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저기 오네
누군가의 말에 일행 모두가 뒤돌아보자
그 곳엔 조금 늦게 도착한 남자가 막 유리문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카페 안 가장 큰 자리에 둘러앉아있던 친구들은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 여자의 눈치를 살피죠.
조심스러운 것 같지만 흥미진진해보이기도 하는 그런 눈빛들
여자는 애써 모른 척 그런 분위기를 견디며 다만 좀 긴장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처럼 남자 쪽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쪽으로 걸어오던 남자는
일행 중에 서있던 이 여자를 발견하고는 얼굴빛이 달라집니다.
모두가 자기를 보고 있는 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기어이 몸을 돌려 다시 유리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버리죠.
순식간에 썰렁해지는 카페 안 분위기
친구 중 누구는 기어이 싫은 소리를 한마디
아이 저 자식 못나가지고 고백했다 채였으면 채인 거지
뭘 저렇게까지 그래 사람들 불편하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문 쪽으로 총총 뛰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남자는 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여자는 그 옆에 가만히 다가섭니다.
이젠 나하고 얼굴도 안 볼거야?
웃고 싶었지만 웃어지지 않는 얼굴로 조심스레 물어보는 여자.
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다른 친구들도 있는데
불편한 거 알지만 이렇게 자꾸 만나야 다시 편해질 계기도 생기잖아.
이렇게 자꾸 피하면 어떡해
사정하듯 말하는 여자의 얼굴을 외면하며 남자는 그럽니다.
나는 그냥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라 참기가 힘들어
순간순간 그래 예전부터 그랬구
니가 서있으면 다가가서 어깨에 손도 올리고 싶구
니가 앉아있으면 니 머리도 쓰다듬고 싶구
니가 웃으면 뭐 때문에 웃는지 궁금하구
니가 인상쓰고 있으면 왜 그러냐고 묻고 싶어서 가슴이 타들어가구
너하고 한 공간에 있는 게 나한테는 참기 힘든 일이야
니가 너무 좋아
니가 나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도 그냥 친구라고 했는데도
그래서 내가 다 알겠다고 대답했는데도 니가 너무 좋아
그래서 너랑 같이 못 있을 것 같애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너는 자유롭게 웃고 떠들고
가끔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웃어주는데
너는 시계를 보고 물을 마시고 화장을 고치고
그러다 내가 널 보고 있는 걸 알면 넌 민망한 듯 웃어주는데
그 순간이 나한테는 전쟁같았어
니가 너무 좋아서 같이 있을 순 없을 것 같다고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사진:Barbie spice"Even If it's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