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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미키 루크는 과연 오스카를 손에 쥘 수 있을까?

정주영 |2009.02.21 23:08
조회 96 |추천 0

 

 

모든 영화제 시상식의 대미는 아카데미가 장식한다. 이제 우리 시간으로 월요일 아침이면 각 부문별 수상자가 밝혀진다. 나는 이번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은 숀 펜, 미키 루크, 브래드 피트의 3파전으로 보는데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닷컴에서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누가 탈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유저들의 선택은 다른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미키 루크였다. 브래드 피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매번 각종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시고 숀 펜은 <밀크>로 간간이 남우주연상을 탔지만 이번에 대세는 미키 루크인 것 같다.

 

<더 레슬러>를 보니 충분히 그의 연기는 충분히 남우주연상감이었다. 80년대를 그리워하는 노회한 레슬러. 영화에서 미키 루크가 보여주는 레슬링은 우리가 케이블이나 어릴 적 AFKN을 통해 봤던 화려한 기술과 쇼맨쉽이 어우러져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각본가가 있어 대본을 써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선수들끼리 모여서 프로모터가 정해준 대진에 맞춰 서로 각본을 짜보고 링에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의 머리속에 여전히 챔피언으로 남아있는 존재는 물러나서도, 추억을 먹고 살아도 계속 챔피언으로 남기 위해 관객이 적은 곳도 마다하지 않고 링에 올라 몸을 던져야 하는데 그건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랜디(미키 루크)는 유일한 혈육인 딸(에반 레이첼우드)과 잘 지내려 해보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고 스트리퍼 팸(마리사 토메이)와의 로맨스도 본격적으로 무르익어가려 할 때 생애 마지막 경기를 준비한다. 

 

미키 루크에게 링이란 곳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레슬링지만 실제 그는 영화를 그만 둔 뒤 복서로 링에 올랐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가 복서로서 링에 올랐을 때에는 자신의 테마곡으로 '건즈 앤 로지즈'의 '스윗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를 썼는데 <더 레슬러>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보컬인 엑슬 로즈와 미키는 친분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영화 사운드트랙에 이 곡은 빠져 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동명의 주제가도 마찬가지. 아니 무료로 헌정해 줬다며 앨범에는 안 실렸다니....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밴드를 보니 어릴 적 락음악 좀 들었던 사람들은 좋아라 하겠다. 슬로터, 파이어하우스, 콰이어트 라이엇, 신데렐라, 스콜피온즈 등. 어딘지 친숙한 이름이 아닌가. 영화 속 랜디도 트레일러에 살며 80년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다. 대형 걸개 그림의 AC/DC 라니....그리고 그의 차 안에는 락 음악이 충만하다. 인생은 막장인데, 어쨌든 그는 챔피언이었고 챔피언으로 남길 원한다. 아니, 사람들이 원해 링에 서는 것이다.    

 

WWE를 보면 왕년의 스타들이 귀환할 때 관중들은 열광한다. 스톤 콜트 스티브 오스틴이나 헐크 호간이 다시 나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이것을 보는 게 유치하고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짜고치는 쇼라도 레슬러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몸을 날리고 굴리고 그리고 찢기기도 한다. 영화에서 노회한 랜디도 매번 승리를 할지언정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의 기믹은 늘 선역이고 챔피언인데, 사람들이 원하고 또 그 추억을 먹고 사는 랜디다. 그래서 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늙은 몸에 각종 약물 및 보조제 등으로 자신을 유지하며, 무릎이 안 좋아도 한쪽 귀가 안 들려도 이젠 글이나 작은 물건은 안경 없이는 볼 수 없어도 링에 올라야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숙명인 게지.

