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잃어버린 1년’ 평가는 냉혹했다

배규상 |2009.02.23 10:24
조회 94 |추천 0

 

‘잃어버린 1년’ 평가는 냉혹했다

 

 

경향신문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참으로 엄정하고 냉혹했다. 더는 이런 낙제점도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몇몇 주요 항목을 뽑아보자. 국민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80.3%),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69.8%), ‘인사정책이 잘못됐다’(72.0%), ‘살림살이가 나빠졌다’(52.6%), ‘국정에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는다’(69.1%)고 응답했다. 급기야 국민들은 ‘현 시점에서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한다면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64.9%)고 했다. 정권 측에는 참혹한 성적표일 테지만, 국민들에게도 참담한 조사 결과이긴 매한가지다.

혹자는 이 정부 1년 동안 남은 것이라곤 경제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등 3대 위기뿐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경제, 한반도 평화 등 3대 위기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을 흠집내기 위한 정파적 주장이라고 치부해 버릴 일만은 아니다. 이 정권은 부자 감세와 재벌 살리기, 규제 완화로 대기업과 가진자에게는 날개를 달아준 반면 서민과 빈곤층의 삶은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촛불 집회와 용산 철거민들은 법 질서란 이름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제압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넷 논객에겐 재갈을 물리며, 싱크탱크엔 정부의 마우스탱크가 되길 강요한다. 남북관계에서는 당국간 대화, 대북 지원, 이산 상봉이 끊긴 이른바 3무(無)의 단계를 넘어 군사 충돌의 기운마저 어른거린다.

이 정권은 ‘(과거 좌파 정부의) 잃어버린 10년’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지만, 10년도 아닌 1년 만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했다. 경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잃어버린 1년’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인 셈이다.

우리 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은 많은 것을 남겨놓았다. 어려운 시절 어디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은 평소 힘없고 돈없는 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안던 그의 따스한 마음을 되새기며 추모의 열기를 보탰다. 이 정권 담당자들도 김 추기경이 생전 실천했던 갈등 치유와 화해 협력의 정신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국민들을 한 데 모으는 일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갈라놓고 찢어놓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70% 이상이 ‘지난 1년간 사회가 더 분열됐다’고 평가한 것 아닌가.

김 추기경이 남긴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가 아직 생생한데 이 정권은 2차 입법전쟁을 예고했다. 1년 실정에 대한 반성은 없이 또다시 국민을 좌절과 분열의 나락으로 이끄는 짓이다.

 

 

 

2009년 2월 23일 경향신문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