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마지막 산행을 생각해 본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을 해보는데 첨에는 가야산을 생각했었다..
해인사를 보고 백련암 서장대 칠불봉 가야산정상을 찍고 서정대을 통해서 만물상을 구경하려고 했었는데 별 의미가 없어보인다.....더 색다른 것이 필요했다..
바로 특정한 기준을 정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올해 첫 일욜과 마지막 일욜 팔공산 산행이 뇌리에 스쳐간다..
바로 이거다 싶어 바로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다...
10시 45분에 버스를 타고 동화사 입구에 한 시간만에 도착을 한다...
동화사 입구에 버스가 도착하기 전 버스 안에서 아가씨들이 "와~눈이다" 하면서 함성을 지른다...
이게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인가? 좀 전에도 건조주위보란 뉴스를 듣고 왔는데,....근디 정말 도로가 산엔 눈이 쌓여 있었다..
언제 눈이 왔었지.??..대구에서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한 거 같은데...하지만 이 정도 눈쯤이야...이러면서 별 생각없이 동봉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염불암까지는 가는 내내 보송보송 밟을 수 있는 눈도 있고 해서 정말 순탄했다...염불암에서 경내를 한바퀴 돌고 다시 떠난다....차츰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다..
수태골과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갈라지는 4거리를 지나 오른다...
빙판이 졌다...이런....이 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엉금엉금 기다시피하면서 내려온다.,.이 분들도 나같이 눈이 있는지 몰라서 아이젠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나보다...조심조심했는데 너무 미끄러워 꽈당해버린다...
예전의 악몽이 떠오른다...작년 연말에 동봉 일출 보러왔다가 동봉에서 내려서는데 3번이나 넘어졌었는데 오늘은 빙판이 그날보다 더 심한 거 같다...다시 이 길을 내려간다는 게 두려워진다...갓바위 쪽으로 가면 괜찮겠지 ...??
날씨가 포근해서 동봉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올해 가장 많은 인파를 보는 거 같다...하지만 이런 눈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아이젠 착용한 사람이 거의 없다..
동봉에 올라 눈덮힌 산들을 감상해본다....서봉...비로봉..가야산 .보현산 .앞산...눈 덮힌 산들이 사방으로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2005년 4월 첫주 일욜 시경계산행이 생각난다...그 때는 폭설이 내렸었는데 그 때는 갓 내린 눈이라 미끄럽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시월 마지막 주에 왔을 때는 이런 계단이 없었는데 작년 가을 끝자락 때에 서봉에 계단을 만들더니만 이제야 끝을 맺은가보다...
갓바위를 향하여 벌걸음을 옮긴다...꽈당...또 넘어지고 연거푸 또 미끄러진다...한 번 넘어진 곳에서 몇 발 안 디뎌서 또 미끄러지고 만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난감하고 깜깜하다...팔공산에 바뀐 것이 또 있다...계단만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표지판도 새로 단장하여 세워졌다...
칼날능선을 타고 가다가 배가 고파 동봉, 갓바위 등등 사방이 모두 보이는 바위 위에 올라 동화사 쪽에서 사온 떡을 먹으며 잠시 요기를 달랜다...
조금 지나 칼날능선을 타는 50대 아저씨 두 분이 앞질러 지나간다...잘 됐다싶어 나도 그들 뒤를 따른다...
순탄하게 가는가 싶었는데 그들은 내가 따라오는 걸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갈 길만을 간다... 얼마 후 주춤하는 세에 그들은 먼저 지나가버렸다..잠시 후 산을 올라보니 그들은 바위 아래에 내려서 있었다..
난감하다...양다리와 양팔을 다 벌리고 내려가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낫지 않은 내 팔 힘으로는 애로가 있는 거 같아 빙 돌아서 간다...