 

지역을 돌며 쇼를 펼치다가 인지도나 실력, 기술, 쇼맨쉽 등이 출중하면 WWE 같은 데로 갈 수 있는가 보다. <더 레슬러>의 레슬러들은 WWE처럼 방송을 타는 스타들이 나와 경기를 하지 않는다. 왕년에 그런 위치에 있었지만 랜디의 지금 신세는 다른 레슬러들과 다를 바 없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같이 링에서 뒹굴고 찢긴 그들을 동료로 대우해 준다. 그들에게는 그게 희망이다. WWE에서 하는 것처럼 그들도 여러 설정을 만들고 경기를 한다. 다만 방송을 타지 않을 뿐. 언젠가는 거기서 랜디 같은 스타가 나오겠지만 그저 지역만 돌며 경기하다가 몇 달러 손에 못 쥐어보고 은퇴하는 레슬러들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지 않겠나 싶었다. 컬럼에 '어떤 선수는 무슨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WWE에 언제 데뷔...' 라고 하는 건 이런 류의 경기를 뜻하나 보다. 랜디의 생애 매치가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것도 아니고 또 방송을 탄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판은 크게 벌였지만 그래도 WWE에는 한참 못 미친다. 왕년의 스타 랜디가 그래도 링에 오르는 이유? 답이야 뻔하다. 관객이 원하고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다.

 

생활은 꽝이요, 돌아올 곳은 링이라. 미키 루크의 사생활 중 배우자 폭행의 전력이 있는데 <와일드 오키드>에서는 캐리 오티스와 잘만 뒹굴더니 실제로 같이 사니 캐리 오티스가 스파링 상대로 보였던 건가?????ㅡ.ㅡ; 그 이후 그의 사생활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폭행은 그의 경력을 말할 때 늘 언급된다. 그의 얼굴은 복싱으로 망가지고 안면수술 결과도 그닥 신통치 않았는지 왕년의 원조 꽃미남의 흔적은 이제는 어디에도 없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 킴 베이싱어와 냉장고 앞에서 펼치는 그 에로틱한 장면, <엔젤 하트>에서 자신의 정체를 자각하고는 절규하던 그 모습. 유약함과 우수, 약간의 일탈. 꽃미남이었을 때 그를 묘사할 수 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이젠 그런 거야  기대도 못하지만. 딸 앞에서 지난 날을 후회하며 외롭다고 눈물을 흘릴 때 랜디에게는 아무 표정이 없어 보인다. 그 얼굴 아래의 꽃미남은 정말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랜디는 링으로 돌아온다. 미키는 복싱을 그만둔 뒤 바로 영화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영화와 사생활과 링, 이 모든게 엉켜 지금의 미키 루크를 있게 한 것이라면 다른 배우와 달리 남다른 세월을 보낸 그에게 아카데미가 상 하나는 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텐데.....

 

 

 

 

56+45=101. <더 레슬러>에서 스트리퍼 팸으로 나오는 마리사 토메이와 미키 루크의 나이를 합한 숫자다. 이제 써주는 데가 없으니 벗고 나온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마리사 토메이는 <나의 사촌 비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고 <더 레슬러>로 이번에도 후보지명 되었는데 이번까지 포함해서 총 3번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것도 조연상에만 세 번. 그 중에 한 번은 수상이니 나름 선방인 건가? 어쨌든 그녀는 연기력만큼은 검증된 배우인데 자신의 소신인지 특이한 외모 탓인지 눈에 탁 띄는 역할은 그닥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 한 편의 후보지명작은 토드 필드 감독의 <인 더 베드룸>이다.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토드 필드는 <리틀 칠드런>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인 더 베드룸>은 그 이전에 만든 작품인데 국내 개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재밌는 건 남우조연상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후보에 지명되었다는 점이다. 로버트와 마리사는 1994년에 영화 <온리 유>에서 같이 나온 바 있는데 그 이후에 영화가 아니라 시상식에서 각각 조연상 후보로 얼굴을 마주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1992년에 로버트는 겨우 27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이후 아카데미와는 쭉 인연이 없었다. 그럼 이번에 남녀조연상을 둘이 타면 <온리 유 2> 찍는 건가?   

 

45세에도 꿀리지 않는 몸매를 유지하는 마리사와 56세의 미키 루크가 영화 속 다른 레슬러들과 전혀 꿀리지 않는 몸매를 유지한 것을 보며 감탄했다. 이미 그런 노력만으로도 수상 후보로 손색이 없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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