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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2005)

임동현 |2008.12.23 22:00
조회 67 |추천 0


너무도 소중해서 남에게 추천해주는 것조차 아

까운 영화가 있다. 사실 이 영화도 내게 그런 존재여서 이

글을 쓰는 데엔 오랜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길.

 제목부터가 무척 독특한 수면의 과학(다큐멘터리의 느낌마저 풍기

는). 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이 영화의 감독인 미셸공드리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프랑스 출신의,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뮤지비디오와 CF감독으로 유

명한 미셸공드리를 처음 알게 된 건 이터널선샤인 때였다. 그의 두

번째 장편인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엄청난 충격에 전율을 느꼈

다. 찰리 카우프먼의 (완벽한)시나리오도 물론 좋았지만, 섬세하면

서도 엄청난 규모의 비주얼은 나를 완전히 압도 했고, 기발한 상상

을 영상으로 완벽히 구현해내는 그의 능력에 쉴 새 없이 감탄했다.

(이후에 그의 모든 M/V, CF, 영화를 찾아보게 된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가 바로 수면의 과학이다.

 

이 영화에는 그의 전작에서 있었던 부담스런 무거운 짐을 덜어내기

라도 하려는 듯 훨씬 더 장난스럽고 가벼운 분위기

가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그동안의 그의 뮤직

비디오들을 엮어놓은 듯한 지루한 반복을 본다고 하지만 글쎄, 나에

게 미셸공드리의 영상은 언제나 새롭고, 귀엽고 발랄하다.(그는 이

영화에 자신만의 농도 짙은 색깔을 충분히 펼치기 위해 각본까지 직

접 썼을 정도다.) 솔직히 이 작품이 개봉하기 전에 난 예고편을 보고

좀 걱정을 했다. CG대신 수작업으로 표현한 아마추어스럽고 뭔가

어색해보이는 영상과(영화를 보고 나서야 일부러 키치적 느낌을 냈

다는 걸 알았지만) 낯선 이름의 배우들에. 하지만 샬롯 갱스부르, 가

엘 가르시아 베르날이란 낯설었던 두 주인공의 이름은 지금의 내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이런 배우들을 소개시켜줘서 고마워

요, 공드리!) 이 영화를 아직까지 못 봤다면, '꿈'이란 소재를 가지고

그만의 독특한 정신으로 구현한 '미셸공드리 월드'를 한 번

여행해 보길 바란다.

 

사실 수면의 과학이 내게 있어 특별한 한 가지 이유는 이 영화를 떠

올릴 때면 작년 겨울 늦은 저녁에, 관객이 많지 않았던 그 극장에서

봤던 너무도 아름다웠던 한 여자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스테판이 꿈

과 현실이 뒤섞여 혼란스러워 한 것처럼, 그 여자도 혹시 실제로 존

재하지 않는 내 뒤섞인 기억의 '수면의 과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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