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시 노원구의 공립고등학교인 N고를 다니고 있는 고2 여학생입니다.
저희 학교는 주변에서 공고 소리며, 쓰레기 학교 소리 듣고 있습니다.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의 한 학생으로써, 현재의 교육제도가 너무나 불합리하고 서글프다고 느껴져
부족한 글솜씨로 나마 몇 줄 적어봅니다.
저는 92년생으로, 일명 '뺑뺑이'를 통해 이 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로 배정되었다고 쓰여진 통지표를 받았을 때, 정말 우는 애들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이왕 배정된 것이니 잘해보자 싶어 학교 생활도 착실히 해나갔습니다.
중학생 시절에 사춘기가 굉장히 심하게 왔기에 저는 중학교 공부가 거의 안된 상태였습니다.
인문계에 온 것도, 근처 공고의 컷트라인인 성적조차 되지않아서 마지막 3학년 중간,기말고사
죽을 만큼 공부했더니 전교400등(전교생 500명 조금 넘었습니다.)에서 120등으로 올라 급하게 진로를 바꾼 겁니다.
중학교 때 그만큼 놀았으니 기본이 안되있는 상태였죠. 그래도 전 정말 이 악 물고 했습니다.
성적도 지금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나오구요.
그런데 저희 학교는 사탐(사회탐구) 과목을 2학년 때 단 1개를 해줍니다.
과목은 법과 사회로 제가 정말 관심 없어하는 학문이구요.
저는 세계사,근현대사,국사,정치를 하고 싶어하는데, 세계사와 정치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조차 않더군요.
공교육을 살리자 에 대해서 요새 관심이 뜨겁습니다.
옳은 말이죠.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공교육.
그러나, 제대로 된 준비와 과정도 없이 그저 말만 떠벌떠벌 거리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새 중고등학교 선생님 되기 어렵다고들 하시죠? 임용고시 경쟁률이 매우 높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문학도를 꿈꾸었다가 현실적 여건으로 교육자로 진로를 바꾸어서 그런 소리를 많이 접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없어서 과목을 못가르치는 실정이랍니다.
(법과 사회를 배우기 싫어하는 학생의 푸념이라는 생각을 지우시고 읽어주세요.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왜 학생이 배우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공교육이 받쳐주지 않는 거죠?
저는 어리석기 그지 없어서 윗님들의 깊은 생각들이 이해가 가질 않네요.
공부는 자기가 흥미를 가져야 더욱 잘 되는 법입니다. (저는 그 사실을 고1에 와서야 느꼈습니다.)
관심도 없는 과목을 억지로 배워야 하는 게 조금 어이가 없습니다.
따로 공부하려고 하자 생각도 해봤습니다. EBS를 들어야 겠다고 마음도 먹었구요.
그러나, 배우고 싶은 과목을 해주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따로 독학하는 저는 환경 자체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 애들이 두번 배울 시간에 저는 한번 배우는 거니까요.
게다가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은 압니다만, 사범대를 목표에 두고 있어 내신도 함께 챙겨야 하기에 사탐 과목을 남들보다 하나 더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명필이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런 현실이 너무 부조리 해 보입니다.
사교육을 죽여야 한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라고 말은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닙니까? 가르쳐 주지 않는 학교 대신에 학원과 인강(인터넷 강의)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저는 유료 인강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만, 제 친구들은 다 돈주고 인강을 듣더군요.)
그리고, 요새 일제고사 성적이 주르르 쏟아지기에 고교등급제에 관해 견해를 적어보자 합니다.
고교등급제. 솔직히 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습니다만, 이 학교 들어오니 서서히 반대 쪽으로 기울어지네요.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란!) 아무래도 평판이 안좋은 학교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제가 쓸 것은 고교등급제 찬반 여부가 아니라 과연 고교등급제를 '지금' 해도 되느냔 겁니다.
저희 학교의 일제고사 성적은 분명 형편 없을 겁니다. (자학하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학교가 이런 결과를 내놓는 데에, 저는 분명 선생님들의 '공'이 컸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적었다 싶이, 저희 학교는 공립입니다. 다시 말해, 4년에 한번씩 선생님이 전근을 가신다 이거죠.
'4년만 지나면 이딴 학교랑 이별이다!'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많으신 건지, 저희 학교에서는 몇 몇 '님' 자를 붙이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계십니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수업에, 의욕 없는 눈빛으로 그저 교과서만 몇 줄 읽다가 수업을 끝내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심지어 어느 선생님은 자습서의 내용을 그대로 수업하시더군요. (제가 자습서가 있어서 압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근처의 사립 여고는 선생님들도 재밌으시고, 의욕도 있으시다는데, 왜 공립인 저희 학교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거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사립으로 전학가고 싶습니다.
