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고를 지배하는 법이다. 어느 곳에 있느냐가 생각의 방향과 밀도를 결정짓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테마로 하는 트래블 카페(Travel Cafe)에선 여행에 대한 추억과 상상이 포개진다. 지나온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찾아갈 미지의 세계를 설계하기에 좋다. 여행전문가가 운영하고 여행 관련 서적과 자료,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메뉴가 장착된 트래블 카페를 찾아가본다.
◆아쿠아 - 트렁크족의 여행이 시작되는 곳
카페 아쿠아는 2001년 5월 서울 홍대 앞에 문을 열었다. 그동안 홍대 부근 수많은 트래블 카페들이 명멸을 거듭했지만, 아쿠아는 지금까지 처음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쿠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이 5개의 원반형 벽시계와 이정표이다. 바 안쪽 벽면에 방콕, 괌, 서울, 보라카이, 발리의 현재 시간이 나란히 표시돼 있다. 나무기둥 이정표에는 뉴욕, 멜버른, 바르셀로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들이 고정돼 있다.
아쿠아 내부는 홀, 마루,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동남아풍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공수해온 소품들로 내부를 꾸몄다. 동남아 전통 염색기법으로 제작된 화려한 색감의 바틱(batik)을 테이블 위에 깔거나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이국적인 문양과 하늘거리는 느낌이 동남아 휴양지의 아늑한 여유를 선사한다.
자연채광이 뛰어난 널찍한 마루는 쿠션 방석과 조명등이 일품이다. 원색의 벨벳을 씌운 쿠션 방석은 몸은 몰론 마음까지 이완시켜준다. 발리에서 가져온 호리병 모양의 조명등이 은은한 빛을 발하면 편안함은 더욱 고조된다. 유리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과일주스 한 잔을 곁들이면서 나른한 오후를 즐길 수 있다.
카페 아쿠아는 푸껫, 발리, 보라카이 등 동남아의 휴양지 여행정보를 다루는 아쿠아 사이트(왕영호 대표, www.aq.co.kr)에서 운영한다. 카페 한쪽에선 아쿠아 사이트 편집진이 손님과 섞여 업무를 본다. 해외여행, 특히 동남아 여행에 관해 국내 최고를 자처하는 여행 고수들이다. 자유로운 Q&A를 통해 깊이 있는 최신 여행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여행 관련 자료는 태국, 발리, 중국, 유럽, 한국 등 지역별로 분류해 놓았다. 아쿠아에서 발행한 트렁크족(族) 시리즈(방콕, 발리, 보라카이 등)는 구입도 가능하다. 여행정보는 주로 트렁크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렁크족은 말 그대로 트렁크를 끌고 여행하는 직장인이나 가족여행객을 의미한다. 배낭여행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보고 체험하고 느껴보는 학습 성격인데 반해 트렁크여행은 휴가와 재충전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진행된다. 소비형태도 트렁크족과 배낭족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된다. 트렁크족은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요시한다. 여행지 선정과 숙소, 일정 선택에 있어서 배낭족과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식사메뉴는 샐러드, 면류, 그라탕, 피자 등 다양하다. 카오 팟(태국 볶음밥), 팟 타이(쌀국수), 나시고랭(인도네시아 볶음밥) 등 동남아 음식은 왕 대표의 아내인 김숙경 씨가 맡는다. 10여 년 전 푸껫에 식당을 열려고 계획했을 만큼 공인받은 음식솜씨다. 국가별 와인 리스트도 갖추고 있는데, 가격은 2만5천~6만5천 원이다. 달러, 유로, 엔, 위안, 바트(태국), 루피아(인니), 페소(필리핀) 등 외국 화폐도 사용 가능하다. 당일 매도기준 환율이 적용된다.
>>운영시간 : 오후 2시~다음날 1시, 서울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태승빌딩 5층에 있다. 02-337-2230, www.cafeaqua.net
◆사막 - 달콤한 여행의 추억
카페 사막은 '여행 마니아를 위한 오아시스'로 통한다. 여행의 매력에 중독돼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여행정보와 후일담이 자유롭게 교류되는 행복한 마당(場)이다.
사막은 본래 인사동 갤러리의 화가들과 사진작가들의 아지트로 출발했다. 사진과 그림이 걸리고 공연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웹디자이너 출신의 김윤희 대표는 사막의 4번째 주인이다. 약 400일에 걸친 북반구 일주를 마치고 2004년 11월 사막에 입성했다. 배낭여행 중 즐겨 찾던 트래블 카페의 느낌과 활용가치를 서울에 구현시키고 싶었다.
