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ust be gone and live or stay and die." yours, Eli.
사랑한다면, 한 가지는 인정하자.
아무리 세상에 다시없을 사랑이라 해도, 사람은 그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는 없다.
뱀파이어가 사람이 될 수 없듯이.
나는 니가 될 수 없다.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타협하고 이해하면서 함께 하는 것.
그건 아주 이상적이고 훌륭한 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타협'과 '이해'라는 매끈한 단어로 다 설명될 수 없는,
끊임없는 이기심과의 싸움. 미움. 원망. 질투. 불안.
그런 것들이 모두 정제된
눈으로 뒤덮힌 그저 하얗기만 한 벌판처럼 아름다운 사랑도,
그래. 있다.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끝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독초처럼 끈질기게 돋아나는 소유욕.
한번만 더,를 반복하는 순간의 탐닉.
사람받고 싶다는 욕심에 익사한 본래의 자아.
그 모든 것을 끊어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런 사랑이.
어리석은 욕심에, 헛된 미련에 허우적대는 자신에게 한번의 호된 따귀를 날리고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남겨둔 채,
돌아서야 한다.
언젠가 오스칼이 어른이 되어가는 날엔,
그 아름다움은 끝나게 되겠지.
동화는 동화로 남겨둔 채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야 한다.
앞으로의 오스칼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성인동화'같은 걸 쓰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래도...
너무 눈물이 나서,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은 그 두 아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얀 얼굴과 빨간 입술의, 자작나무 끝에서 빛나는 눈송이 같은 소년.
푸른 황금빛 눈의, 피로 얼룩진 손과 입을 가진 소녀.
순식간에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버리는 함박눈처럼, 잠시 동안의 비현실적인 망상같은,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완벽해서,
도저히 현실일 수가 없어서,
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랑이 왔었다.
한겨울의 함박눈처럼,
그 눈을 맞고 있는 동안에도, 이제 곧 그쳐버릴 것이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나곤 했던
그런 사랑이 내게 왔었다.
"I must be gone and live or stay and die." yours, 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