한참을 돌아서 가니 그들이 지나가고 있다...따라붙어 계속 같이 가게 되었다....양팔 양다리 다 벌린 그 곳말고는 계속 따라갈 수 있었다...그들은 이 길을 많이 다닌 듯하다...눈이 있어 미끄러운 곳은 아예 오르지 않고 또 금방 내려올 곳은 아예 돌아서 간다...
그렇게 그들의 뒤를 따르니 재미는 있다...멀리 사방팔방 산이 다 내다보이는 바위 위에서 물 한모금 나눠주며 얘길 나눠보니 다른 일행은 뒤따르고 있다고 한다....이 눈은 언제 온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지난 주 일욜날 온 거라고 한다.....산우리가 덕유산 갈 때 온 눈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단 말인가? 그 날 대구에 이렇게 많은 눈이 왔었단 말인가?
그들과 계속 같이 가면서 바위능선의 또다른 표미를 즐겨본다...혼자서 가면 위험하다고 충고를 해주신다....특히 눈까지 내린 이런 날은 올라갈 수 있는 곳도 망설여진다...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이들을 못 만났더라면 칼날바위능선이 아니라 밑으로만 갔을 것이다..
58번지점..예전엔 이곳이 66번이었다는데 이곳에 동화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이들은 동화사로 내려간다고 한다...하나둘 모여든 다른 분들도 하나둘 동화사로 내려간다....우짠다냐? 오늘의 목적지는 갓바위인데..
3시 18분,,,갓바위까지 5.7Km.....해가 넘어갈려면 2시간 20여분...시간상으로는 괜찮을 거 같다.,....망설이다가 그냥 아침에 생각했던데로 밀고 나가보는 거야? 여기 모여 있던 수십여명이나 되던 사람들은 모두 동화사로 내려간다...
혼자만 남았다.....어쩔 수 없다.....어차피 오늘의 산행은 첨부터 혼자였으니...
신령재가 도마재로 바뀐 것인가? 여기서 두 사람을 만났는데 뒤따라오지 않는다....또 동화사로 빠졌는가보다...
또 나 혼자만의 산행이 시작되었다....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오늘은 너무 많은 변수가 생기고 만다..물론 아이젠 하나만 챙겼더라면 이 모든 위험에서 구제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뛰어가던 이 내리막길은 금새 나의 발목을 잡는 길이 되어버렸다...네번째 넘어진다.....도저히 안되겠다..
등산화로 미끄럼틀을 탄다.....10여미터나 쭈욱 미끄러져 가지만 브레이크가 없다.....나무를 붙들어 잡고 바위를 붙들고 잡고...
가야할 길은 먼데 미끄러워서 진전이 되지 않는다...계속 미끄럼틀의 연속이다...비료푸대라도 있으면 좋겠는데..쩝..
팔공약수터 위를 지나간다...그리고 오르막길..빙판길 오르기란 넘 힘들다....아주 천천히 살짝살짝 발을 바꿔가며 오르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아~~아이젠...아이젠만 있었다면 이 정도 쯤이야 신나게 오를 것인데...
적막한 길을 나홀로 걷는다..언제나 그러하듯이 올 한해도 혼자서 참 많이 걸었던 한 해인 거 같다...
아직 4시 좀 넘었을 뿐인데...저멀리 구름 속에 해도 남아 있는데 어둑해 보인다...
계속 걷지만 빙판이 진 곳만 나오면 오금이 저려오고 움추려든다......
능선재....아직 1.8Km가 남았다....점점 더 어둠은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온다...어제가 초하루였다....달빛도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랜턴이 있으니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였고...결국 랜턴은 꺼낼 필요가 없었다.....5번은 채우지 않을려고 했는데 결국은 다섯번을 채우는 꽈당이 되고 만다.....덕유산 산행 때도 서너번 미끄러져 넘어졌었는데 이번엔 더 힘든 산행이다.....그래도 엉덩이만은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마지막 사거리 길...갓바위까지 0.6KM가 남아 다 왔다싶었는데 그게 아니였다....실제로 가야할 길은 계단까지 300m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근데 여기서 4번이나 넘어지고 만다...10번을 채우지 않을려고 애를 쓴다.....잘못 미끄러지다보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아 최대한 낮게 포복을 한다...앉아서 계속 미끄러져 내려간다....미끄럼틀 제대로 탄다.....이런 곳은 푸대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길이다...
