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째서 여자의 허영은 용납하지 못할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여자는? 아직 때 덜 묻은 남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못생긴 여자!’를 외칠 테고, 여자 좀 사귀어본 남자라면 ‘허영심 많은 여자’를 꼽으리라 장담한다. 쳇, 사 줄 능력이 없나 보지?라고 묻는다면, 글쎄…. 40평짜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혼자’ 사는 내 친구놈 하나는 여자의 허영이라면 학을 뗀다고 했으니. 종종 ‘졸부집 아들’이라는 불명예스런 닉네임으로 불리는 또 다른 친구놈도 마찬가지다. 고시공부를 핑계로 부자 아버지를 협박(?)해 30평 아파트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고시 책 대신 앤티크 단풍나무 책상에서 노상 와 <에스콰이어>를 읽더란 말씀이다. 방 세 개 중 하나는 침실, 하나는 서재, 하나는 꼭 ‘드레스룸’이라 부르더라. 그런 놈조차 허영심 많은 여자는 싫다는 거다. “왜?” “골 비어 보이잖아.” “그럼 넌?” “난 허영이 아니고 가오지, 가오!”
♥ 여자의 허영, 남자의 ‘가오’
그렇다. 남자의 허영은 ‘가오’인 것이다. 여자의 허영이란 개인적이고, 합리적이고, 예술 지향적이다.(너무했나?) 과외 세 탕 뛰어서 명품 가방 좀 샀기로서니 그게 뭐 어때서. 세일 정보 체크하고 꼭 디스카운트받아 산단 말이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인테리어 예쁜 카페에서 만원짜리 카푸치노 좀 마시면 안 돼? 1백원 2백원도 따져서 더치페이한다구. 그런데 남자의 허영은 (좋게 말하면) 사회적이다. 디스카운트라니! 더치페이라니! 꿈도 꿀 수 없는 짓이다. ‘가오’ 떨어지는 짓이다. 혼자서는 포장마차 가도 떼거지로는 룸살롱 가는 게 남자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마치 자기가 대단한 인물인 양 떠벌리는 것도, 실속 없는 과대표 선거에 전투적으로 덤벼드는 것도, 수업시간에 여지껏 주워 들은 이론을 총동원해 답보다 더 긴 질문을 해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차라리 좀팽이라면 좋을까?
양심적으로, 솔직하게, No. 목격한 바에 따르면 허영심 많은 남자는 반드시 인기가 있다. 번듯하니까. 같이 다니기 폼 나니까. 뭐든 잘 사주니까. 간혹 허영심 많은 남자친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여자를 보면 다분히 ‘이기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늘 술값을 계산하고, 휴대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꾸느라 데이트 비용이 쪼들리니까. 그 돈 모아서 나한테 근사한 선물이나 해줬으면. 쥐뿔도 없는 게 펑펑 쓰고 다니는 꼴이라니. 저러다 뭐 될까. 계속 사귀어도 내 인생에 지장 없을까.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혹시, 나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그의 허영심을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닐까?
♥ 남자의 허영심, 이렇게 고쳐라!
1. 따끔하게 한마디 대개의 남자들은 ‘허영심’이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아마 자기가 허영심 많은 족속인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 “너, 생각 없어 보여!” “졸부 2세 아니니?” 일침을 가하라.
2. 돌려치기 작전 대놓고 말하기 미안하다면 간접적인 방법도 있다. “쟤는 뭘 저렇게 둘둘 감고 다닌다니?” “자신감이 없으니까 더 저러는 거 아니겠어?” 다른 허영남을 흉보는 거다.
3. 기 살려주기 허영심의 기저에는 열등감이 숨어 있을 공산이 크다. “넌 명품이 없어도, 비싼 옷을 안 입어도, 일류대에 안 다녀도 멋진 남자야”라고 말해줄 것.
4.지갑을 두고 나가라 데이트할 때 일부러 돈을 안 들고 나가는 거다. 나한테 다 써서 딴 데 돈 못 쓰게.
5. 커플 통장 마누라도 아니고 용돈과 카드를 압수할 순 없는 노릇. 커플 통장을 개설해 1주일에 다만 1만원씩이라도 함께 저금하면 낭비벽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6. 아르바이트 함께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권해보면 어떨까? 돈 벌어봐야 돈 무서운 걸 안다. 힘들게 번 돈은 아까워서 못 쓰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