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켄네트) : 안녕하세요? 크리스토퍼 최Chef의 감각적인 스타일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W호텔 “나무” 레스토랑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chef) : 나무는 컨템퍼러리 재패니즈(Contemporary Japanese)라 하여 쉽게 말하면 ´현대 일식´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대 일식이라 하면 말그대로 전통 일식이 아닌 현대화된 일식을 말하는 데, 세계적으로 현대 일식은 두가지의 흐름이 있습니다. 한가지는 일본에서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현대 일식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뉴욕 맨하탄에서 유행하고 있는 현대일식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현대 일식이 유행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언뜻 이해가 안가실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뉴욕에서는 현대 일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프랑스의 유명한 셰프들이 뉴욕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맨하탄이 전세계 음식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여기게 편승하여 유명한 일식 레스토랑이 생기게 됩니다. 그 중심에 있는 요리사가 ´데쯔야´, ´모리모토´, ´노부´ 등입니다.
일본에서 주도하고 있는 현대 일식과 뉴욕에서 유행하고 있는 현대 일식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의 현대 일식은 그들만의 요리법을 탈피를 못하고 주로 기물적인 부분에서 양식을 도입하여 양식 기물에 일본 음식을 담아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뉴욕의 현대 일식은 일본 요리의 기법과 프랑스 요리의 기법이 혼합이 되면서 보다 탈일본화 되었습니다. 약 10년전에 프랑스 요리에 일본 요리 기법이 약간 도입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는 비율로 따지면 9:1정도로 일본 요리의 도입이 미약했다면 지금의 현대 일식은 약 5:5의 비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점에서 나무 레스토랑은 뉴욕의 현대 일식을 참고하고 있으며, 프랑스 요리를 전공한저로서는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쿠켄네트) : W호텔은 전세계적으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W호텔 서울에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지요?
(chef) : 한국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인데, 요리를 만들 때 외국인 총주방장의 요리를 일방적으로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의견을 교환하면서 많은 연구를 하며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W 호텔의 개별 레스토랑 책임자들은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만의 스타일이 가미된다고 할 수 있지요.
(쿠켄네트) : 크리스토퍼 최 Chef의 감각적인 스타일은 상당히 소문나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chef) : 아마츄어가 아닌 프로페셔널로서 제 요리가 세계적인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균적으로 회사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13시간이 넘는데 그 중의 약 30%는 요리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쿠켄네트) : (2번 질문과 연계 합니다.) 한국의 젊은 요리사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경험이 요리사에게 필요할까요?
(chef) : 저는 한국의 젊은 요리사들이 외국으로 많이 나가고 있는 것이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순수한 국내파이지만 제가 요리를 함에 있어서 가끔 고민되는 부분이 ´나만의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흉내만 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 후배들이 한식이든 양식이든 전공에 상관없이 외국에 나가서 외국을 직접 겪으면서 몸으로 익혔을 때, 그리고 그 사람이 레스토랑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되었을 때, 자기만의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외국에 나가더라도 1~2년 정도 잠깐 나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갔다 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쿠켄네트) : 몇 년전 한국에서는 “퓨전” 이 유행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그많던 퓨전 레스토랑들은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무에서 만드는 요리도 어찌보면 퓨전 요리가 아닐까요?
(chef) : 나무를 찾아오시는 손님들 중에서 현대 일식을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가끔 저도 퓨전이라는 단어를 사용은 합니다만 그것은 손님의 이해를 돕기위한 것일 뿐, 분명 나무레스토랑은 퓨전레스토랑이 아닙니다. 몇 년 전에 퓨전 레스토랑이 유행할 때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퓨전을 도입한 호텔이 있었던가요? 퓨전은 수명이 아주 짧은 일시적인 유행일거라 판단을 했기 때문에 도입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 당시 퓨전 요리라면 대부분이 각 나라의 이름 모를 재료를 가져다가 서로 혼합하여 제 3의 맛을 만들어내곤 했는데, 나무는 각 재료의 고유의 맛과 풍미는 지키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퓨전처럼 된장과 간장을 혼합하지는 않습니다. 된장은 된장으로 사용하고 간장은 간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일식은 세계적으로 요리의 한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나무 레스토랑을 퓨전과 비교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쿠켄네트) : 최근 한국에는 “분자요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chef) : 저도 재작년에 분자 요리의 기법을 도입해 볼까 하고 공부도 해보고 외국에 나가서 보기도 했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기존의 레스토랑에서 분자 요리를 도입하기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수많은 메뉴 중 한 두가지는 분자 요리를 도입할 수 있겠지만, 그거 도입해 놓고 분자요리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생각에는 지금의 분자 요리 열풍은 몇 년이 지나면 사그라 들거라 판단합니다. 분자 요리가 요리의 한 축을 이루고는 있지만, 요리가 갖추어야 할 대중지향성과 접근편의성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쿠켄네트) : 가장 좋아하시는 요리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chef) : 요리의 아이템을 물으신 건가요? 저는 이것 저것 가리는 게 없습니다. 뭐든지 있으면 잘 먹습니다. 맛있건 맛없건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맛있는 것은 맛있는 데로, 맛없는 것은 맛없는 데로 요리 자체를 즐기면서 먹습니다. 가끔 돈이 아까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즐겁게 먹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가 해주는 요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습니다. 제 집사람도 요리사 출신인 데 솔직히 감각은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그 뛰어난 재능을 저와 아이에게만 발휘하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쿠켄네트) : 요리사가 가져야할 가장 큰 조건은 무엇일까요?
(chef) : 요리사가 가져야 할 조건이라면 저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타성의 벽을 과감히 깨 버릴 수 있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요리는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변화합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요리와 방법이 전부인 양 틀에 갇혀 있으면 그 요리는 퇴보합니다. 항상 공부하면서 흐름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쿠켄네트) : 최근 케이블 TV를 통해 유명한 외국 chef들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주방에서 chef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자질은 어떤 부분입니까?
(chef) : 주방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셰프로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손님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친화력도 있어야 합니다.
(쿠켄네트)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음식에도 통용될까요?
(chef) : 프랑스 요리중에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라는 전채요리가 있습니다. 일종의 육회인데 어떤 소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몇 년전에 프랑스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비프 타르타르가 이 요리 가운데 최고라고 호평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주방장이 사용한 소스가 한식의 육회 소스였습니다. 한국에 요리 프로모션을 하러 와서 보고 배운 것을 자기 요리에 사용한 것입니다. 이 한 예로 보듯이 한국 음식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너무 한식만 고집하니까 그 틀을 깨지 못하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식도 얼마든지 ‘코스 요리’화가 가능하며 외국 사람들 입맛에 조금만 맞춰 준다면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입니다.
(쿠켄네트) : Chef께서 생각하는 "맛"이란?
(chef) : 맛이라는 것이 별 것 있겠습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먹으면 맛있는 것이죠. 맛은 만드는 사람이 아닌 먹는 사람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