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치고 여자가 갑자기 자살해버린다. 남자는 궁금하다.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데 자살이라니. 얼마후 남자는 여자를 이해한다. 행복의 클라이막스에서 죽어버리고 싶었던 여자의 마음을, 인생의 절정이란 두번 다시 반복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하는 여자의 마음을.
영화<사랑하면 이들처럼>에서는 이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될 수 없는 절정의 시기를 지나면 그것은 천천히 불행해져 가는 것과 같지 않냐고 물어온다. 사실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생산적인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땀흘리고 열심히 걸어가봐야 끝에는 무덤뿐이라는 것, 그 무덤은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남자와의 이별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두려웠던 것이다.
마틸다의 말은 허무하고도 무섭다. 그러나 동시에 매혹적이기도 하다. 심보선 시인이 말했다. '예술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매혹과 같은 것이 요절이다. 가장 순수할 때,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청춘일때 생을 마감하는 것. 청춘 다음엔 타락밖에 없으니까요.' 이상이 그랬고, 기형도가 그랬으며, 전혜린이 그러했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잠깐이나마 공감을 하더라도, 내일 아침에는 그 허무한 말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라고, 절정이 끝나버린 다음에는 반드시 고통만이 오는게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말할 수 없는 무엇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야한다. 그리고 영화<사랑하면 이들처럼>의 제목에는 반드시 '사랑하면 이들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써 놓아야 한다.
내 사람에게
먼저 떠납니다. 당신의 사랑이 식기 전에 가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사랑만을 남겨둘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불행이 찾아오기 전에 떠나려고 합니다.
우리의 포옹의 느낌을 안고 갑니다.
당신의 향기와, 당신의 모습, 입맞춤까지.
당신이 선물한 내 생애 가장 사랑스러운 날들의 기억들을 가지고 떠나갑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달콤한 밉맞춤 속에서 죽으려고 합니다.
언제나 사랑했고,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영원히 나를 잊지 못하도록 지금 떠납니다.
- 마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