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거물’들의 귀환무대로 변질되나
정동영 민주당 전 대선 후보가 4·29 재·보선에서 고향 출마를 선언하자 지역구를 갈아타기 위한 중앙 정치인들의 모색이 활발하다. 정 전 후보의 노골적인 소지역주의 기대기가 ‘거물’임을 자처하는 18대 총선 낙천·낙선 인사들의 정치 재기 욕망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자가발전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국회의원 5곳, 기초단체장 1곳 등 13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이 정치 과잉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재 거론되는 ‘올드 보이’ ‘거물’들의 출마 시나리오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당초 수도권 정면승부론으로 인천 부평을 출마를 탐색하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울산 북구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큰 영남이 편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또 다른 지역주의 편승이다. 대신 부평을은 한나라당의 김덕룡 전 의원 차출설과 민주당의 김근태 전 최고위원 투입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여당 일각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니 다른 선거구라고 그러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쯤이면 재·보선이 아니라 전면전이나 다를 바 없다.
염려스러운 것은 재·보선의 과열·혼탁이다. 전면전은 곧 승리지상주의를 부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역 대표 선출이라는 본질의 실종은 물론이고, 정치 핵심인 명분과 원칙이 자리할 공간 또한 그만큼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제 특별한 현안도 없이 부평을 찾고, 이로 인해 빚어진 관권개입 논란도 그런 징후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대치 파고가 한층 높아질 터인데 여야는 경제위기 극복 등 국정현안을 제쳐둔 채 재·보선에만 목을 맬 셈인가.
재·보선은 정치인의 일탈된 행위로 초래된 사회적 기회비용의 손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속죄의 마당인 만큼 정치권으로선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이런 처지에 여야가 앞다퉈 지역 대표론을 훼손하고, 중앙정치의 무대로 추락시키는 것은 유권자를 두번 울리는 일이다. 하물며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가 개인 이익에 집착해 이를 주도한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정동영씨가 출마를 재고해야 하는 실질적 이유이기도 하다.
2009년 3월 16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