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눈먼자들의 도시 [Blindness] - 원작소설 & 영화

이미숙 |2008.12.03 00:31
조회 68 |추천 0

 

 

그냥 말 그대로이다.

본능에 충실하다. 보이는 게 다 다.

영화를 보기위해 일부러 소설을 사서 읽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었다.

원작소설을 표현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영화는 그저 보이는 게 다인 것 같다.

소설을 보고나서 영화를 보니, 중간에 빼먹은 것도 많고....

아무래도 그걸 다 담아내려면 상영시간이 3시간은 훨씬 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은 뭐랄까... 감독의 의도를 알고 싶은 결말이었다.

감독은 관중에게 나름대로 생각하라고 던져준 의문의 결말이지만,

중간중간 빼 먹은 듯한 줄거리 때문에 소설을 읽지 않고 본 사람들은 뭔가.....

"응?? 이게뭐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가 참 맘에든다.

극중에서 오직 줄리안 무어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들은 줄리안 무어에게 의지할 수 밖에 그래서 포스터 하나는 참 감명깊다.

허.지.만.

영화내용은 포스터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

왜 눈이 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특이한 건 통증없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이다.

물론 바이러스처럼 전염이 된다.

눈이 멀게되면 눈 앞이 온통 캄캄해 질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인다.

책과 영화에 따르자면, 우윳빛 바다가 넘실대는 것과 같단다.

 

 

 

 

 원작소설을 쓴 주제 사라마구라는 사람이 참 대단하다 생각한다.

하기야...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까지 탈 정도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린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작과 영화가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제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성찰이라고나 할까...?

 

 

 

 

 눈먼사람들은 네 발로 기어다니는 짐승과 같았다.

오로지 청각과 후각에 의지해 주변을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시력이 없어지니 청각, 후각이 예민해지는 건 말이 필요없는 사실이다.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본능에 충실한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물"같았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배고픔, 배설, 청결의 문제가 말이 아니었다.

그 중 어느 누구도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길을 잃을것 같은 두려움에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혹은 몇 발자국 앞에다 배설물을 해결하고...

배고파 울부짖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배고프다고 칭얼대고,

그들은 씻지 못해서 아주 꾀죄죄한 몰골로 누워있거나 앉아있다.

 

 

 

 

 이 원작은 끔찍하리만치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영화로 볼 때 보다 소설로 읽을 때의 느낌이라던가 수치심같은 것들이 좀 많이 달랐다.

만약 잔인한 공포물이었다면 특수효과나 분장같은것들을 사용해 얼마든지 끔찍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본능에 대한 글로써... 영화가 소설을 웬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있다.

그런면에서 참 아쉽다.

 

어느 정도 눈먼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또 다른 욕구... 성욕을 드러낸다.

 눈이 멀었으면서 재물에 대한 탐욕도 만만치 않았다.

식량을 배분받으려면 귀중품이나 돈을 내고 먹으라는 깡패들이 아주 죽이고 싶을만큼 미웠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여주인공처럼 나만이 눈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당장 죽여버렸을 것 같다.

왜냐고?

세상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렸는데, 누가 날 심판하겠나.

죽여버리고 쥐죽은 듯이 조용히만 있으면 내가 죽인지도 모를텐데...

 작가가 소설을 통해 나타내려고 했던게 바로 이런것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고상한 척 하지만, 결국 소설속에 나오는 이 사람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앞을 볼 수 없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들 누가 날 심판하고,

누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겠느냐.

 

돈이 될 만한 물건이 떨어졌다고 하자 그 깡패들은 여자를 갖다 바치라고 한다.

남자들은 먹을 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나 애인, 또는 딸들을 깡패들에게 보낸다.

제일 중요한 생계수단인 음식을 가지고 이 벌레만도 못한 깡패들은 약한 자들에게 거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건 뭐 완전히 동물의 왕국 수준이다.

살아남기 위해 강자가 되어서 어느 누구도 자신을 짓밟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이 깡패놈들이 총과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없었다면 이 자식들은 여주인공에게 GG하며 물러났을 것이다.

 

 

 

 

 사실 우리 인간은 그렇다.

결코 고상한 동물이 아니다.

네 발로 걷는 동물들과 두 발로 걷는 동물인 우리 인간과의 차이가 무어냐하면,

존엄성이다.

짐승에게 없는 존엄성을 우리 인간은 가지고 있다.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셨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지만,

그럼으로 인해 우리는 남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원작에선 다들 눈이 멀어 옆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을 지도 모르는

그런 환경이라 다른 사람을 뒷담화하는 그런 내용이 없었지만,

우리는 눈이 보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의 눈을 피해 욕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추잡한 욕구들을 채우고 있지 않은가?

그건 누구나 부정할 수 없고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내가 비록 예수님을 믿는 기독인이긴 하지만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나도 뒷담화를 많이 한다.

안 하려고. 노력하려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

 

눈먼자들이 똥이나 오줌을 아무데나 싸고 씻지 않아서

냄새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있다 해서 더럽다고 생각하는가?

나와 당신도 그 눈먼자들과 똑같다.

우리도 눈이 먼다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한 치 앞에 칼이 있을지, 유리조각이나 뾰족한 못이나 송곳이 떨어져 있을지

또는 낭떠러지가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연히 우리도 화장실을 찾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려서

아무데서나 누워있다 배를 곯아 죽을지,

다른 사람의 발에 채이거나 물건이 떨어져 치료받지 못하고

살이 썩어들어가는 상태로 죽을지... 알게 뭔가.

우리도 그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눈 앞을 가려 아무데서나 볼 일을 볼 것이다.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아니, 할 일이 있어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가 배를 채우고, 배설물을 싸고, 졸리면 자고...

그러다가 이성이 그리우면 몸을 섞으면 되는 거고....

뭐...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그러고 살지 않을까.

위에서 말한 대로..

동물의 왕국이다.

사람들은 살기위해 상하거나 썩기 직전인 음식들도 다 먹어치운다.

또한 누군가가 음식을 들고 있으면 냄새를 맡고 그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때리고 밟고 죽인다.

사자나 호랑이 원숭이와 다를게 별반 없다.

 

 

 

 

 결국은 어떤 사람도 이 눈먼자들을 정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똥이 잡식주의자의 똥보고 더럽다는 말을 했다는 가정을 해 보자.

 당신은 누가 더 더럽다고 생각하는가.

채식주의자의 똥? 잡식주의자의 똥?

생각할 게 있을까, 어차피 둘 다 똥인데...

도토리 키재기 밖에 더 될까.

 

 

 

 

아무튼 어떤 영화든 원작을 따라가기란 어려운 듯 하다.

 

그리고 나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머리카락 하나하나 눈,코,입,귀 하나하나 제 기능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는게 고맙고 감사하다.

 

역시나 자만하거나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역시나 인간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돈 많은 사모님이나 공원에 웅크려 자는 노숙자나 어차피 인간은 모두 똑같다 라는 것.

소설에서도 그렇듯이, 눈이 멀어버리는 병은 권력가나 재력가들에게도 생겼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깨끗해 질 수 없다.

깨끗해 지려고 노력해 봤자 또 다른 죄로 인해 더럽혀지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눈먼자들이다.

인간의 고귀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욕구를 위해 생긴 유흥가나 성매매..

권력이나 재력, 명예를 노리고 권위있는 사람들에게

공물을 갖다 바치는 일이든.

 

우리를 죽게 만들거나 망하게 하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우리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이 더러운 것들 때문에,

우린 눈이 멀지 않았어도 눈먼자들로 살아가고 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