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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랭케타유의 다리" 고흐

신에스더 |2009.04.11 02:27
조회 36 |추천 0


'트랭케타유의 다리', 고흐(Van Gogh)

Oil on canvas, 65X81cm, June. 1888

Arles

 

 

무관심(無關心)
{명사} 관심이나 흥미가 없음.

 

 

 소녀가 걷고 있다. 소녀는 울고 있다. 평화롭다. 어떤 사람들은 요트를 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가하게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소녀는 울고 있다.

 

 소녀는 한가로이 다리위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녀는 울고 있지만 아무도 위로하지 않는다. 관심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모두들 자기가 할 일에 바쁘다. 그것이 바쁜 일이든, 아니든 그저 사람들은 자기 일에 밖에 관심없다. 남은 어쩌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니까. 남의 일에 신경쓰는건 어쩐지 바보스러운 일이고, 그것은 타인을 괴롭히는 일에 불과하지 않으며, 참견따윈 하지 않는게 좋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계속 살다보니 주변 것에 무관심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듯하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나는 어떤 쪽인가하면 남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주의다. 사실은 어디까지 간섭해야할지 모른다고해야하나. 관심은 많다. 난 사람들을 언제나 주의깊게 바라본다. '아, 저사람은 이렇고 저렇구나.' '음 오늘은 이랬군.' '기분이 별로 안좋아보이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란건 금방 파악한다. 기분이 어떤지도 어느정도 잘 파악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간섭하지는 않는다. 모르겠다. 사람관계라는게 어렵다. 난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건 좋지만, 깊이 파고 드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엄마가 언젠가 내게 말했다.

'넌 너무 너를 숨겨. 뭘 그렇게 숨기는거야. 네 자신 속에 숨어있으려고만해. 넌 좀 나올 필요가 있어. 너 자신을 드러내라구.'

 그렇다. 난 언제나 내 자신속에 숨어서, 그 자신을 또 다른 것에 숨겨, 남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숨고 숨는다. 내자신을 드러내는걸 꺼리고, 또 두려워한다. 무엇에 두려운 걸까. 모르겠다. 그냥 무섭다. 내자신을 전부 드러냈을 때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난 겁쟁이다. 그렇다, 겁쟁이다. 무서운게 많다. 어렵다. 아픈걸 무척 싫어한다. 상처받는걸 두려워한다. 사람의 관계라는게 양날의 칼같은거라서 오늘은 웃지만 내일은 울거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 내 자신을 전부 드러냈을 때 받을 치명타를 나는 막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숨어도, 꼭꼭 숨어도 난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내 모든걸 남들에게 보이고 맡겼을 때 방어막하나 없이 칼을 맞는다면 무척 아프고 힘들것만 같다.

 

 하지만 언젠가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또 충격을 받았다.

 "넌, 그런거에 별로 관심없잖아. 뭐든 깊이 묻는 법이 없잖아."

 거기까지 밖에 말을 하진 않았지만 별로 심각하게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의섭섭함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체로 그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는 없는걸까. 뭐든 말해야만 가능한걸까. 난 힘들어하는걸, 상대방이 힘들어 하는걸 깊이 파고들어 또다시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무엇이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힘들어보이니 그냥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적어도 난 그러니까. 내가 내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말은 하기 싫다는거였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묻지 않았다. 항상. 그런데 아닌가보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내가 그걸 몰랐나보다. 그냥 바라봐주기만 해서는 안되었나보다. 단지 그걸로는 무관심하게 보였나보다. 자세하게 물어봐주고, 위로의 말을 건내고, 잘될거라고 말해주며, 나중에 종종 어떻게 되었냐고 또 다시 물어봐주기를 바랬나보다. 미안. 미안. 미안.

 

 나는 그냥 겁쟁이일뿐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무관심했던거고, 누구에게나 살갑게 대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두꺼운 벽을 둔 채로 벽 사이로 큰 소리로 외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랬다. 그랬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었다. 난 정말로 그게 좋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벽을 쌓으려고해서 쌓은게 아니었다. 그냥 돌맹이를 하나씩, 아주 심심할 때마다 작은 돌맹이 하나를 쌓았을 뿐인데, 지금은 하늘조차 갈라버릴 정도로 쌓아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벽은 부서지지가 않는다. 미치겠다. 슬프다.

 

 그림의 소녀가 걸어온다. 울면서 걸어온다. 사람들 속을 지나 걸어온다. 운다. 운다. 운다. 계속 울고 있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서럽다. 서럽다. 서럽다. 무엇에 그렇게 슬프니. 아이야, 무엇이 그렇게 서럽니. 이렇게 좋은날, 강물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햇살이 이렇게 따스한데, 왜 네 주변은 그렇게 차갑기만 하니. 아이야 아이야, 넌 왜 울고 있니.

 아이가 다가온다. 내게 다가온다. 울면서 다가온다. 훌쩍, 훌쩍, 코를 훌쩍이면서 느린걸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나는 단지 그녀를 바라본다. 발을 동동구르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직은 나와 세발걸음 거리가 있다.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진다. 우는 소녀가 가까워진다. 아이야, 아이야,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난 네게 울지말라고 말해야할까? 손수건을 건내야할까? 네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야 할까? 단지 널 꼬옥 안아주어야 할까? 훌쩍거리는 널 조용히 데리고가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로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주어야할까? 아이야, 아이야, 난 네게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다른 사람과 슬픔을 나누고 싶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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