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주 귀고리'에 대한 내 의견에 자신이 있다.
여자는 과거를 가차 없이 끊을 수 있는 생물이다.
남자가 역사소설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으려고 하거나
과거의 여자들을 자신의 훈장처럼 떠벌리는 동안에도
여자는 현재와 미래만을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 연연하는 여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도 그런 여자의 일면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 평소에는 그런 여자를 다른 방에 가둬두고 있다.
나중에 시간이 넉넉하고 찬찬히 자기 자신을 동정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손님으로 쓰려고 대기시켜 놓은 것이다.
어쩌다 한 번씩 거실로 불러내서 마음껏 자기 연민에 빠지기 위해.
여자에게는 자기 연민이라는 오락이 있으니까.
온다리쿠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