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감독: 데이빗 핀처
주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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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젊어진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동화책이나 전래동화에나 나올법한 판타지다.
허나, 동화책을 비틀어놓은 성인동화에서처럼, 우리가 간과해 온 판타지들의 '하자'를 발견할 때, 판타지는 슬프도록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해피엔딩은 좌절된다.
젊어지는 샘물을 마신 노인이 나오는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인 건 아기가 된 노인이 다시 무럭무럭 자란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되감기버튼을 누르다 어느순간 다시 재생버튼을 누르는 거란 말이지.
젊어진다는 판타지가 매력적인 이유도,
어느순간 다시 재생버튼을 눌러 그저 남보다 죽는 순간을 늦출 수 있다는 전제가 가능할 때 매력을 갖게되는 것이지, 마냥 젊어진다는 판타지에는 위에서 말한 '하자'가 발견된다.
계속 젊어지고 어려지다 못해 원점에서 끝나버리는 비극이 되어버리는거지.
뭐 더 쉽게 얘를 들자면
왕자가 미쳤다고 백년동안 자고있는 공주한테 키스를 하겠냐 뭐 이런거?
아님 백설공주가 왕자한테 시집간 다음에 애를 낳았는데 수상하게도 키가 안크더라는 뭐 그런얘기(으슥한 숲속에 남자 일곱이랑 살면서 아무일이 없었을 거라 믿는것은 백설공주 판타지가 간과한 중요한 하자라는 얘긴가?)
아.. 갑자기 얘기가 삼천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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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마저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버리더군..
그는 점점 젊어져갔지만,
동시에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점점 나이들고 늙어서
죽어가는 우리처럼.
그에게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 걸을 수 있게 되고, 말을 배우고, 혼자 자고, 첫사랑에 가슴 설레고, 집을 나오고, 첫술, 첫키스, 첫경험, 연애, 실연, 이별, 방황을 거쳐 누군가와의 아이를 갖고, 다시 작아져가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다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걷게되고, 밥이 떠먹여지고, 기억이 희미해지고,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눈을 감게되는.
우리가 늙어가며 겪는 시간의 흐름은
젊어져가는 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 사실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안심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 있다는 그 사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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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은 태어나자마자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육원이 아닌 양로원에 버려진다.
하지만 나는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육원에 버려졌더라면, 그의 어린날은 너무나도 외로웠겠지.
만남만큼이나 이별도 잦은 그 곳이 아니었다면,
벤자민은 그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그 곳에서'받아들이는 법'을 영재교육받은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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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CG는 정말이지 놀랍다.
20대의 브래드피트가 등장하는 순간,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헐!!!!!!-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