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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한국 등지는 이유- 간협, 인력 부족현상 관련

박효선 |2009.01.31 01:42
조회 801 |추천 5






 


[포커스] 간호사가 한국 등지는 이유


























42년 전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이맘때쯤 한국 간호사 251명은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 76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에서 선진국에 일하러 떠난다는 것은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도 있었지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낯선 땅 독일의 시골병원으로 흩어져 알코올을 묻힌 거즈로 사망한 사람들의 몸을 닦았다. 한국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는 대가로 당시 월 440마르크(110달러)를 받고 급여 대부분을 고국으로 보냈다. 간호사들은 그때부터 1만226명이 독일 땅을 밟았고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오늘날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나이팅게일이 1853년 발발한 크림전쟁에서 영국군 부상병을 간호한 `백의(白衣)의 천사`였다면 한국의 간호사는 한 나라의 경제를 살린 `백의의 수호신`들이었다.

간호사들은 졸업할 때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라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추상적인 이 선서보다 우리 선배였던 파독 간호사들의 사랑과 희생을 되새겨보는 게 예비 간호사들에게는 훨씬 더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격세지감이지만 요즘 간호사들 사이에 미국 간호사자격증(NCLEX-RN)을 따기 위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보다 근무환경과 급여가 훨씬 나은 미국 병원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젊은 간호사들이 휴가를 내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써가며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나가고 있다. 간호사들이 해외로 시험을 보러가는 이유는 국내 모 사설학원이 시험문항을 유출시켜 미국간호사협회가 `신뢰`를 문제삼아 국내 시험센터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NCLEX-RN 자격증 소지자는 현재 6000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병원에 일자리를 얻은 간호사는 320여 명에 불과하다. 간호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영어실력이 달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왜 간호사들은 먹고 살 만한 고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나려고 하는가.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는 의사에 비해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 하나로 같은 의료인이지만 조무사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일부 병원은 한 달 월급 1500만원을 주고 의사들을 스카웃하면서 간호사에게는 연봉 1500만원도 안 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옆에서 지켜본 간호사의 삶은 고달프다.

간호사는 낮, 저녁, 밤 3교대로 일하며, 가장 힘든 것이 월 7~8일 정도 밤 10시부터 아침 6~7시까지 일하는 나이트 근무다.

간호사 대부분이 한창 젊은 여자라고 해도 아침, 오후, 밤 근무를 번갈이 가면서 일하다보면 시차 적응은 물론 생체리듬까지 깨져 강철체력을 가지지 않고는 항상 몽롱한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 상당수가 그만둔다. 지금까지 간호사면허증을 취득한 약 23만명 중 35%에 가까운 7만5000명이 현장을 떠나 장롱면허로 지내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간호사는 병원에서 환자와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이다. 이들이 환자를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갖고 보살피느냐에 따라 병원의 인상이 달라진다. 간호사는 병원 전체 인력 중 30~40%를 차지할 만큼 중추적인 구실을 한다.

최근 대학종합병원이 병원을 신ㆍ증축하며 간호인력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도 조만간 제3세계에서 한국을 찾아온 `파한(派韓) 간호사`를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간협, 인력 부족현상 관련 개선안 제안해 
 








최근 간호사 인력 부족 현상에 대해 급여 인상과 탄력적 근무제도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원간호사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초임은 평균 2200만원이고 병원별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또한 ‘2007년 노동통계’에 따르면 간호사 최저연봉인 1500만원은 단순 노무종사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협은 ▲대형병원증설로 인한 중소병원 간호사 이직 ▲중소병원 간호사의 낮은 임금 ▲악한 근무환경 ▲육아 및 보육의 문제 등을 간호인력 부족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병원들이 병상 수 증설을 통한 경쟁을 가속화하면서 간호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중소병원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간협의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 이상이 전체의 37.6%를 차지한다. 또 간호사의 26.8%는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부회장은 “건강보험수가를 통해 간호사 급여를 현실화하고 야간 및 휴일 가산제가 필요하다”며 “‘탄력적 근무제’를 도입해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은 축사를 통해 “간호인력 수급대책 TF를 구성해 간호사 근로조건 향상 등을 통해 다각적 방안을 마련·추진하겠다”며 “간호인력 수급 및 질적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cihura@mdtoday.co.kr)
[과학기술부 = 이병문 차장 leem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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