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매우 우울의 바닥을 쳤으므로,
오늘 나는 그럴 듯한 거짓말과 괜찮은 진실을 섞은 일기를 쓸거다.
거짓말을 일기에 쓰는 것은 처음이다.
이건 소설보다 더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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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미친 듯이 잘 써졌다.
일어나자 마자 찬물을 꿀꺽꿀꺽 먹고 계란프라이랑. 베이컨을 몇 장 구운 다음.
청경채랑 야채를 섞어서 간단하게 조렸다.
큰 접시에 그것을 담고 티비를 켜 놓고 아구아구 먹기 시작.
다 먹자마자 티비를 단호히 끄고ㅡ 바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응?)
내 소설은 순풍에 돛 단 듯. 아주 미친듯이 잘 써졌고,
나는 행복해 죽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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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 때문에 신형철 선생님께 연락 드렸다.
올려놓은 소설들을 잘 보았다고 비록 몸이 너무 아프지만 내일 빨리 만나고 싶다 하셨다.
우리 소설로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내도 좋겠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창비로 갈까 저어해 은근한 멘트로 문학동네에서 낸다면 잘 해주시겠다 유혹하셨다.
나는 겸손해 하며 선생님께 알겠다고, 생각해 본다고 대답했다.
파피루스 회원들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다.
"왜 합평 날짜가 다 되었는데 공지가 없냐, 나는 이 날만 기다리면 살아가는데." 라는 것이었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나는 내일 갑자기 수성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참석이 가능하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역시나 회원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말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며 지금 당장 우주선을 서로 먼저 예약하겠다고 아우성들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다. 고 이야기 하는데 나는 그만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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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미언니와 국화언니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둘 다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집에서 소설만 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목이 너무 말랐다.
냉장고 문을 열자 국화 언니가 들어있었다.
언니느 서프라이즈 라고 외치며 쓰러졌다.
도대체 왜 냉장고에 숨어있었느냐고 이야기 하자 언니는 하얀 숨을 몰아쉬며.
오늘같이 쓸쓸한 토요일 저녁에 혼자서 집에 있어야 할 나를 놀래켜 주기 위한 이벤트 였다고 대답했다.
나는 깜짝 놀라. 전기 매트와 스토브를 찾았다.
언니를 빨리 녹여야 했기 때문이다. 스토브는 베란다 구석에 있었다.
나는 베란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베란다 구석에서 그만 상미언니가 나타났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큼한 과일과 과일 젤리, 샤베트를 들고.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더니 "우울함을 날려주는 사람을 보내드려요" 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윤강평 교주놀이셋트와 석양정섹시댄스하우스, 조민영 함박웃음 1회권과
그 유명한 "김선희,백윤숙과 킴쿡남매 외갓집아이들 시리즈" 중에 - 한정판, 회진앞바다 낚시시합셋트를
손에 들고 왔다.
집은 순식간에 왁자지껄 해졌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고, 너무 피곤하며 내일 준비할 설교와 예배준비 때문에 집에 들어간다던
임영훈씨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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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늘은 국인이 생일이었다.
연정이에게서 303호로 놀러오라는 연락이 왔고.
가 보니, 천정엔 빈틈없이 풍선이 가득.
바닥엔 컵에 담긴 초가 하트 모양 길이 되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은 너무 일반화되어 버린 이벤트라 생각했는데, 막상 지켜보니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부러웠다.;; ㅎㅎ)
한 시간동안 함께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국인이는 군대 후임들이 횟집에 10명 가까이 찾아와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중에 먼저 일어나서 집에 온 것이라 했다,
김국인이는 그러니까 12시까지 오라는 연정이의 명령에
타이어 소리와 바퀴자국과 타이어 타는 냄새로 온 동네를 깨우며 차를 멈췄는데,
결국 음주운전에 신호위반을 미친 듯이 하며 왔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었다.
우리는 김국인이의 옛날 이야기들을 하며 즐겁게 김국인이를 놀려댔고,
취한 김국인이는 몸을 비틀거리며 연정이를 괴롭히는 등 진상을 부렸다.
나는 윤강평강공주와 상민오빠가 홍대로 오라고 계속 연락을 했지만 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딱히 집에서 소설을 쓰지도 않았다.
아, 아니지. 굉장히 많은 소설을 썼다.
그러니까 굉장한 명작들.
당장 내일 문학동네에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기만 한 작품들을 써 냈다.
그리고 벌써 그 인세로 나는 먹고 살기에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가 되었고.
행복에 대한 기준이 500% 바뀌면서 문득 스위스로 향할 티켓을 끊었다.
임영훈씨가 부탁한 시골에 갈 기차 티켓은 설 대목 시즌이어서 그런지 이미 모든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화가 난 나는 벌어들인 인세로 한국철도청을 인수해 버렸기 때문에.
임영훈씨는 표를 끊지 않고 편하게 시골에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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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오래간 잊고 쓰지 않은 거리가 생각났다.
천사소녀 네티인 우리 엄마는 농협에 다닐 때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었던
그 일을 하기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조금은 쉬나 했더니 일 주일도 채 못 쉬고 바로 다음 직장을 다니신다는...
농협을 그만두자 마자 거기 뿐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대단한 엄마.
나는 엄마에 비하면 완전 거지...
아니 나는 엄마처럼 멋진 사람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암, 나는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
나는 오늘도 소설을 쓴다.
굉장히 멋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