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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울음을 참는 소리. 음. 음. 음.. 영화

최홍규 |2008.12.08 16:26
조회 187 |추천 0

 

 

 

 

 

"난 나이도 많은 아저씨에요." 유지태가 극중에서 울음을 참으며, 말한다. '난 나이도 많은 아저씨에요. 그래서 너같은 어린 여자애와는 사랑할 수 없어요. 날 용서해주세요. 겁쟁이 같은 나를......' 이말의 줄임말을 극중에서 한없이 착하기만한 김연우 역할인 유지태는 말한다.

 

극중에서 유지태는 동사무소 직원이다. 사회적인 통념상 공무원을 비아냥 거리기라도 하듯. 그는 핏기없는 얼굴과 자신감없는 말투를 반복한다. 또한, 그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행위를 취하는 것이 가장 선한 것이라고 믿는 인물에 속한다. 아마, 영화속 김연우는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적인 여성들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에 속하지 않을 듯 싶다.

 

반면에, 강인이 역할을 맡은 나오는 강숙은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많은 권하경(채정안 역)을 부단히도 쫓아다닌다. 연하라는 것에 쓸데없는 자존심을 품은 극중 강숙은 말도 거칠게 하고, 그녀를 예의있게 대하지도 않는다. 또한, 지나간 남자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극중에서 김연우와 강숙 둘은 심각하게 대조적이다. 한명은 인생을 다산 것 같이 마음이 넓디 넓은 서른살의 청년을 표현하고 있고, 다른 한명은 좋아하는 대상에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스타일의 남자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극중 연애상황도 그들 성격에 맞춰서 이루어진다. 극중 김연우는 여고생 한수영(이연희 역)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그도 한수영을 사랑한다. 반면에, 극중 강숙은 권하경을 목숨걸고 쫓아다니면서도 확실히 그 여자의 마음을 샀다고 보기 힘들정도로 불안한 사랑의 구애를 한다. 이 남자애에게는 자존심도 없이 자전거타고 쫓아다니는 열정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분명히 할 줄 아는 기개가 있다.

 

얼핏보면,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영화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남자들을 겨냥하고 만든 영화에 속한다. 아니, 철저히 남자를 위해 만든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편이 더 확실한 설명일 거다. 김연우는 특유의 느릿느릿하고 바보같은 말투로 여고생 한수영에게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그가 한 부류의 이시대 남자들을 대변해주는 등장인물 일 수 있다.

 

김연우는 한수영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그녀가 힘든 것이 싫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선언한다. 영화가 눈물을 펑펑 흘리는 신파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극중 김연우인 유지태가 "난 나이가 많아요."라고 말했을때, 그는 죽어가는 아내를 부둥켜 안고 우는 정우성('내 머리속의 지우개')이나 콧물까지 쏟고 열연했던 송승헌('에덴의 동쪽')보다 더 큰 감동을 줬다. (물론, 각 드라마와 영화간에 장르와 내용의 차이가 있으니, 다른 감동을 주어야 했으며, 다른 연기자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가 말하는 그 한마디에는 '절제'라고 이름붙여 아깝지 않을 만큼의 연기가 있었고, '순정만화'의 '순정'은 과연 무슨 뜻일까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강숙역할로 나왔던 강인역시 '골키퍼있다고 골 안들어가냐?'라고 말했며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오늘의 남자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남자들은 밀어부치다가 힘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더욱 여자들에게 강압적으로 말하고, 더욱 강하게 보이려고 애쓰게 마련이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남자들은 여자의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돌진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여자의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발견하거나, 이 여자를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사랑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약해진다. 이 대목에서 여자의 아픔을 보다듬어 줄 수 없으며, 이를 오히려 귀찮게 여기는 남자는 '양아치'의 유목에 속할 것이며, 더욱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하여 그녀를 지키는 남성은 '순정파'에 속할 것이다. 극중에서 강인은 후자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였으며, '순정만화'를 지어낸 강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어찌보면, 강숙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만화나, 영화 '순정만화'는 한없이 유치해질 수 있었다. 그가 아마 극중 캐릭터의 상황 그대로 나이어린 남자아이만큼의 눈빛과 역할만큼만을 수행했다면,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 캐릭터는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어리숙함과 성숙함, 남성다움과 그렇지 않음의 역할까지도 모두 소화해야 하는 것이었다. 극중의 강인은 그러한 캐릭터 분석을 완벽히 끝낸 것 같았고, 냉정하리만치 깔끔하게 애절함을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는 강풀의 만화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난 그 만화를 두번정도 보았고, 강풀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정신세계를 신봉하기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만큼, 내가 정말 사랑했던 만화인데 그만큼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걱정을 많이 했다. 만화가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덕에 강풀씨의 넉넉지 않은  그림실력은 만화에서는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욱 상상력을 부여 할 수 있었고, 감동적인 만화를 선사했었다. (결과적으로 그림보다 글로 승부한 만화 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영화와 같이 가감없는 표현속에서 이 만화가 원작의 내용들을 잘 살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정말 약아빠진 제작자들은 만화보다 더한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선물하였고, 만화 '순정만화'의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그들이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만화책을 꺼내 읽도록 했다.

 

영화 '순정만화'나 만화 '순정만화'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남성적 사랑방식의 풀이에 있다. 정말 여자를 사랑한다면 이별을 얘기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그 사람을 먼발치에서 지켜줄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강하게 사랑을 쟁취하려는 열정을 보여주어야 하고,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등 남자들만이 멋지게세워놓은 원칙을 강풀은 아름다운 동화로 풀어냈다. 이것이 '순정만화'의 힘이다.

 

이 영화를 보고도 가슴이 찡하지 않고, 특수효과가 나오지 않는 영화를 극장에서 굳이 보아야 하냐며 투덜거리는 남자는 확실히 감정이 매말랐다. 단언한다.

 

반면, 영화를 보며, 음, 음, 음.....침을 삼키며, 옆자리 앉은 여자에게 눈물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참았던 남자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영화를 보다 감동적으로 보는 방법은 있다. 옆에 앉은 사람이 현재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느끼고 싶을 만큼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화를 보는내내 순수하고 가슴떨리게 볼 수 있다. 가끔 옆사람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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