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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 살아있는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

김창규 |2009.04.12 02:13
조회 115 |추천 1


전역까지 7개월을 앞둔 어느 날 밤.
근무를 끝마치고 자리에 내 몸을 누이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 순간 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손 꼽히는 공포에 휩싸인다.
태어나서 그 정도로 무서운 순간이 또 있었을까.
갑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전신을 압박했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기분 이었다.
너무나 무서워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2분대 내무반.
그 곳엔
오직 그 자신만이 아는
공포와 불안감,
그리고 
허무함의 끝에 앉아 있는 
내가 있었다.
이렇게 살다간 평생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게 아닌가하는.
'자신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기분이
진실로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손가락 하나라도 닿으면
깨져버릴 듯이.






그래서 나는 수첩을 하나 꺼냈고,
내가 누군지에 대해서 적어 나갔다.
이번에야 말로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죽는 한이 있어도
생각에 생각의 끝까지 가보기로.






내가 태어날때 부터 지금까지 만난 사람,
내가 태어날때 부터 지금까지 배운 것.
내가 태어날때 부터 지금까지 느낀 것.
그러니까
내가 태어날때 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 모든 감정.
그것을
기억해 내고 또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적고 또 적었다.
그 모든것을 조합하고, 유추하고, 판단해서
나를 완성하려 했다.
나를 이해하려 했다.





-

 

 




스스로를 증명하되
자신을 속이지 말고

스스로를 증명하되
다른 이의 손을 잡지 말며

스스로를 증명하되
과거의 자신을 이용하지 말라



-

 

 

이것이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내기에 앞서
수첩의 가장 서두에 적은 글귀다.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되
티끌만큼도 자신을 속이지 말것,
다른이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지도 말것,
과거에 내가 누구였든
그것을 이용하지 말고
순간에 진실로 부딪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도 인간.
도움을 받고 싶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부딪히면 된다.
싫어하는 마음은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에 부딪히면 된다.
하지만 도대체
이런 마음은 어디에 부딪혀야 하나-
나는 모르겠다.
내 이해가 짧은 탓이지만
노자를 봐도 모르겠고
부처를 봐도 모르겠고
니체를 봐도 모르겠고
똘스또이를 봐도 모르겠고
무묘앙 에오를 봐도 모르겠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봐도 모르겠다-




-
왜 그런 불안과 공포가 갑자기,
그것도 순식간에 다가왔는지는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GOP의 영향도 큰 듯 하다.
365일 반복되는 일상.
그 허무함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살고 죽는 것에 연연한다.
살아있을 때, 살아있는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싶다.
완벽하게 자신을 알고
완벽하게 자기제어의 길로 돌아가
완벽하게 자신을 믿고 싶다.
결국에는 완전해지고 싶은 것이다.
완전한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이다.

 

 

 

 

 

 

 

 

 

 

 

 

 

 

 

 

 

 

 

 

 

 

 

 

art by 줄 바스티엥 르파주 '눈먼 거지'

note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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