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봐도 노래 잘 할 것 같다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생이다. 그 졸업식이 있던 해 겨울은 H.O.T 같은 아이돌들이 혜성같이 나타나 가요계를 장악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룰라, 듀스 등의 댄스 / 힙합 음악이 대세였다. 그러다 보니 댄스 음악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로써는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신승훈, 이승환, 윤종신, 그리고 윤상의 음악으로 또래와 문화를 얘기하기는 재미가 없었다. 그런 평범한 토요일이었다. 그 때는 케이블 방송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다. 단지 내가 즐겨했던 것은 나우누리와 음악방송 뿐. M 본부에서 주말에 하는 음악방송에서는 그 날도 별다를 바 없는 립싱커들이 출연해 해괴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듯 보여주고 있었다. 입은 움직이도 않은 채 말이다.
"이번에는요. 감성적인 발라드 한 곡을 들어보겠습니다. 매니아들에게 탄탄한 인지를 받고 있는 팀입니다."
MC의 멘트가 끝나고 이제는 너무 익숙한 그 전주가 시작됐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 토이2집 지운줄 알았어 너의 기억들을
친구들 함께 모여 술에 취한 밤
니 생각에 난 힘들어
그런채 살았어 늘 혼자였잖아
한때는 널 구원이라 믿었었어
멀어지기전에
그것만 기억해줄수 있겠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해
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행복하겠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께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웃을수 있었어 널보고 있을땐
조그만 안식처가 되어주었지
멀어지기 전엔
그것만 기억해줄수있겠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해
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행복하겠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께
기억해 다른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마른 한 사내는 피아노를 쳤고, 어색한 표정의 또 다른 사내는 노래를 불렀다. 이것이 사춘기를 함께 보낸 토이와 유희열, 그리고 김연우와 첫 만남이었다. 그들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자연스러운 가사는 내 성장기에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였고 사랑이었고, 아픔이었다. 그 음악과 함께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었다.
방황을 하던 시절에도, 대학을 처음 가 사랑을 할 때도 늘 그들의 음악은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내 사랑을 누구보다 응원해주었고 내 아픔을 누구보다도 걱정해주었다.
김연우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사랑스럽게 포장하는 재주가 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진실이 보인다. 혹자들은 '김본좌', '가수의 선생님' 등의 호칭을 붙여가면서 그의 풍부한 성량과 미성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의 목소리는 가식이 없다. 술 취해 그녀를 떠올리며 베란다 한 켠에서 담배를 물며 흥얼걸리던 우리네 성장통과 똑같다.
23번째 생일 / 토이2집
서툰 기대였나
한참 밤새도록
너의 전화만 기다렸어
작은 촛불 놓여진 초라한 케익만
이밤을 축복해 주네
너를 위해 준비한 식탁 한구석에
곱게 놓은 와인잔 두개
커튼 사이 스미는 창백한 달빛만
이밤을 축복해 주네
가끔씩 내게 들리는 너의 얘기들
힘겨워 보인다는 친구 얘기
난 알 수 있어
아무 말도 없이 작은
한숨소리만 남긴채
끊어진 테잎안에는 너의 느낌이 있어
전화 벨 만 울려도
혹시 네가 아닐까
괜히 눈물이 날것만 같은데
울지마
울면 모든게 무너져 버리잖아
허락해줘
다시 널 찾겠어
가끔씩 내게 들리는 너의 얘기들
힘겨워 보인다는 친구 얘기
난 알 수 있어
아무 말도 없이 작은
한숨소리만 남긴채
끊어진 테잎안에는 너의 느낌이 있어
전화 벨 만 울려도
혹시 네가 아닐까
괜히 눈물이 날것만 같은데
울지마. 울면 모든게 무너져 버리자나
허락해줘
다시 널 찾겠어
특히 2집에 수록된 <23번째 생일>이란 노래 후반에 거친 숨소리로 연인에게 호소하는 대목은 나 스스로에겐 어떠한 노래보다 더 애절하게 와닿는다. 정확히 11살에 들었던 저 노래를 아직까지 나는 매일같이 들으면서도 새로운 슬픔과 사랑에 빠져들곤 한다.
멋진 음악인 김연우. 아직 더 스스로의 굴레속에 자신을 가뒀다는 느낌이다. 마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옷을 벗는 양파와도 같다. 그러기때문에 그 어떠한 가수보다 더 그의 음악을 기다리게 되고 설레게 된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나의 삶에 진정한 친구로써 사랑과 인생을 가르쳐주길 바란다.
그건 사랑이었지 / 김연우 2집 불켜진 동네 거리를 지나
시나브로 밝아오는 자정의 골목으로
작년은 기다린 맘으로 난 단숨에 당신으로 달려들어갔지.
지난시간의 토막들아
단 하나도 가지않고 남아 있었구나 고즈넉히 마음을
데우며 그 추억을 세월을 지켜주고 있네.
그 때는 뜨거운 체온으로 무장한 네 눈빛 몸집만한 선물보다
더욱 컸던 내마음 그건 사랑이었지 그건 사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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