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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장부에서 이뤄진 세금 도둑질

배규상 |2009.04.23 09:56
조회 64 |추천 0

 

권력의 심장부에서 이뤄진 세금 도둑질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 외에 대통령 특수활동비 명목의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수감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금고 지기가 금고의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어 놓았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의 세금 도둑질은 뇌물수수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주려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실제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묵인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퇴임 후에 주려 했다면서 왜 퇴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는지 우선 납득이 안간다. 노 전 대통령이 몰랐다 해도 면책될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에 문서결재시스템 e지원을 도입해놓고 모든 결정사항을 전직원들이 공유하게 됐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코앞에서 이뤄진 세금도둑질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놓고 큰 소리 쳤다는 얘기 아닌가.

정 전 비서관이 어떤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고 누구의 도움으로 타인 명의의 계좌에 보관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공금횡령건은 검찰이나 감사원이 어떤 제보나 단서를 갖고 추적해서 밝혀낸 게 아니다.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돈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드러난 것이다. 만약 박연차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청와대 예산 편성 및 집행과정 어디에 구멍이 뚫려있는지를 찾아내 유사사건의 재발을 예방하는 노력은 이명박 정부에도 필요한 일이다.

 

 

2009년 4월 23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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