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턴트 : 다크에이지]의 배경은 서기 2707년의 먼 미래입니다. 하지만 그곳도 시끌벅적하고 암울한 세상이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네 대륙으로 나뉘어진 인류의 땅따먹기 전쟁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였으니 말이죠. 설상가상으로 선조들이 봉인시킨 뮤턴트들이 풀려나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뮤턴트 : 다크에이지]는 스팀펑크 장르를 표방한 작품입니다. 2707년이라는 그 먼 미래에 사람들이 왜 2차세계대전과도 같은 후진 대륙전을 벌이고 있으며. 복고적인 의상에. 생뚝맞은 기관총으로 람보행세를 하고 있는지는 이 용어 하나로 대충 넘어가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요. 이 영화에서 복고적인 효과는 초현실의 공간으로 보이기보단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거든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에일리언]을 우겨넣은 꼴이 영 어색할 지경입니다.
배우들을 한 번 살펴보죠. 포스터에 떡하니 올라있던 '존 말코비치'는 일찌감치 퇴장하는 떡밥용 캐스팅이고. '론 펄먼'은 마초성 짙은 이미지와는 상반된 사제신부로 출연합니다. 기대하고 있던 '데본 아오키'는 배역을 너무 평이하게 만들어놔서 안스러울 지경이에요. 사실 전체적으로도 그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도 없고요. 노골적으로 울려대는 레퀴엠은 주인공들이 비장하고 정의롭다고 우겨대지만. 글쎄요. 우격다짐도 정도가 있어야지.
스토리는 더 가관입니다. 만든이들이 보기에도 이 상황이 그닥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걸 알았는지. 초반부터 내래이션으로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희미한건 다 이유가 있지요. 제목에 뮤턴트를 끌어놨음에도 정작 그녀석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영화는 함구하고 있거든요. 뮤턴트들의 존재여부나 동기가 희미하다 보니 대립구조가 엉성할 수밖에요. 더욱이 주인공들이 진창 읊어대는 종교론적 담론은 귀가 간지러울만큼 민망한 수준이에요. '론 펄먼'의 마지막 대사는 그 중에 베스트죠. "무신론자인 그가 예언자였다니!" 어이쿠.
중간중간 '설마 이 상황이 말이 되는거야?' 싶은 설정들이 눈에 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로, 뮤턴트들이 인간을 낚아채고 자신의 아지트로 끌고 가는 시간이 족히 몇 주는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요. 보란듯이 6주전 실종된 '나단'이란 인물이 뮤턴트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장면이 연출되죠. 그럼 6주동안이나 머저리 같은 뮤턴트들은 인간을 질질 끌고 지하로 내려왔다는 말이고. '나단'이란 인물은 저항 한 번 못하고.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채로 신음소리나 끙끙대면서 버텨왔단 말인가요. 날렵하던 뮤턴트들의 체력은 순전히 전투용으로만 사용하는거랍니까. 포로는 꼭 끌고와야 한답니까; 그 녀석들의 머리는 장식이군요. 질질 끌려다녀도 꿋꿋이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력은 또 어떻고요. 허허.
'토마스 제인'은 아무리 봐도 왕년의 '크리스토퍼 램버트' 느낌이 듭니다. 그가 어떤 행보를 갈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램버트를 따라 [포트리스] 같은 영화로 필모를 채운다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미 늦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