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2월 KBO는 공인구와 스트라이크 존과 함께 마운드의 높이를 조절하기로 결정하였다. 특히, 마운드의 높이가 기존의 13인치에서 10인치로 낮춰지면서, 벌써부터 투수들의 수난시대를 예상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게다가, 이 조치로 극심한 투고타저가 단숨에 역전되어서, 타자들의 천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평평한 평지인 야구장에서 유달리 마운드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야구장에서 마운드만 높은 것일까?
흔히들 말하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야구장에는 투수들만을 위한 특설무대인 마운드가 우뚝 솟아있다. 하지만, 투수들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마운드가 처음부터 존재하지는 않았다. 초창기 야구에서는 마운드나 투수판 등도 없이 소프트볼에서 볼 수 있듯이 투구시에 벗어날 수 없는 투수박스라는 것만이 존재했다. 게다가, 투수들은 지금과는 달리 허리 아래에서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즉, 초창기의 투수는 배구의 세터와 같이 타자들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 혹은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초창기 야구는 타자가 치지 않을 경우에는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수로서는 강속구나 커브 등의 변화구는 불필요했다. 지금으로 보면, 슬로 피치 소프트볼과 같은 경기가 초창기의 야구였다. 그런 투수들의 스타일에 일대 변화가 오게 된 것은 타자가 치지 않아도 정해진 코스를 통과한 볼은 스트라이크가 되면서부터였다.
타자들의 타격과는 관련 없이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되면서, 투수들은 투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투구는 허리 아래로 한정되었기에, 지금의 언더스로와 같은 스타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언더스로로는 김병현 등과 같이 속구를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변화구 투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당시의 언더스로들은 강속구 투수였다. 여기에서 강속구라고 해서 그들이 150km이상을 던진 것은 아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지만, 배터리간 거리는 지금보다 짧아서, 120km정도의 속구만으로도 지금의 150km에 육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1884년에는 투구폼에 대한 규정이 허리 아래뿐만이 아니라 어깨 높이에서도 던질 수 있도록 개정되면서, 사이드암스로이나 오버스로의 투수도 나타날 수 있었다. 누구라도 알고 있듯이 속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언더스로나 사이드암스로보다는 오버스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당시의 투수들은 기존의 언더스로나 사이드암스로에서 큰 변화를 주어서 오버스로로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분명히 속구를 던지거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데에는 오버스로가 유리하지만, 언더스로나 사이드암스로만으로도 충분히 150km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고, 또한 안정된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지금과 같은 마운드가 없어서, 언더스로나 사이드암스로으로는 지면에 찰싹 달라붙은 듯한 볼을 던질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동영상 중간에 제니 핀치가 던진 볼을 포수가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도 치지 못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제니 핀치의 투구로 초창기 투수들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독고탁들의 활약으로 야구는 득점을 올리는 스포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되었고, 관중들의 흥미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극심한 투고타저는 프로야구를 존폐 위기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단순히 독고탁들의 추방령을 내리면 되지만, 그럴 경우에는 선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셔널리그는 배터리간의 거리를 지금과 같은 60피트 6인치로 늘리는 동시에, 투수박스 대신에 마운드를 높이 쌓아 올리도록 하였다. 언더스로나 사이드암스로들로서는 평지가 아닌 높은 위치의 마운드에서 던지게 되면서, 이전과 같은 땅바닥과 찰떡 궁합을 보이던 공을 던질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높은 마운드가 생겨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투수들의 위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였다. 투고타저를 위해서 마운드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투저타고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또한, 높아진 마운드와 멀어진 거리로 인해 언더스로와 사이드암스로가 지배하던 투수들의 세계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면서, 지금과 같은 오버스로 전성시대가 도래할 수 있었다.
구장마다 제각각이던 마운드의 높이가 정식으로 야구 규칙에 포함된 것은 1903년으로, 당시에는 높이를 15인치(약 38.1cm)까지로 제한할 뿐이었다. 이후, 1950년에는 전구장의 높이를 15인치로 통일하는 규정이 마련되었지만, 투수왕국으로 유명한 LA 다저스는 20인치(50.8cm)로 쌓아 올리는 등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1969년에는 투고타저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5인치가 낮아진 10인치(약 25.4cm)로, 또한 경사도까지 명문화되었다.
25.4cm (10인치)의 높이로 흙을 쌓아 투수판(Pitcher's Plate)을 설치한다. 투수판 앞 15.2cm(6인치)의 지점에서 본루를 향해 182.8cm(6피트) 지점까지, 경사도가 30.5cm(1피트)당 2.54cm(1인치)가 되게 한다. 경사도는 경기장마다 일정하게 하여야 한다.[야구 규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