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지고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문득 생각나는 그가 아니다
지하철에서 졸린 내게 어깨를 빌려주던 그를 떠올리며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괜찮았고 아직 휴대폰에 저장 돼 있는
그의 이름을 볼 때도 괜찮았다 선물 받고는 넣어둔 티셔츠를
발견했을 때도 참을만 했고 메신저에 그가 로그인 했다는
알람이 울릴 때도 참을만 했고 그의 얼굴이 좋아 보이더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하지만 예전에 둘이서 함께 했던 것을
나 혼자 하고 있는 걸 발견할 때 슬퍼진다
둘이 부르던 듀엣곡을 혼자 노래방에서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둘이서 같이 보던 미니시리즈 후반을
혼자 보고 있는 나를 발견 했을 때 둘이 함께 나란히 탔던 차를
혼자 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슬퍼진다
하지만 제일 슬픈 건 나도 모르게 그를 닮아버려서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때다
병 째 들고 물을 마시던 그를 따라 물을 마시고
화가 나면 머리를 쥐고 입술을 깨물던 그의 표정을 짓고
누군가의 말 끝에 그가 했던 것처럼 "정말?" 이라고 되묻고
커피를 안 마셨는데 이제는 에스프레소 더블샷만 마시고
록 음악이라면 질식 했으면서도 Kent의 신보를 사고 있을 때
언제 내가 이렇게 그 사람을 닮아버렸을까
나와 달라서 좋았던 그 사람도 나처럼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