이런 점 역시도 모두 다 사교육 조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요? 무책임한 선생님들은 그대로 방치해두면서 시험봐서 학교 순위 매기는 것. 어쩐지 순서가 바뀌었다는 생각 안드시나요?
공정택 교육감님. 왜 교원 평가제를 실시하지 않으신지요? 오늘 신문 보니까 교장교감 평가제를 도입한다고 하시던데, 정작 학생들인 저희는 수업에 참여를 하시지 않는 교장, 교감 선생님보다 저희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수업 하시는 선생님들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 지켜주세요. 저는 주경복 씨와 교육감님 중에서 '교원 평가제'를 내건 교육감님에게 투표하라고 부모님을 설득시켰단 말입니다.
좋은 스승님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먹으며 자라나고 싶습니다. 제가 저희 학교를 공립이라는 이유로 미워하지 않게 제발 '도와주세요'.
또 3불 정책 폐지에 관해 조금 적도록 하겠습니다.
3불 정책이 시행되건, 안되건 공부할 마음이 있다는 애들은 공부하고 다 대학가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말을 막 바꾸시더군요?
93년 생부터다 하다가 94년 생부터다 로 바꾸질 않나.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감이 안서네요.
한나라당의 나경원씨는 아예 폐지를 안하겠다고 선언하시고.
말 좀 똑바로 하세요. 왜 이렇게 이랬다 저랬다 입니까?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실험실의 쥐인 줄 아십니까?
심지어 사람들은 '입시제도는 그해 여름이 되어봐야 안다.' 라고 우스갯 소리로 말하더군요. 이 건에 대해서는 정말 화가 나다 못해 짜증스럽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제발요, 좀.
무슨 입시가 로또도 아니고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 쓸 시간에 가서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사회의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이 '한낱' 입시보다 더 좋은 공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린 날에 제가 이런 생각을 가졌고, 이러한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은 분명 어른이 된 저에게 좋은 거름이 될테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판은 좋아하지만, 비난은 싫어합니다.
*
생각지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더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뭐랄까, 반갑기도 슬프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새벽에 국사 공부 하다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쓴 거 거든요.
비록 작은 저항의 몸짓이지만,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정말 아름다운 춤을,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죠?
수 많은 격려의 댓글들, 그리고 위로의 댓글들 모두 다 감사드립니다.
오랫만에 글을 쓴다는 사실이 기쁘네요.
이런 저의 글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글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저와 같은 학생 분들에게 '아, 우리가 이렇게 힘든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우리가 정말 커서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어야겠구나' 라는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면 전 행복할 것 같네요.
변변치 않은 글 솜씨 인데다가, 새벽에 쓴 글이라 두서가 없는 글임에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02월 22일 일요일에 추가로 글 올립니다.
댓글을 모두 달아드리면 좋으련만, 다 달아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제 글이니만큼 읽는 분들의 의견에는 일일히 달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나 이목을 끌 줄은 몰랐는데, 이런 변변치 않은 글에 관심 가져주시고, 성의 없는 제목 클릭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을 달 때에, 반복되는 답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올립니다.
1) 교원평가제도를 학생이 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 점은 저도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학생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예를 들어, 치마 길이를 가지고 충고하신 선생님을 안 좋게 평가했다. 라던지요.)
제 생각에는 나라에서 감사원을 한두분 내려보내셔서, 그 감사원이 학교 측에 알리지 않고 수업을 평가하는 것과 학생들의 의견을 5:5 정도로 나누면 어떻나 싶습니다. 물론 그저 저의 의견입니다.
2) 선택과목, 특히 사탐을 일일히 다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표 짜기도 힘들다.
이건.. 솔직히 말해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가 않네요. 죄송합니다, 정말로. 저도 어쩔 수 없는 10대이다 보니 시야가 넓지 않습니다.
이번에 어느 구에서 예산을 아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그런 식으로 아껴서 교육정책에 쏟아주면 안되는 건가요? 미래의 인재들을 육성하는 일인데..
시간표는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동식 수업이라는 것도 있구요.
3) 이런 거 쓸 시간에 공부나 한자 더해라 네가 아무리 이런 글을 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저는 '공부 잘하는 바보' 가 되기는 싫습니다. 이것은 저의 아버지의 교육관이시기도 합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여자는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것보다, 꾸미고 치장해서 인서울 중위권 가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후줄근하게 다니면 용서 안하시죠.ㅠㅠ 인서울이라는 바탕이 깔려있긴 하지만요.^^;) 공부보다는 이런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진정한 '공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댓글로 몇몇 분은 제가 완전히 공부는 안하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아닙니다. 나름대로의 시간 관리도 하고 있고, 노력도 하고있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케이스다 보니 그 절실함을 알고 있어서요. 공부. 하고 있습니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