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외식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한국 음식의 세계화" 이다. 정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통해 한국음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야심찬 정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식 조리 사관학교를
만들기도 하며, 해외로 나가는 요리사들에 대한 지원 또한 과거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라는 주제는 크게는 두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하나는 한국의 식재료를 이용하여
서양의 스타일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의 음식 그대로의 맛을 살리면서 약간의 변형만
가미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식의 세계화 방안에 있어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고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
최근들어 한국 음식의 변형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아마도 오늘 방문할 이곳의 메뉴를 보면 최근 어떤 식으로 한식이 변해 가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사동 - 정식당-
신사동에 위치한 정식당은 실내에 비해 아담한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넉넉한 홀에 테이블은 달랑 다섯개뿐이
라서 다른 레스토랑에 비에 훨씬 더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임정식 쉐프는 미국의 요리학교인 CIA
를 졸업하고, 유럽 여행을 통해 익힌 것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탄탄한 기본기에 무한한 상상력이 가미
되어서 뉴 코리안을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 낸 듯하다.
사실 '정식당'이라는 어감은 상당히 호감형이다. 기본적으로 영어나 불어를 사용하는 레스토랑명에서 벗어나 한국적
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정식당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임에 틀림 없다. 또한 홀에는 전문 소믈
리에가 있어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까지도 얻을 수 있으니 맛에 관하여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하얀색 테이블 보를 사용하여 깔끔함이 인상적인 테이블에는 간단한 셋팅이 되어 있다. 테이블위에는 빵을
덜어 먹을 수 있는 조그마한 접시와 메인 접시 그리고 물컵이 놓여 있다. 가장 먼저 제공된 빵에서부터 쉐프의
뉴 코리안 생각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취나물을 넣고 만든 바게트는 씹히는 맛과 쫄깃함이 탄력적이었는데, 은은한
취나물의 향이 느껴지는 상큼한 선택이었다. 빵과 취나물의 조화, 쉐프는 국내에서 쉽게 생각하기 힘든 조합을
만들어 냄으로써 좀 더 다양하게 한식을 소개해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듯 하였다.
머루-푸아그라 무스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의 조그마한 푸아그라 무스가 제공되었다. 푸아그라 위에는 진한 머루 소스를 올려 놓았으며,
어린 잎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스푼으로 살짝 긁듯이 맛을 본다. 푸아그라의 부드러우면서 진한 농후한 맛이 먼저 느껴
진다. 약간 감칠맛을 머금은 듯한 짠맛이 느껴질때 쯤에 머루의 새콤달콤한 맛도 느껴진다. 머루 특유의 강한 맛을
푸아그라 무스와 적절히 조율해 낸 한입거리였다. 다만, 푸아그라를 사용했다는 부분이 뉴코리안을 지향한다는 쉐프
의 생각에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으나, 금새 푸아그라의 맛에 그 생각을 잊게
되었다.
오이 스프
은은한 녹색을 머금고 있는 오이 스프에는 직접 만든 어묵과 물냉이가 올려져 있었다. 오이 스프라고 하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먹기 전부터 그 맛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전체적으로 오이의
심심한 맛이 큰 가닥을 잡고 있다. 그 맛에 헤이즐럿 오일과 크림이 곁들어져 고소하면서 담백한 오이 스프로 끓여
내고 있었다. 또한, 생선을 직접 다져서 만든 어묵은 어묵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완자의 개념에 더 가까운 듯
하였다. 흰살 생선을 이용하여 만든 어묵은 스프와 물냉이까지 함께 곁들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약간 쌉싸레하면서도 느껴지는 헤이즐럿 오일의 고소한 맛이 이 스프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신사동 미역 빠에야
쉽게 생각하면 빠에야는 스페인의 철판 볶음밥 요리이다. 해산물을 넣고 밥을 볶아주다 샤프란을 넣고 마무리
해내는 요리로 우리나라 음식으로 따지면 해물 철판 볶음밥에 비교해도 될 듯한 맛이다. 그러한 빠에야를 철처히
한국식으로 재 조명해서 담아낸 요리가 바로 이번 접시에 담겨 있었다.
사프란이 아닌 미역을 이용하여 빠에야를 만들었으며 갑오징어와 김치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씹힘과 매운맛을
조절해 내고 있었다. 갑오징어는 부드럽게 익혀내었기에 입속에서 오징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질퍽한 미감을
주었다. 단순히 느껴지는 쫄깃함이 아닌, 떡을 먹을 때 느껴지는 쫄깃함에 더 가깝다고 표현해야 할 듯. 그리고
전체적으로 김치를 사용하여서 매운 맛의 강약을 조절해 내었는데, 자칫 쌀 요리를 먹을때 느껴질 수 있는 지루함
을 사전에 막아주고 있었다.
볶아낸 쌀과 미역의 조화 그리고 전체적인 묽기를 보았을때 빠에야 보다는 아마도 리조또와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리방법에서 빠에야와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쉐프는 이 요리를 신사동 미역 빠에야
라고 이름 붙인듯 하였다. 든든하게 메인요리를 기다릴 수 있게끔 만들어준 뉴 코리안 음식 이었다.
오감만족 돼지보쌈
두툼하게 구워낸 돼지고기위에 달랑 고추가 올라가 있는 메인요리가 등장하였다. 오감만족 돼지보쌈이라고
이름을 붙인 메인요리는 한국식 삼겹살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요리였다. 가장 바닥에는 울릉도의 명이나물을 깔아
주었고 그 위에 감자 퓨레와 삼겹살을 얹었으며, 삼겹살 위에는 건포도 잼을 살짝 발라 놓았다. 마지막으로
먹을때는 고추와 함께 먹도록 되어 있었다.
삼겹살은 단순히 구워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좀 더 가미하기 위해 찐다음 겉면만 구워낸듯 하였다. 속이 촉촉
하게 수분을 머금고 있기 위해서라면 단순히 굽는 조리법으로는 불가능하며, 또한 돼지보쌈이라는 이름이 붙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즈의 농후한 맛보다는 약한 감자 퓨레가 자칫 삼겹살을 먹다보면 느껴질 수도 있는 텁텁함을
보완해 주고 있었으며, 윗면에 발라놓은 달콤한 건포도 소스가 맛을 완성해 내고 있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명이
나물에 모든 재료를 싸서 먹으면 좀 더 맛깔스러운 맛이 느껴지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멋진
돼지보쌈 요리였다.
피즐 콘
모든 식사를 마치고 당귀(當歸)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놓여진다. 사바뇽과 에스프레소 튀일, 게다가 설탕 공예
까지 곁들어져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디저트였다. 당귀는 예부터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달고 매워서 음력 2월
과 8월에 뿌리를 채취하여 사용하였다. 은근한 단맛이 일품인 당귀아이스크림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달콤함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구워낸 마들렌을 틀에서 바로 꺼내 주는데 어린아이 손바닥 모양의 모습에 한번,
그리고 그 부드러운 맛에 또한번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모든 식사를 마치고 쉐프의 새로운 생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내심 궁금해 진다. 분명, 뉴 코리안이라는 이름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한국 외식업계는 지금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열정가득한 쉐프들, 그리고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 쉐프들에 의해 오래된 틀이 조금씩 갈라지는 느낌이다. 이곳 정식당을 발판삼아 새로운 한국식 음식
이 전세계에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7-28
연락처 : 02) 517-4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