300여 미터도 안되는데 16분이나 걸렸다....정말 어렵고 힘든 길.....좀전까지도 빙판이 녹아 걷기 편했었는데 여기가 가장 험한 코스다.....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안도의 함숨을 쉰다...
오늘 같은 날 고어텍스등산화도 안 신고 일반 릿지화를 신고 아이젠도 하지 않고 스페츠도 안 하고....빙판 산행 준비라고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아마추어가 되어 버렸다....등산화를 벗어보니 양말이 살짝 젖어 있다...그래도 하도 많이 움직여 발 안은 후끈하다...
바로 공양을 하러 들어간다...밥 한 공기에 국 한 그릇을 말아먹고 또 국을 퍼와 밥 말아 가득 거하게 다 비운다.....따뜻한 기운이 돈다...내려가기가 싫어진다...어떤 넘들이 아까 하던 말....내려갈 때 미끄러우니깐 정말 조심해야 한단다....이게 뭐야? 계단도 얼었단 말인가?
공양을 끝내고 갓바위로 오른다...다리에 힘이 없다....부처님께 간단하게 기도하며 오늘도 무사하기를 빌어본다...
하산...다행히 계단길은 바싹 말라 있었다...무릎이 아파오고 발목도 좋지 않다....올해 55번 째 산행을 하지만 오늘처럼 힘든 산행은 없었다...지리산 1박2일 산행도 설악산 공룡능선도 이보다 더 힘들진 않았었다...아주 천천히 한발짝씩 내딛는다....절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며 오늘의 어려웠던 산행이 무사히 끝났음을 감사함을 느낀다...
버스정류장까지 평길 걷듯이 쉽게 내려간다......7시다....5시에 도착하는 걸로 예상했는데 두 시간이나 더 걸려버렸다....이렇게 오늘 하루의 산행은 무사히 무탈하게 끝이 났다...오늘의 교훈이라면 겨울 산행은 무조건 아이젠을 챙기자...별로 무겁지도 않고 공간도 별로 차지 하지 않는데....아침에도 짐을 챙기면서 손에 잡혔던 아이젠인데 눈이 왔었는지 몰랐으니...내 불찰이다....
산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자만이 당당하게 그 산을 즐길 수 있다....
5년 9개월간의 산우리 산행...46번 정기산행에 번개산행 또한 수십 건...또한 무수한 모임...
이 모든 것들이 좋은 추억으로 뇌리에 가득차 있다...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로...
며칠 후면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된다....인생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하였던가? 10대에는 10Km로 가던 시간의 속도가 이제 그 세 배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을지니 그 세월에 보폭을 같이 맞춰가며 리듬을 타면서 가야 하겠다...
산을 오르면서 산행 소개를 해놓은 여러 찌라시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지리산 일출이 괜히 땡겼는데 그 날은 엄청 춥다고 하니 움추려든다...이렇게 추운 날 혼자 하는 지리산 일출산행은 포기다...
팔공산 산행의 후유증이 남는다....팔다리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다리는 괜찮아 진 것 같은데 팔이랑 허리는 후유증이 오래간다...
사고로 인해 병원에만 한참을 누워 있어서 그 동안 건강이 별로 안 좋아졌는데 올 연초부터 건강 생각을 하면서 자연 속으로 열시미 뛰었다...
무릎은 좋아진 거 같고 발목은 이번 산행에서도 여전히 아프고 간단한 감기 같은 것은 나를 거부한다...
다사다나했던 무자년의 끝자락에 와 있다...올 한해도 별탈없이 무사히 지나갔고 기축년 우띠해엔 나를 위한 해인만큼 새롭게 새 출발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다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