 철호와 혜수는 freeze, 호구에게만 조명이 비쳐진다. 혼자 무너지듯 생쇼한다)
‘아, 이 녀석. 참으로 착한 녀석. 그렇지 않아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벼랑으로 몰고 가는구나. 하하하…’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고, 조명 전체)
혜수: (철호에게 작은 목소리로) 아, 너 친구야?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 ㅋㅋ (호구에게 돌아서며, 발랄하게) 안녕?
호구: (부끄러워하면서도 분해서) 어, 으응, 안… 녕- (반대편으로 뛰쳐나가려다 창민과 마주침. 그 친구의 양 옆에 있는 여자 두 명을 보고,)
(다시 충격 sound, 또 호구에게만 조명, 이젠 좌절한다)
호구: (빌듯이) ‘아, 하느님, 제발 살려주세요!’
(커튼이 닫힌다)
Scene 5
(호구의 방. 호구가 책상에 앉아 또 고민하고 있다. 아빠께서 들어오신다)
아빠: (호구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공부 잘 하고 있어? 우리 아들?”
호구: (마지못해) “네…”
아빠: (가만히 호구 책상을 들여다 보다가, 아들이 풀던 시험지를 들어 보이며) “…야, 이거 다 틀렸잖아?!”
호구: (싫증 내며 종이를 빼앗고는) “아, 몰라요. 나가세요. 알아서 할 테니까.”
아빠: (잠깐 굳었다가, 표정이 풀리고, 위로하듯) “…녀석, 고민이 많구나. 아빠한테 털어봐라. 상담해줄게.”
호구: (머뭇거리다) “그게요… 있잖아요… …아, 아니요, 됐어요.”
아빠: (안쓰럽게, 안타깝게 쳐다보며) “언제든지 아빠한테 말하고 싶을 때 말하렴.”
(아빠의 퇴장과 동시에 커튼이 닫힌다)
Scene 6
(뒤의 배경에 있는 달력에 호구가 24일의 사흘 전부터 X표시를 쳐 나간다. 왼쪽에서 등장하여 하루 치고, 퇴장, 오른쪽에서 나와서 하루 치고 퇴장, 그리고 다시 왼쪽에서 나와서 23일에 X를 치고, 퇴장한다)
(처음에는 들 뜬 마음으로, 그 다음엔 침울한 마음으로, 마지막엔 울먹이며)
Scene 7
(sound – 멀리서 어렴풋이 성탄절 노래가 들리고…)
(호구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끄적거리며 공부를 한다. 이윽고, 책상 위의 핸드폰이 울린다)
(sound – ‘I’m so sorry but I love you 란 거짓-말…’)
(호구,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흥겹게 박자를 타다가 받는다)
호구: “여보세요?”
창민: “응, 난데, 너 내일 뭐할거야?”
호구: “…얌마, 너 지금 누구 놀리냐?”
창민: (킥킥 거리며) “응, 놀려. ㅋㅋㅋ… 할 일 없으면 성당이나 가 보던지.”
호구: (왜 그런 곳에 가냐는 듯) “아무리 크리스마스라지만, 거기 가서 뭐하냐? 거기 가느니 차라리 집에서 공부를 하겠다.”
창민: (깔보듯) “너 어차피 집에 있어도 공부 안 할 거 아냐? ㅋㅋ 아무튼 난 내일 예린이하고 영은이하고 데이트한다~ 너 대신 실~컷 놀아줄게! ㅋㅋ”
호구: “…”
창민: (계속 ‘킥킥’거리다가) “그럼, 빠~이~”
(sound – 전화기 끊어진 소리. 뚜, 뚜, 뚜)
(호구, 휴대폰을 닫고 엎드려 흐느낀다)
호구: (잠시 동안 흐느끼다가) ‘난 왜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게 없을까? 왜 이렇게 못 난 걸까? 왜 공부도 못하고 잘생기지도 못하면서 여자친구도 없는 걸까? 다들 한번씩 해 보는 데이트도 지금까지 못해보고. 부모님께서 그렇게 바라는, ‘적어도 반에서 꼴지는 면해보라’는 소원도 못 이뤄 드리고,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잠시 pause, 계속해서) 만약에, 만약에 내가 죽으면, 슬퍼해 줄 사람이나 있을까? 부모님? 우리 잘난 서울대 의대 나오신 누님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고 다니시는 그 분들이? (어이없다는 듯) 하! 말도 안돼. 누가…슬퍼해…’
(호구, 그대로 책상에 힘없이 기대어 잠이 든다. 커튼이 닫힌다)
Scene 7
(같은 배경, 호구에게 조명, 호구, 마지막 24일에 X표를 친다. 아직 한밤중)
(남아있는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듯)
Scene 8
(미사 드리는 장면. 한쪽에 조그마한 제대가 있고 그 뒤에 신부님과 복사단 두 명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손, 몇 명은 눈을 감고 있다. 청중 쪽에 호구와 그 부모님이 있다)
신부: (기도하듯) “[다음 구절 전 몇 마디 기도를 드리고] 우리 모두 서로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기쁘게 전합시다. 메리크리스마스!”
