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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말하다

노진아 |2008.12.13 18:51
조회 540 |추천 20


 

우리 다시 시작하자

저녁 무렵 도착한 그녀의 문자메세지

다시? 우리가 다시 처음부터 다시

남자는 그 순간부터 더 없이 멍해진 눈으로 저렇게 앉아만 있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방안에 불도 켜지 않은 채

보일러도 틀지 않아 차가운 방바닥에

이불도 펴지 않은 채

라디오도 TV도 켜지 않은 채 저렇게

남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나는 그러자 대답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상황을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소원처럼 기다린 날도 많았는데

아직도 그녀의 꿈을 꾸면 꿈에서도 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남자가 생각해낸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유 백가지

 

이유 하나 그녀를 믿을 수가 없다

날 한번 버린 니가 다시 나를 버리지 않을까

또 어느날 나에게 그렇게 질린 표정을 하고

이제 제발 그만하자 말하지 않을까

그럴 순 없어 이야기 좀 해

매달리던 나에게 그 독한 표정으로

지금부터 니가 힘든 건 니 사정이야

말하지 않을까

다시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유 둘 나를 믿을 수가 없다

나도 거짓말했으니까

너하고 헤어지면 난 도저히 못 살 것 같애

그거 다 거짓말이었으니까

그땐 몰랐다지만

 

이유 셋 사랑을 믿을 수가 없다

사랑도 변하더라

사랑이 미움이 되고 미움이 원망이 되고 원망이 그리움이 되는

그 이상한 과정들을 내가 다 겪어보았으니까

 

이유 넷 이제 겨우 찾은 평온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이유 다섯 이유 여섯 이유 일곱

 

그렇게 몇 시간을 생각하던 남자는 드디어 정답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니가 그립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리워했던 건 사랑했던 그 시절인 것 같다

너는 아닌 것 같다

너 있는 그 곳에서 잘 살길 바란다

 

그리운 그날로부터 너무 멀리 온 지금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사진:Crazy Tob"1037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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