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New York!!
소호에 유명한 브런치 카페가 많다고 해서 브런치와 맛있는 커피를 즐기려는 기대에 부풀어 브런치 카페를 찾아보았지만 괜찮아 보이는 집이 없어 이탈리아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뉴욕의 라떼는 어떤 맛일지 음식보다 커피에 더 굶주려 기대하고 있었는데 유리잔 머그에 담긴 라떼가 우리 앞에 놓이는 순간, 색깔이 너무 엷고 약간 검은빛이 도는 것에 제 기대가 저만큼 달아났습니다.
저는 아침에 16oz컵에 라떼 한 잔, 레귤러 한 잔 내지는 두 잔을 합쳐 두세 잔을 마십니다. 당연히 음식보다는 커피가 입에 맞아야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데 이런 맛의 커피를 마시고는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음식을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다 마켓처럼 갖가지 빵과 다듬어진 포장과일에 샌드위치 속의 고기도 그 자리에서 썰어서 만들어 주는 곳을 들어갔습니다. 코코넛 도넛과 레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커피에 대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조금은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취향에 맞게 레귤러 커피에 스스로 half & half(크림) 첨가를 조절해 커피의 색이 진한 갈색이 되어야 만족하는데, 뉴욕에서는 크림 첨가여부를 판매자가 주문할 때 물어봐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저는 서슴없이 저의 커피 스타일 즉, 레귤러와 크림을 믹스하는 것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판매자가 크림을 제가 원하는 것보다 너무 많이 첨가해서 저의 커피는 크림 범벅이 되어버렸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코코넛 도넛이 정말 맛있어서 커피에 대한 실망감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커피 여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감도 크다고 했던가요? 이제는 기대치를 약간 낮추고 뉴욕의 커피를 맛보기로 해야겠습니다. 내 기억 속 뉴욕의 커피 맛은 아주 좋았는데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요? 내 혀끝의 커피 감각을 너무 높이 올려놓아버린 걸까요? 샌드위치 카페의 음식 자재들을 둘러보면(뉴욕은 음식재료를 디스플레이해서 소비자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커피 빈 또한 상급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맛은 아니었습니다.
뉴욕은 미국의 도시만이 아닌 세계의 도시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을 보며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어디를 가나 붐비는 인파와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사 등이 나를 정신없게 만들기도 해 LA 시골에서 온 저는 다소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음식은 대부분이 수준 이상이었고, 서비스 또한 세계적인 도시답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만 내 입맛에 딱 맞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항상 무언가 부족한 듯 갈증이 생겼습니다.
LA로 돌아오는 날 아침은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조카의 생일이었는데 빈속으로 학교에 보내기가 마음 아파서 커피와 연어 베이글을 먹이려고 우리가 묵은 숙소 바로 옆의 카페에 갔습니다. 카페에는 떠들썩한 줄이 쭉 늘어서 있었고, 오래 기다린 끝에 주문을 했습니다. 라떼의 맛이 미심쩍어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시커먼 먹물 같은 에스프레소가 3초 만에 다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지난번 실망스러웠던 뉴욕의 첫 커피 맛이 떠올라 즉시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가 영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하고 되물었습니다. 제대로 된 맛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주면 안 될까요? 오늘이 제 조카 생일이라 맛있게 먹이고 싶어서 그래요.”라고 다시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바리스타(바리스타가 아닌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가 대뜸 하는 말이 “내가 만들어준 커피는 색이 콜라보다도 더 검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요. 이렇게 진한 커피를 놓고 잘못되었다고 하다니요?"라고 하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질 않겠어요? ‘맙소사! 말이 통해야 얘기를 하지. 노란 골드폼은 한 점도 없는 그저 시커먼 먹물을 저렇게 자랑스럽게 얘기하다니. 에스프레소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 정말 시커먼 콜라보다 더 진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문한 라떼의 맛이 뉴욕 전체의 라떼 맛을 대표 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겠지요.
조카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라떼와 베이글을 주었는데 미식가인 조카는 커피를 한 모금 맛보더니 이내 아무말 없이 연어 베이글만 먹고 커피는 그대로 놓지 않습니까! 제가 더 젊었다면 한번쯤 뉴욕의 커피 맛에 도전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은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지는데다가 사람들마저도 냉소적이어서 이런 곳에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다고 제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뉴욕을 얕보면 안 되겠지요. 음식만큼은 정말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게 만들어 전 세계에서 꿈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을 만족 시키고, 서비스 또한 정말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조선일보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가수 박진영의 강연에 대한 내용으로 저의 생각과 너무 똑같아서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얼마 만큼인지 알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고, 돈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서 그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일이 하기 싫다면 죽인다고 해도 못했을 거라고. 저도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마냥 좋아서 그저 열심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길에 행복만 있지 않을 것이고, 험난한 산과 물에 빠질 위험도 도사리고 있겠지만 그 고통까지도 즐기면서 뚫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어떠한 넘기 힘든 산도 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때의 쾌감은 내가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내가 왜 살아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가!
언젠가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박진영씨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런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