사람들: (서로에게, 돌아가며) “메리크리스마스!”
(미사 시작에 침울했던 호구의 표정은 점차 밝아진다. 커튼이 닫힌다)
Scene 9
(모두 산타클로스로부터 선물을 하나씩 받으며 퇴장한다)
(호구가 차례가 되자, 선물을 나눠주시던 산타 신부님, 그에게는 가장 큰 선물을 건네준다)
신부: (호구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작은 목소리로) “크리스마스는 서로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날이고, 축복받는 날이며, 기쁜 날이란다. (허리를 펴고 어깨를 살짝 두들기며) 밝게 웃거라. 메~리 크리스마스! 허허허!”
호구: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커튼이 닫힌다)
Scene 10
(호구, 자신이 받은 선물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혼자 길을 걷는다)
(반대편에서 부모님이 뛰쳐나온다. 호구, 살짝 놀란다)
엄마: (호구의 양 손을 맞잡으며, 미안하고 슬픈 표정으로) “호구야, 미안하다, 미안해. 이 엄마가 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밥 챙겨주고, 백화점에 일부러 들러서 몇 시간 동안 헤매다 네가 좋아할 것 같은 옷, 신발 겨우겨우 찾아 사고, 그거 사 들고 오면서 방방 뛰며 기뻐할 네 생각 하고,
잔소리라도 하면서, 너는 엄마 싫겠지만, 그 미움 다 받아가며 네가 바른 길로 가게 이끌어주고, 엄마 사고 싶은 진주 목걸이, 다이아, 명품 옷, 가방 다 잊고 네 공부를 위해서 비싼 학원 보내고,
또, 비 오는 날엔,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허름하고 통 큰 바지에 위에는 집에서 입던 거 대충 걸쳐 입고, 늦을까 일찍이 뛰쳐나와 학교 앞에서 우산 받쳐들고 너 나올 때 까지 기다리고,
그것도 모자라 화장도 안 한 엄마 때문에 창피해 할 널 생각하면서도, 네가 혹시나 엄마랑 엇갈려, 비 맞으면서 집에 오게 될 까봐 일부러 교실까지 올라가 앞문으로 문 두드리고 들어가서 우산 건네주고 가는, 그런 시시콜콜한 것 밖엔 없구나.
그래서 우리 아들이 엄마 싫어하는 거 이해해. 그래도 이건 알아줬으면 한단다. 엄마는, (잠시 뜸들이고) 엄마는 널 엄청 아끼고 사랑한단다. 그 누구보다. 그 어떤 선물보다.”
(잠시 10초 가량 pause, 서로 바라만 본다. 호구, 놀란 표정, 엄마,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호구: (찡 하면서도 당황스러워하며, 둘을 번갈아 보며) “갑자기… 왜 이러세요…?”
아빠: (안됐다는 표정으로) “미안하구나, 다 들었단다. 전부 다.”
호구: (이해가 안 간 표정으로) “…네? 뭘요?”
아빠: (살짝 미소를 띄며) “네가 마이크에 대고 그렇게 크게 말하는데,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들었겠다. 다 들리지 뭐니. 그 왜, 24일에 네가 한 말 있잖냐…”
호구: (고개를 숙이고) “…”
아빠: (호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호구, 아빠를 쳐다본다) 욘석아, 그래도 엄마가 너한테 해 주는 하나 하나가 내가 해 주는 것보다 몇 백배는 더 값지단다. 난 회사에서 종이 몇 장만 내고 출근만 하면 돈 주는데, 너희 엄마는 다르잖니. 돈 벌어다 주는 게, 고작 그거 하나가 너한테 해 주는 전부란다. 하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호구: (부모님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자신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아빠의 다른 한 손을 꼭 쥔다) (서서히 눈물을 머금는다)
Narrator: 하지만 호구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매일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펼쳐놓고 그것들을 공부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새우잠을 잠깐 부치고 새벽 5시 반이 되면 일어나 씻고 회사에 가는, 그런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는 것을. 그러나 가족 앞에선 그런 내색 안보이고 웃기만 한다는 것을…
호구: (운다)
엄마: (쭈그려 앉아 아들을 올려다보며) “물론, 대학이름이 전부가 아니고, 또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에서 좋은 대학 가 봤자 세계에서 떨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아빠: 또 유명한 사람들은 다 시시콜콜한 대학을 나오거나 고등학교 중퇴하고 그랬잖아? 근데, 호구야,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재능’을 손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