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는 헤어지는 게 어떤건지 잘 모르니까
헤어지는 것도 훨씬 경쾌했었습니다
나 이사간다
5년이나 같이 놀았던 친구가 6학년 되면서 이사간다고 했을 때
그렇구나 가나보다 그게 다였죠
그래놓곤 다시 놀았습니다 뛰고
내일되면 이젠 볼 수 없는 데 툭툭 치고 성질내다가 또 웃고
그까짓 과자 몇 쪼가리 주네 안 주네 실갱이하고
다음에 사서 너 많이 줄게
나 전학 가는데? 다음은 없어
그리곤 해 저물 때 어제처럼 그제처럼
호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덤덤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친구의 모습
그 모습이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걸
그때도 조금쯤은 알고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하지만 그때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헤어진다는 것은 이제 전처럼 자주 같이 못 논다는 것
하지만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이제 다음은 없는 것
다시 볼 수 없는 것
많은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통해 나 역시도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가 라는 일상적 인사와 함께 눈도 안 마주치고
지하도 계단으로 걸어내려갔던 고등학교 때 친구
그 친구와는 그것이 마지막
자전거 타고 햇살 속으로 사라졌던 누군가의 마지막
어색하게 고개 숙이던 첫사랑 그 사람의 마지막
버스 창에 손바닥을 대고 환하게 웃던 누군가의 마지막
그때는 마지막인 것을 몰랐으나 마지막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그 모습들
그 모습 속에 당신도 있습니다
그때 우린 봤죠 서로의 눈동자를
헤어지는 게 어떤건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바라보는 것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까지도 잘 알고 있기에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또다시 바라보는 것
잊혀질 리가 있겠습니까
희미해질 망정 절대로 지우진 못할 겁니다
지우려고 하면 더 또렷이 당신이 보이니
애써 지우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나를 가끔은 생각해주세요
지우려고 하면 당신이 더 아플테니까
그냥 날 생각하시길
언젠가 희미해질 때까지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사진:Pretty As A Picture"Blue Is So Quiet In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