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거취는 검찰수사와 무관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거취 문제에 대해 "지금은 내정 철회를 할 떄가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경찰 잘못이 드러나면 내정을 철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얼핏 들으면 선(先)진상규명, 후(後)인책이라는 여권의 주장과 비슷해보이지만,문맥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돌연 "우리 사회는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법 질서 애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경찰이 법을 위반한 사람들 앞에서 잘못하다 자신들이 당한다면 누가 나서겠나. 국가가 질서를 잡으려면 원칙에 추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 질서를 지키지 않은 쪽은 철거민인데,이들의 농성을 진압한 경찰을 문책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용산참사의 성격을 '법 질서'차원에서 보는 대통령의 인식도 심히 유감스럽지만,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자기 생각을 공개적으로 애기하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찰을 감싸고 돈 마당에 검찰이 경찰 지휘부를 상대로 공정한 수사를 펼치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이래저래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한 이유다.
김 내정자의 거취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그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농성 진압을 하도록 최종 승인했고,그 작전 과정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사퇴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하는 것은 인사 문제가 아니다.김 내정자가 경찰의 과잉진압 행위에 얼마나 지휘 책임이 있으며,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다.
참사 초기에는 청와대에서도 김 내정자에 대한 내정 철회를 당연시했다고 한다.그런데 슬금슬금 사건의 본질을 비트는 말들이 정부ㆍ여당에서 흘러나오더니 이젠 대통령이 '철회 불가'를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참으로 적반하장이다.
2009년 2월 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