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기억의 저편에서 날 지켜 보는 이가 바로 당신이라면...
난...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라면...
여기까지 달려온 날 기다려준 이가 당신이라면...
난...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라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당신이라 할지라도~
난... 여전히 당신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려 합니다.
당신의 목소리...
낮은 긴장감으로 흔들리던 당신의 눈빛...
말없이 적어 내려가던 글씨들...
미끄러운 눈길 위를 걸어가 듯 조심스러운 발자욱,
떠난 당신이 그렇게 가까이 계신줄 알았다면,
한 번쯤은 씩씩하게 손인사를 건넸으려만...
잘 지내시죠...?
나도 잘 지내요...!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못내 잊을 수 없는 까닭은 당신이 선물한 겨울 때문입니다.
겨울 이야기들...
하얀 속살 드러내며 활짝 웃기만 하던 당신의 얼굴은 그대로 겨울입니다.
언제듯 정해진 시간이 되면 날 찾는 반가운 첫눈입니다.
시간이 눈처럼 녹아 흔적이 가물거릴 때,
습관처럼 난 당신의 영원을 순간에 담습니다...
누구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는 법이죠.
당신이 처음 눈에 익던 그 날...
커튼 위로 비추던 포근한 햇볕이 당신을 숨기고 있을 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날 찾았습니다.
당신을 잃을까봐...
당신이 그 자리를 잊을까봐...
난 오래도록 창을 닦으려 합니다.
지독한 감기가 날 괴롭힙니다.
열병입니다. 지독한 사랑이 묻어나는...
무거운 담요를 걷어내고 일어나면
난 예전보다 더 강해지겠죠.
그리고 조금은 더 자란 모습으로
당신 앞에 자랑처럼 서게 될 겁니다.
이야기...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숨죽이며 감추어 놓은 비밀스런 사랑의 처음 기억들을
당신에게 천천히 풀어 놓겠습니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당신이 떠난 겨울산 깊은 골짜기 속에 우리의 사랑을 묻어두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물던 곳...
당신의 책들이 원래의 자리에 옮겨지도록,
내가 다시 당신을 곁눈질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
여기 우리의 비밀 기지에 당신의 이름을 흩어 놓았습니다.
숨죽이며 당신의 아침을 기다린 시간들...
매일처럼 지나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오늘 아침은 서투르고 투박한 나의 용기를 동원할 것입니다.
당신의 놀란 웃음이 메아리로 돌아올 때쯤...
내 가슴도 당신의 자전거만큼이나 숨가쁘게 내리막을 달리겠죠!
고마워요!
내 곁에 있어주셔서...
나의 좋은 친구가 되주셔서...
처음으로 나의 사랑이 되어 주셔서...
그러나...
이 마지막 편지는 차마 당신에게 부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사랑이었기에....
영원히 당신을 나의 사람으로 남기려 합니다.
겨울이 날 찾을 때마다...
우리의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눈송이에 실려 내게 들려오겠죠.
오늘도 난,
우리의 이름 석 자를...
내 작은 도서관에서 찾고 있겠죠...
(글: 윤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