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50퍼센트로 아예 반토막을 낸다고 하더니 짐짓 봐주는 척 하며 이제는 21퍼센트라고 한다. 행안부에서는 경제위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다른 정부기관들이 고작 2퍼센트 내외의 평균 감축을 한 것에 비하면 20퍼센트가 넘는 수치는 10배를 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가 인권위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반토막을 내려고 했던 것부터 지금까지 쭉 보면 정부 정책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독립기구를 흔들어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음이 분명하다. 사실 200명이 조금 넘는 인권위를 160명으로 줄인다고 해봐야 예산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경제위기 운운하는 것은 초등학생 수준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항간에는 30억 정도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지금 강남 타워펠리스 한 채 값조차 부족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라면 100억이 넘는 재산가가 즐비한 한나라당, 소위 나라를 책임지신다는 여당 국회의원 분들 중 상위 30분 정도가 1억씩만 기부해도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닌가.
이것만으로는 본인들이 생각해도 너무 이유가 빈약하다고 생각했는지 다음으로 드는 이유 라는게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이 또한 실상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허튼 소리임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 행안부 스스로가 밝힌 국가 인권위의 업무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장애인 차별법의 통과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장애인들이 앞으로 국가 인권위에 요청할 민원까지 생각해보면 업무량은 누가 봐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오히려 다른 정부기관들의 10배에 해당하는 인원 감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작 200명이라는 인원이 방만하게 운영되어 봐야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말인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동네를 책임지는 동사무소에 일하는 공무원 수가 보통 10명 정도는 되며 한 학교를 구성하는 선생님들 수 역시 50명은 족히 될 것이다. 물론 동사무소와 학교는 적어도 동네마다 하나씩은 다 있다. 그런데 한 국가의 인권을 책임지는 전체 기구를 구성하는 모든 공무원의 수가 고작 200명이라는데 이게 과연 방만할 만한 건더기나 있는 인원수일까? 이걸 또 160명으로 줄이자는 이 한심한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하니 온갖 궁색한 이유와 변명들이 난무하는 것 같다. 월급을 제외하고 국가 인권위가 한 해 소비하는 사업비는 고작 3~40억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인원을 가지고 이 정도의 사업비를 가지고 인권위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온갖 기득권 세력들과 싸워왔던 것이다. 힘을 더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업무량은 늘리고 정작 일할 인원은 줄이자는 셈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다는 명목으로 내놓아온 정책들은 실로 가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저항할 수 없는 대졸 신규 직장인들의 초임을 깎아 일자리 조금 더 만들기, 문서 복사 등의 잡무 말고는 공공기관에서 시킬 일도 딱히 없는 청년 공공기관 인턴 수 대폭 늘리기, 그리고 이번에 나온 국가 인권위 인원 수 감축을 통한 세원 30억 확보까지... 747을 자신하던 실물 경제 전문가 이명박 대통령께서 내놓은 한국 경제를 위한 해결책들이다. 7퍼센트 성장? 0퍼센트를 넘어 마이너스 성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민소득 4만불 달성? 얼마 전에 2만불도 깨졌다.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세계경제위기 핑계를 열심히 대보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실제로 그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만 대폭 하락했다는 데에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내놓은 정책들은 하나같이 허접하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하다하다 안되니 이 정부가 이제는 적은 인원수와 예산을 가지고도 열심히 일하는 독립기구의 알량한 예산에서까지 한국 경제 위기의 이유를 찾고 있다.
국가의 인권을 위해 사용되는 30억이 정말로 아쉬운 상황인가?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던 자신의 전 재산, 그것부터 먼저 내놓을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도 족히 10년은 더 인권위가 제 역할을 예산 절감 없이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