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의 일터는 세상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나는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반드시 가야하는 군대를 갔습니다. 빡빡 깍은 머리로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아내이자 또 나의 영원한 연인으로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하는 사랑하는 애인을 남겨 두고 기차에 오를 때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무덤덤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기차가 떠나면서 나의 시야에서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멀어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뺨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수용연대에 발을 디디자마자 조교들의 기합과 그리고 구타(?)에 정신이 얼얼하며 이제야 내가 군대에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무반에 들어가 속옷부터 시작하여 모든 사제 옷을 다 벗어 놓고 조교들이 나누어준 잘 맞지도 않은 옷들을 입고 모자를 푹 뒤집어 쓴 후에야 이제부터 내가 군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차례의 얼 차례가 지나가면서 조교가 이제부터 4주간의 훈련기간은 너희들은 사람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계급장도 군번도 없기 때문에 너희는 군인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너희들이 이곳에서 죽어 나가도 너희를 위해서 울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자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입에도 맞지 않는 밥을 먹을 때는 돼지 밥을 먹는 것 같이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밥이 맛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먹는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잘 맞지도 않는 군화를 신어 발뒤꿈치는 다 까졌습니다. 그래도 쩔뚝 쩔뚝거리면서 그 힘든 훈련을 하루하루 이겨냈습니다.
4주 훈련을 마치고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등병 계급장을 새 군복에 서투른 솜씨로 달 때는 눈물도 핑 돌았습니다. 군번도 계급도 없는 군인 아닌 군인으로 4주가 지난 뒤 내 이름과 군번 그리고 자랑스럽게 이등병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은 뒤에야 ‘나도 이제 진짜 군인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향해 힘든 훈련을 잘 마쳐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경례까지도 멋들어지게 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역시 대한의 남아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하는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들어온 조교가 어깨를 툭 치면서 ‘김 이병, 이 논산 훈련소는 너의 군 복무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군인을 만들기 위한 훈련소일 뿐이고 너의 진짜 군 생활은 자대 배치를 받는 그 부대에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 힘든 군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4주간의 훈련소 생활이 정말 천국(?)이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교회는 군대의 논산 훈련소와 같은 곳입니다. 민간인을 군인으로 만드는 논산 훈련소처럼 교회는 세상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또한 성도들에게 있어서 교회는 훈련을 받는 훈련장입니다. 예배로 훈련받고, 설교로 훈련받고, 찬송과 기도로 훈련 받고, 성경 공부로 훈련 받고, 봉사로 훈련 받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훈련 받은 그것들을 세상에 나가 적용시켜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일터는 교회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일터는 바로 세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교회가 성도들의 일터인양 착각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와서 배우고 훈련받으려 하지 않고 도리어 세상에서 배운 것을 교회에서 써먹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 일터인 세상에서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셨지 ‘너희는 교회의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지 ‘너희는 교회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의 일터는 교회가 아니고 세상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썩은 곳을 정화시키고 어두운 곳을 환히 비추어 밝게 해야 하는 곳은 세상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일터는 교회가 아니고 세상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훈련 받은 것을 세상에서 그대로 적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실패하고 부족한 것을 다시 교회에 와서 훈련 받고 재충전한 후 일터인 세상에 나가 적용시키면서 승리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짜 성도들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들을 그의 좋은 군사로 부르셨습니다. 우리들을 주의 군사로 부르신 것은 교회에서만 주를 위해 수고하고 섬기고 충성하고 그의 이름을 높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을 주의 군사로 부르신 것은 바로 세상에 나가서 주를 위해 수고하고 주를 섬기고 주를 위해 충성하고 주의 이름을 드높이라고 부르신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사랑하는 디모데에게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세상에서 고난을 받으며 그것을 승리로 이어가자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네가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을찌니” (딤후2:3)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