김 대표는 사막을 인수하자마자 카페에 '배낭여행'을 이식했다. 7개의 테이블을 이집트, 터키, 인도ㆍ네팔, 한국, 북미, 아시아, 유럽으로 명명했다. 배낭여행 기간에 차곡차곡 쌓인 지도, 항공권, 입장권, 기차표, 엽서 등을 활용해 각각의 테이블을 꾸몄다. 인도ㆍ네팔 테이블에는 뭄바이의 여객선에서 만난 인도인이 힌디어로 적어 건넨 엽서를, 북미 테이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지녔던 지도를 붙이고 니스로 덧칠했다. 이집트 테이블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터키 테이블에는 가장 좋아하는 터키어인 타맘(Tamam-괜찮아요/좋아요)을 새겨 넣었다. 또한 손님들이 각 지역에 대한 여행경험과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적을 수 있도록 메모장을 하나씩 비치했다.
소설과 시집이 차지했던 카페 책꽂이는 여행 가이드북과 자료로 다시 채워졌다. 김 대표는 해외여행 뿐 아니라 국내여행에 관한 자료도 따로 마련했다. 카페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정보를 한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자신의 고향 제주에 관한 화보집과 여행자료를 적잖게 수집해 놓았다.
카페 사막은 부정기적으로 사진, 미술 전시회도 개최한다.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벽면 전체에 낙타 종이인형을 붙여 놓는다. 조명이 종이인형을 비춰 낙타들의 그림자가 만들어지면 대상(隊商)들의 행렬이 벽화처럼 나타난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카페는 오아시스로 변하고, 손님은 사막 유목민인 베두인(Bedouin) 족이 된다.
메뉴는 크게 음료와 식사로 나뉜다. 음료는 터키 애플티(6천 원)와 인도 발효 음료인 바나나 라씨(6천 원)가 대표적이다. 김치볶음밥 등 식사 메뉴는 다양한데 가격은 5천~9천 원이다. 후식으로 네팔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유기농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이 제공된다.
>>운영시간 : 오전 11시~새벽 1시(월~금요일), 오후 2시~새벽 1시(토~일요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아름다운가게를 지나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해 약 50m 직진하면 '사막' 간판이 보인다. 02-734-3477 www.samack.com
◆아미고 - 도심에 피어난 잉카의 꿈
아미고 카페는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중남미 전문 여행사인 아미고 투어(박재혁 대표)에서 운영한다. 아미고 투어 사무실과 미닫이문 하나를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다. 박 대표가 지난해 봄 서울 홍대 부근에 새 사무실을 장만한 이후 약 1년 동안 손수 페인트를 칠하고 망치질을 하면서 중남미 분위기의 카페로 꾸몄다.
아미고 카페는 3층에 있지만 오르려면 시간이 꽤 소요된다. 2층과 3층 사이 계단 벽면에 걸어 놓은 중남미 여행사진 70여 장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페루의 마추픽추와 티티카카 호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 등 중남미 여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명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을 하나씩 보다보면 마음은 벌써 안데스산맥 상공을 나르고 있다.
중남미의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카페 입구에 다다르면 문패처럼 걸린 유화 작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쿠바 하바나의 카페 골목을 묘사한 그림이다. 카리브해의 정열과 재즈의 선율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아미고 카페의 내부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중남미 분위기 일색이다. 다채로운 색상의 바닥 프린트는 잉카 인디오 여인들이 손으로 짠 직물공예를 연상시킨다. 소파마다 알파카, 야마, 비쿠냐 등 중남미 토착동물의 부드러운 털가죽이 덮여 있다. 창문 안쪽에는 원목으로 만든 덧창을 달았는데 악기, 조각품, 장식품 등이 걸려 있다. 물소 뿔로 만든 커다란 나팔과 대나무 피리는 심심파적 장난감으로 불어볼 수 있다. 박 대표가 멕시코시티에서 100달러에 구입한 원반 형태의 아스텍 태양 달력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아스텍 문명의 뛰어난 천문지식과 종교관을 담고 있다. 물론, 태양 달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살아 있는 사람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던 제단의 포스터 사진이 걸려 있어 문명과 야만의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미고 카페에선 언제든지 중남미 여행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브라질 항공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현재 국내의 내로라하는 중남미 여행 전문가에 속한다. 77일에 걸친 중남미 일주를 비롯해 30회에 육박하는 중남미 투어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메뉴는 크게 음료와 요리로 나뉜다. 브라질에서 생산된 이과수 커피와 멕시코 전통 차 가격은 각각 3천500원이다. 옥수수나 밀가루로 만든 둥글납작한 전병에 각종 야채와 다진 고기, 치즈 등을 얹어 먹는 타코는 2인분 가격이 1만8천 원이다. 런치 스페셜로 마련되는 타코와 해물볶음밥은 5천~7천 원이며 모든 점심 메뉴에는 이과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 주류는 데킬라,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데 안주류 가격은 1만~2만5천 원이다.
>>운영시간 : 월~토요일 오전 9시~오후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교호텔 뒷길에서 양화대교 방향으로 약 50m 직진하면 첫 사거리 오른쪽 4층 건물에 '아미고 투어' 간판이 보인다. 02-325-9724, http://amigocaf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