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후 서울로 돌아오는 한밤중 고속도로 위에서
승용차만한 크기의 시커먼 짐짝과 마주쳤다
이미 속도는 150을 넘어섰고 1차로를 달리던 상황에서
갑자기 발견한 알 수 없는 물체에 부딪히든,
피하다 뒷차에 부딪히든 어느쪽이든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행히 내 반사신경 때문이었는지 신의 결정이었는지
한뼘도 안되는 거리로 그 시커먼 괴물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삶과 죽음이 딱 한뼘의 거리와 무게로 비껴갔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나를 위해 오랜 세월을 헌신한 엄마보다,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주위의 친구들보다,
다른 어떤 소중한 사람보다
어제 처음 만나 사랑을 느낀 어떤 사람이 먼저 떠올랐다면,
이건 내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사랑,
그건 나의 모든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내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한뼘 차이로 지켜낸 내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