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셔츠는 텅 빈 캔버스와 같다.”
미국의 패션칼럼니스트의 사라 캐슬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열 사람에게 화이트 셔츠를 주면 열 가지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게 될 것이다. 계절이나 유행과 무관하게 늘 패션쇼 무대에서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일한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화이트 셔츠는 물론 그 한 벌만으로도 청순하고 또 섹시하다. 맨다리에 화이트 셔츠 한 장만을 헐렁하게 걸친 모습은 여전히 ‘섹시의 정석’으로 꼽힌다.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애니스턴은 평범한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공식석상에 등장해 “역시 미인은 뭘 입어도 예쁘다”는 시기 어린 댓글 세례를 받기도 했다.
서글픈 사실 하나. 대다수의 여성이 ‘뭘 입어도 예쁜’ 미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화이트 셔츠는 텅 빈 캔버스일 뿐, 그 위에 어떤 옷을 얼마나 세련되게 코디하는가는 전적으로 화이트 셔츠만으로는 ‘2% 모자란’ 여성들의 몫이다. 여성복 브랜드 ‘쿠아’의 김은정 디자인실장과 ‘비키’의 김지수 디자인실장으로부터 화이트 셔츠를 활용한 8가지 코디법을 들어봤다.
▶화이트 셔츠+청재킷+회색 미니스커트+스카프
화이트 셔츠와 진 소재의 바지, 재킷은 가장 무난하고 산뜻한 코디법이다. 단 청바지와 청재킷을 동시에 입는 실수는 범하지 말 것. 아무리 복고풍이 유행이라지만 1980년대 대학가를 누비던 ‘청년’ 같은 인상을 주기 쉽다. 중성적인 느낌의 청재킷에 가장 어울리는 하의는 스커트다. 미니스커트는 청재킷의 강한 이미지를 상쇄하면서 소녀처럼 앳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색상이 무난한 편이므로,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스카프를 둘러 포인트를 준다.
▶화이트 셔츠+타이+핑크 카디건+미니반바지
봄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핑크 카디건만 한 옷도 없다. 핑크는 채도가 높을수록 화사해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프레피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화이트 셔츠에 남색 넥타이를 둘러보자. 셔츠와 넥타이가 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핑크 카디건을 더 돋보이게 한다. 핑크색으로 상의에 포인트를 줬다면 하의는 베이지ㆍ검정ㆍ회색 등 무난한 색상이 좋다. 회색 미니반바지는 귀여운 프레피룩을 완성한다.
▶화이트 셔츠+브라운 가죽 조끼+티어드스커트(밑단에 층이 난 스커트)
지난해 가장 유행한 봄ㆍ가을 의상을 꼽으라면 라이더 가죽 재킷과 조끼다. 이 둘을 합쳐 만든 가죽 조끼 또한 올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갈색 가죽 조끼는 니트ㆍ블라우스ㆍ셔츠 등 다양한 상의 위에 겹쳐 입기 좋다. 시폰 소재의 티어드스커트(일명 캉캉치마)는 가죽의 중성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봄철 유행하는 프티스카프를 목에 둘러 깜찍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화이트 셔츠+라운드 재킷+청바지+스카프
목선이 동그랗고 길이가 짧은 재킷은 봄철 활용도가 높은 의상이다. 굵게 짜인 니트 소재의 샤넬풍 재킷은 캐주얼과 정장 모두에 어울린다. 화이트 셔츠에 회색 라운드 재킷과 청바지를 입으면 가벼운 외출 의상으로 손색이 없다. 청바지 대신 정장 바지를 입어 출근복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화려한 스카프를 둘러 밋밋함을 상쇄하는 것도 좋다. 화이트 셔츠는 재킷 밖으로 살짝 보이게, 재킷 소매 끝으로 셔츠 소맷자락이 보이게 연출하면 더 단정한 느낌이 난다.
▶화이트 셔츠+파란색 재킷+아이보리 스커트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화이트 셔츠는 광택 소재나 화려한 장식이 담긴 의상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광택 소재의 파란색 재킷은 화이트 셔츠의 깔끔함을 강조하면서도 화려한 매력을 풍긴다. 상의가 화려하다면 하의는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통일하거나, 검정ㆍ흰색 등 수수한 색상을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화이트 셔츠에 아이보리색의 스커트를 입으면 아래위가 이어져 한결 늘씬해 보인다.
