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피독...오여름...
내가 보듬어 안은 것은 여름이의 병이지만...
여름이가 치료한 것은...
내 마음의 상처와...아픔과...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오*여*름*
하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분명...누군가에게 선택되어 사랑 받았던 날도 있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버려져서...
유기견이란...이름으로 가장 좋았을 시절을 보내고...
코카스파니엘...
귀가 크코...많이 먹고...시끄럽고...요란스러운 견종...
그래서 사람들에게 쉽게 선택되고 많이 버려진다는...
우리나라 저주받은 개의 한 종류...
우리 집엔 벌써 세 마리나 되는 포화 상태의 개가 있고...
다른 개들의 몇 배나 큰 캔디만 감당하기에도 힘든 나...
처음 만나던 날...
두려움과 추위에 바들바들 떨던...
그 얇은 손을 나에게 덥썩 내어 주었던 나의 오여름...
눈에 띄게 수려한 외모도 아니였고...
샤페이 혼종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주름지고...
피딱지에 코끼리 피부 같은 껍질을 전신에 뒤집어 쓴...
그저 작은 불쌍한 개였는데...
상당한 인내력과 시간과...지갑을 홀쭉하게 만든다는 피부병이...
한 눈에 봐도 백과 사전 수준...
백내장이란 하얀 꺼풀을 눈에 뒤집어 쓴 작은 아이...
이 녀석을 집에 데려간다면...
발생하게 될 가정 불화...순간을 망설이게 했지만...
오정아...이게 제 이름인걸 어쩌겠습니까...
그래...정말 하찮은 목숨일지 모르지만...
내가 치료하고 좋은 주인을 찾아주자...
아픈 과거를 잊을 수 있게...
단 하루를 살아도 따뜻한 집에서 살고 갈 수 있게...해주자...
그렇게 시작된 나와...여름이와...캔디의 동거...
어쩌면...
내 생에 가장 힘든 시절이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지금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고 철이 들수록...
비례하는 나의 눈물들과...
약해지는 생각들...
정말 다 놓아버리면 그만인데...
다 버리고 싶을 때마다...
나를 지켜보는 여름이의 동그란 눈망울이...
개를 의인화 시키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보단...
힘이되고 위로가 되었으니...
개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우스꽝스런 삶의 동기가...
쓰러진 날 지탱하고 일어서게 하고 있습니다...
그 말뒤에 감춰진 수많은 의미들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여름이와 나만이 알수 있는 것이니까요...
개라서...본능이 우선일진데...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높은 병원 진찰대 위에서 온 몸에 침을 꽂은 채로...
나에게 달려오는 이 작은 천사를...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쓰레기 위를 달려...
오로지 나에게만 오려고...
그저 밥을 주고...잠잘 곳을 주었을 뿐인...바보같은 나를...
한없이 믿고 있는 나의 작은 천사...
그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가르쳐 주었던 내 사랑...오여름...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유기견적 특성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개`라고 단정짓고 보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만은 않을텐데...
그러기엔...
내 작은 여름이에게 받은 것이 너무나도 크기만 합니다...
대화가 단절된 식구들의 말문을 열어주었고...
마주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찾게 했으니 말입니다...
울고 싶은 날도...울어야만 했던 날도...
등을 토닥여 눈물을 닦아주며...위로의 말을 해주고...
바쁠 때 내 할일을 거들어 주진 못하지만...
항상 곁에서 함께 해주는 나의 오여름...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밉고...
하루에도 수십 번 모든 것들을 저주하게 했던...
삐뚤게만 자라나는 생각의 가지들이...
어느 순간 부터...
잘려져 나가기 시작하고...
거울을 보며 예쁘게 웃는 연습을 하는...
내 자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현실을 향해 높아져만 가던 내 울타리를...
내다보기 좋아하는 이 작은 오여름 때문에...
큰 창문을 내더니만...
이젠 아예 허물어 버릴까 합니다...
내 마음 속...나쁜 악마들이 사라지려 합니다...
내 소중한 오여름이 싫어하거든요...
언젠가 엄마한테...
나를 왜 태어나게 했냐는 말을 했었는데...
얼마전엔...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단 편지를 썼습니다...
세상에 나와서...힘든 날도 많았지만...
여름일 안아 볼 수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이유중 한 가지입니다...
나는 인간이고...여름인 개이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열수있는 열쇠를 찾아 준 것만으로...
이 작은 여름이는 제게 너무 벅찬 선물이고...감동입니다...
제 모든 걸 다 주어서...
귀가 뚫리고...앞이 잘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느님이 심장을 두 개로 나누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병원에 여름일 혼자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 길...
심장 한 쪽을 도려낸 듯 그렇게 아픈데도...
이렇게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데도...
다른 한쪽이 뛰고 있기 때문인가봅니다...
일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고...
캔디를 쓰다듬을수 있는 이유는...
떼어낸 심장 반쪽 대신 남은 한쪽 심장이 더 힘차게 뛰기 때문인가봅니다...
제 심장 한 쪽을 떼어내서...
내 작은 천사 오여름 곁에 두고 왔습니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서...
다시 그 예쁜 눈망울로...나에게 안기기만을 간절히...바랍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치료한 것은 여름이의 병이지만...
여름이가 치료한 것은...
내 마음의 상처와...아픔과...
앞으로 살아갈 희망입니다...
이제부터 남은 여름의 생에...
눈이 되고...귀가 되어 주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힘센 어른이 되어야만 합니다...
가슴이 찢어지고...불에 데인것처럼...아프지만...
밥을 먹고...일을 하고...
사람으로 살아야만 합니다...
빨리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내 작은 천사 오여름을 위해서 입니다...ㅜㅜ
**************이천칠년 십일월 스물네번째하루...
여름이의 귀를 막아야만 했던 날에...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