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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청소

김희경 |2009.04.08 15:02
조회 48 |추천 0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았던 집안 구석 구석을 털어내고 비누칠을 해서 닦아내었다. 주로 욕실과

주방을 청소했다.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걸레를 들고 닦을 곳을 찾기 시작하자 어쩌면 보이는

곳마다 먼지요, 눈이 마주치는 곳마다 찌든 때였다.

 

사람의 뇌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얻기 위해, 동시에 일어나는 두 가지 현상을 보았더라도 의식하지

않았던 영상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더니, 집안의 먼지가 그런 것 같다. 한 번 닦아내기 시작하자 온통

먼지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들은 대부분 자기에게 편한 것이다. 내 기억에

없는 사실이라고 해서 그가 틀렸거나 그에게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오류일 수 있다.

 

내 영혼에도 손이 잘 닿지 않아 닦아내지 않고 쌓인 묵은 죄가 오래된 먼지처럼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닦아내도 계속 쌓이는 여러 가지 이름의 묵은 죄들, 의심, 교만, 연민, 권태, 욕심, 비교,

절망,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한번에 모두 없어지지 않더라도 보이는 대로 기도하며 비워낼

일이다.

 

욕실은 중간 부분을 커튼을 달아 공간을 나누어 복잡한 물건들은 벽 뒤로 배치했고, 물 때가 낀

타일과 타일 사이는 비눗물로 세척했다. 쓸고 닦고 나니 벽면은 흰색계통의 mono tone 으로

바뀌었다. 나의 삶도 복잡한 것들을 쓸어내고 심플한 흰색이 되길 바란다.

 

우리 집은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오래된 집이다. 집이 오래될수록 날리는 먼지가 많듯이 신앙도

오래될수록 영혼에 때가 낀다. 낯설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지 않으려 하는 경험이라는 이름의 묵은

것들. 특히, 주방처럼 먹는 것이 많은 중요한 곳일수록 세척이 힘들고 노동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 동안에는 사람에게 보이는 곳을 신경 쓰고 치장하며 살다가 모처럼 보이지 않는 곳을 닦아내려

하니 땀은 땀대로 들고 고생해서 일한 표가 나질 않는다.

 

남은 세월을 세어보고 인생을 좀더 심플하게, 주어진 것은 구석구석 깨끗하게 정돈하며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인생을 잘 사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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