▶화이트 셔츠+도트 무늬 블랙 원피스
목 부분이 깊게 팬 원피스는 화이트 셔츠와 겹쳐 입기 좋다. 검은색이나 회색ㆍ갈색 등 낮은 채도의 도트 무늬 원피스는 화이트 셔츠의 깔끔함을 강조한다. 이때 화이트 셔츠는 칼라 깃이 꼿꼿이 선 기본 스타일보다는 러플이나 레이스 장식이 달린 응용 스타일이 귀여운 분위기를 낸다. 하얀색 스타킹에 검정 구두를 신어 ‘블랙 앤 화이트’ 코디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화이트 셔츠+블랙 재킷+블랙 바지
중요한 미팅이나 회의가 있다면 ‘블랙 앤 화이트’로 정면 승부해보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블랙 재킷과 밑단이 살짝 퍼지는 부츠컷 스타일의 블랙 바지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에너지를 풍긴다. 눈부시게 하얀 셔츠는 블랙 정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의상이다. 이때 아이보리색 셔츠나 레이스와 러플 장식이 달린 셔츠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는 것이 낫다. 검은색 벨트나 화려한 원색 가방으로 밋밋함을 지운다.
▶화이트 셔츠+회색 재킷+회색 바지
광택이 흐르는 회색 바지 정장은 화사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러플 장식이 달린 화려한 블라우스를 입고 은색 귀고리로 포인트를 준다. 광택이 흐르는 정장이 화려한 느낌을 주므로 액세서리는 귀고리나 목걸이ㆍ브로치 중 한두 가지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깃이 빳빳한 화이트 셔츠나 검정 블라우스를 입으면 도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김윤희 기자
액세서리 tip ▶ 헐렁한 화이트 셔츠에 에르메스 벨트 매치…
뉴요커처럼 입어보자
▶벨트
‘섹스 앤 더 시티’에서 헐렁한 화이트 셔츠에 큼직한 에르메스 벨트를 맨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의 모습은 지금도 화이트 셔츠 코디법의 정석으로 꼽힌다. 남자친구 옷을 얻어 입은 것처럼 넉넉한 품의 화이트 셔츠도 멋스럽지만, 벨트 하나만 더하면 마치 원피스를 입은 듯 로맨틱하다. 요즘 유행하는 원색의 스키니진이나 레깅스를 입고, 하의와 동일한 색의 큼직한 빅벨트를 매보자. 여러 색이 분산되지 않아 화이트 셔츠의 깔끔함을 살릴 수 있고, 허리와 하의에 통일감을 줘 한층 날씬해 보인다.
▶스카프
꽃이나 페이즐리(올챙이)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스카프는 시선을 상체로 끌어올려 하체가 통통하거나 키가 작은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는 큼직한 꽃무늬나 원색 스카프도 결코 과하지 않다. 화이트 셔츠에 넥타이처럼 매거나 목 주변에 여러 겹 둘러 포인트를 준다. 크기가 큼직한 스카프라면 어깨에 숄처럼 두를 수도 있고, 돌돌 말아 허리에 벨트처럼 매기도 한다. 손수건만 한 크기의 프티스카프는 목이 깊게 팬 셔츠에 둘러야 목이 짧아 보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목선이 둥그스름한 중국식 셔츠와 가장 잘 어울리며, 일반셔츠에 두를 때는 가급적 셔츠 단추를 최소한 2개쯤 풀어주는 것이 좋다.
▶브로치
브로치는 정장 재킷에만 달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자. 캐주얼한 디자인의 브로치는 화이트 셔츠뿐만 아니라 모자 가방 등에 달아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큼직한 크기와 하늘하늘한 소재의 꽃 모양 브로치는 올봄 가장 유행하는 디자인이다. 브로치를 반드시 하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큰 꽃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면 그 옆에 깜찍한 주얼리 브로치나 나비 모양의 브로치를 배합해보자. 작은 주얼리 브로치는 스카프를 목에 둘둘 만 후 목 옆쪽에 달면 멋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