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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추모비 제막식 하던날...

황종식 |2008.12.09 13:49
조회 284 |추천 0

 

슬픔 한자락 한자락이 바람되어 전하는 당신의 마지막 노래를 듣고 있나요...

1월 10일 정오가 가까워 올 무렵 평창동 북한산 입구에 유족과 매니저를 비롯, 취재진들이 모였다. 이제부터 산길, 지프로나 겨우 올라갈 수 있을정도로 경사가 심한 길이었다.

몇몇은 사찰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몇몇은 걸어서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불었다.
겨울 바람은 바깥으로 드러난 살갗을 금세 빨갛게 얼렸고, 찬 기운을 여러겹 옷 속으로 밀어넣었다. 걸어서 20분여, 급경사를 허위허위 오르자 빛이 잔잔하게 깔린절, 영불사가 나타났다. 절터도 대웅전도 모두 소박했다.

전국에서 모인 여학생들 놀라운 광경은 잠시후 펼쳐졌다. 절마당 가득 여학생들이 들어 차 있었던 것이다. 대충 어림잡아 2백명이 넘는 것 같았다. 김성재 추모비 제막 현장을 보기 위해운집한 팬들은 흰 천이 바람에 나부끼는 추모비를 중심으로 대웅전 앞 계단과 그 앞마당을 빽빽히 메우고 있었다. 이동 가운데는 새벽 6시에 차를 타고 대전에서 올라온 여학생들도 있었고, 대구에서 상경한 여학생돋도 있었다. 가수는 가고, 비석만 남아...

김성재의 어머?와 동생 성욱궁, 김성재의 외할머니등 유족과 매니저가 의자에 앉았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통해 제막식의 시작을알렸다. 곧 이어 제막, 유족들과 매니저가 추모비 앞에 서서 천끝에 달린 줄을 잡아당겼다. 키가 크고 작은 까만 빗돌이 드러났다. 큰비의 앞면에는 &#-9;고 김성재 추모비&#-9;라는 글자가, 뒷면에는 김성재를 가슴속 깊이 추모하는 유족과 친구둬, 매니저와 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옆 작은 빗돌에는 김성재가 마지막으로 부른노래 &#-9;마지막 노래를 들려줘&#-9;의 가사가 한자 한자 정성들여 새겨져있었다. 유족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어머니에 이어 군인의 몸으로 특별휴가를 받아 나온 김성재의 동생 성욱군이 분향하러 일어서자 팬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며 몸매, 몸짓, 심지어 옷차림까지 김성재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독경이 길게 이어졌다. &#-9;...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9;우리의 귀에 익숙한 독경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딱딱딱 목탁에서 나오는 청아한 마찰음과 모임 사람덧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다음은 추모의 글을 읽는 순서. 대구에서 올라온 한 여학생 팬이 주머니에서 김성재에게 보내는 편지를 꺼냈다.

&#-9;...성재오빠. 이제는 아무 염려 마시고 하늘나라에 편안히 계세요...&#-9;

울먹이는 음성과 함께 이제 사람은 가고 노래만 남은 한 가수의 목소리가 멜로디와 리듬을 타고 울려 나왔다. &#-9;마지막 노래를 들려줘&#-9;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김성재 어머니의 고개가 아래로 푹 꺽였다. 흰장갑을 낀 손이 눈을 감았다. 어깨가 들먹이기 시작했다. 눈가를 훔치는 팬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마침 전염이라도 되듯 눈물이 퍼져 나갔다. 이제 추모비 제막식은 끝났다. 추위는 여전히 손등과 볼을 파고들었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성재의 어머니와 성욱군을 비롯한 유족들과 적지 않은수의 팬들이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의 행사는 49일재로 겸한 것이었다. 얼음장 같은 대웅전 마루, 부처님 앞에 앉아 스님의 독경 소리에 맞춰 합장을 하며 김성재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빌고빌었다. 활짝 열린 대웅전 좁은 문을 통해 팬돝은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 보았다. 짙은 향내음이 골고루 번졌다. 팬들은 추모비앞에 몰려 서 있었다. 숙연한 표정으로 비석을 만지고 쓸었다. 유족과 김성재의 소속사에서는 팬들을 위해 컵라면과 커피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추운 날씨를 이기자면 선뜻 덤벼들만도 한건만 다가서는 사람이 별반 없었다. 보살님이 큰 소리로 &#-9;요기를하라&#-9;고 권해도 못 들은 막무가내였다. 대여섯명이 커피앞에 줄을 설 뿐이었다. 제법 긴 시간, 김성재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예불이 끝나고 유족들과 팬들이 밖으로 나와 잠시 머뭇거리다 차에 올랐다. 그제서야 팬돋은 하나 둘 뒤를 돌아보며 부지런히 산을 내려가기시작했다. 아직도 미련이 많은듯, 비석앞을 서성이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 젊은 가수가 갔다. 그는 가고 노래만 남았다. 그리고 비석이남았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는 그 어머니의 가슴에 가족들의 가슴에 팬동의 가슴에 언제까지나 살아 있음을. 북한산 겨울 바람에 손등을 볼을 따갑게 찔러대고 있었다. 산길이 길게 이어졌다. 

[스타채널]92호 38. 3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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