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제니퍼 애니스톤의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나의 박수 따윈 그녀 귓가에 닿지도 않을테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이제 그녀는 분명 레이첼의 그림자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여자 배우라는 위치의 아쉬운 한계를 보여주었고, ‘돈많은 친구들(Friends With Money)’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Friends’ 속에 있었지만, 그녀는 이제 내게 레이첼이 아닌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으로 보인다. ‘말리와 나‘와 함께 이제 곧 개봉을 앞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의 그녀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영화는 존이 부인 제니를 위한 (표면적인)선물로, 강아지 말리를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정보다 아직은 일에 욕심이 많은 그가 아이를 원하는 제니의 생각을 늦추기 위해 강아지를 선물했지만, 말썽많은 말리에게 어느새 존과 제니 모두가 동화되어 가는 과정은 러닝타임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이 영화는, 기존의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는 과장된 코미디적 요소 또한 적당히 절제하면서 나름대로 현실적인 드라마로 내러티브를 전개해 나간다.
중간에, 존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며 (일과 가정 모두에서의)권태를 느낄 때쯤 잠시 말리와 함께 해변으로 휴식을 취하러 갔던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존은 사랑하기는 하나 못미더워서 항상 말리의 목에 채워놨던 목줄을 잠시 풀어주는데, 기다렸다는 듯 자유롭게 달리는 말리의 모습을 보며 그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통해 어떤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을 향해가는가 싶더니 이어지는 장면은 말리가 해변가에 변을 보는 장면! 뒤에 있을 더 큰 감동을 위해 여기서 호흡을 전환한 감독의 연출은 탁월했다. 또한 후반부분, 클리셰가 되어 버릴수도 있었던 말리와의 추억을 담은 회상씬도 존의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감독의 섬세했던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
개를 키우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몰입이 잘 됐고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영화는 개를 키우지 않더라도, 영화 마지막의 존의 내레이션처럼 개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다시 해보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