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못 달았다가, 미친놈을 만났다 ㅠ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젊은 청년 K씨는 일본의 요리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평소 자신이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실시하는 모의투표에 대해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나쁜 놈들’이지란 단순한 생각에 “정치하는 나쁜 사람들이나, 당신들이나 똑같다.”는 내용의 댓글을 무심코 달았다. 그리고 자신은 바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다.
그런데, 한 남자가 자신의 방명록까지 찾아와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글을 올려놓아 황당했다. 그 내용은 “당신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공부 중이신 것 같군요. 음식과 관련하여 저의 철학을 담은 글이 있어 소개하지요. 우선 저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작은배움-깨달음'란에 를 보시면, 요리철학과 맞물려 글이 전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창작시 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당신의 전공과 관련해서 말씀드렸고, 그리고, 오늘 댓글은 소위 양비론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댓글도 소중한 민주시민의 권리로 밝히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반대 의견에도 세심한 이해가 없다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말씀 전달합니다. 요리에도 철학 있듯이, 정치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요리를 통해 세계를 더욱 건강하고 달콤하게 이해하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바랍니다. 특히, 정치와 관련한 저의 시사칼럼을 참고 하셔도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며 정중한 인사를 끝으로 글은 마무리 되어 있었다.
그동안 K씨는 자신이 작성한 댓글이 하나 둘이 아닌데, 어떤 내용에 대해 이 남자가 반대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황당함과 낭패감에 빠졌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니 왠지 찜찜한 것이 있어, K씨는 그 남자의 미니홈피에 가보았다. 예상과 달리, 그 남자의 미니홈피는 정성껏 나름대로 글과 사진 등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K씨는 잠시 혼란스럽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다. 자신과 반대되는 수많은 댓글 중에 하필이면, 어째서 자신을 이 남자가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K씨는 그 남자의 미니홈피에 “어떤 기사에 대한 댓글 때문에 이렇게 글을 남기셨는지 모르겠지만요. 당신은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 들어와서 일단 어떤 사람인지 파악부터 하시나보네요? 제가 일본에서 요리 공부하는 것도 아신 후에 방명록도 쓰시고.....저는 당신이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고,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하시지 못 한다고 해도, 굳이 개인의 미니홈피의 방명록까지 찾아오셔서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 것은 좀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 있으면 그냥 읽고 그냥 넘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처럼 그 사람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바꾸시려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요? 그런 행동은 자제해주시면 어떨까요? 솔직히 당신은 글에 욕설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기분은 나쁘네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남의 의견도 수용하고 이해해야겠지만, 당신의 의견이 절대 옳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당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어서 저의 방명록까지 당신의 글을 남기는 것 아닌가요? 이것부터가 모순입니다. 하시는 일 잘하시고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정중한 답글을 달아 놓았다.
그런데, 그 남자의 미니홈피에 금방 답글이 올라왔다. 그 남자는 “우선 싸움은 제가 먼저 한 셈이니, 결자해지라고 말씀을 드리지요. 제가 방명록까지 찾아간 것은 시민단체의 행동에 대해 당신께서, 그 단체들이 무엇을 잘했냐며 비판하는 글을 올리셨습니다. 저는 반대하는 누구라도 한 명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 우연히 당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이유는 나름대로 성실한 젊은 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자신의 운명과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젊은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요리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인 직업이나 성격에 맞춰 성실히 살아가지만, 대의적인 정치와 역사적 오류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그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반드시 당신이 아니어도, 저는 그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고 묻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 물음에 본인이 해당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정중히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의 미니홈피의 방명록에 남겨 놓으신 글을 보고 몇 가지 첨부하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도 인터넷 기사에 개인적 의견을 댓글을 달았지만, 일단 공공의 인터넷 공간에서 글은 개인의 글이 아니라 공적인 성격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사소한 댓글이라도 자신이 책임성을 지닌 글을 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논란의 구체적 대상이 당신이었다는 점에는 사죄를 드립니다. 그리고 "남의 의견도 수용하고 이해해야겠지만, 당신의 의견이 절대 옳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당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어서 저의 방명록까지 당신의 글을 남기는 것 아닌가요? 이것부터가 모순입니다."라는 당신의 충고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에게 충고한 내용처럼 ‘자신의 의견이 절대 옳다는 생각’에 대한 모순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실 저는 당신과 개인적인 감정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은 제가 반대하는 정치적 상징일지 모르겠네요. 세상을 살다보니, 별 미친 사람이 있나보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무지와 편견을 깨뜨릴 수 있다면, 자신을 포함하여 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결심을 하고 있으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죠. 남들처럼 좋은 직업, 배우자를 맞이하여 한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수많은 기사와 네티즌들의 대상으로 훈장처럼 고주알미주알 떠들었으니, 정상적으로 보일 리 만무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인터넷 공간이 무책임한 사적인 공간이 아닌 책임성 있는 공적 공간이라는 깨달음과 관련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철학과 모순되지 않는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예술, 법 등에 대해 소신이 있는 글들이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떠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난무하는 욕설과 비난의 댓글을 배설물처럼 쏟아놓고 정작 본인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자신이 남긴 댓글을 읽고 어떤 사람은 감동과 교훈을 얻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미니홈피에 정중한 태도로 자신의 견해를 작성해 주신 당신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당신의 미니홈피까지 찾아가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혹시, 다른 사안으로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를 방문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오늘 당신이 남겨주신 글만으로도 이번 글감의 소재로 충분합니다.
타국 일본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요리공부하시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계신 당신에게 우연이었지만, 자신의 철학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던, 한 사람이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전달하고 싶어 당신을 찾아뵈었다고 여겨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겠습니다.
PS) 그 ‘미친놈’은 청년이 아닌, 본인임을 밝힙니다. 인터넷상에 무분별한 욕설과 비난의 댓글 문화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서 성실하게 요리공부하고 있는 청년의 미니홈피를 방문해서 제가 글을 달았습니다. 평상시에는 온건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터넷 공간에서는 무법자가 되는 것은 광고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미친댓글’ 문화에 ‘미친놈’이 잠시 뛰어들었습니다. 이제 인터넷 댓글문화 스스로 절제하고, 정화시켜 나갑시다. 이 글은 본인과 청년의 대화를 정제하여 올려놓았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