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요일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을 어영부영 허비해 주말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그래도 일요일 휴일을 낭비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늦잠에 빠져 있을 내가 아니다. 일요일 당일치기 장거리 여행은 시간과 체력 상 무리이기 때문에 목적지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차 안에서) 고생을 덜하기 위해선 가까운 곳을 가야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아산 이다. 현충사 일대와 주변 관광지를 드라이브 하기에도 좋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과 옛 추억(나의 고향은 충남 아산)이 나의 감성을 잔잔하게 자극하는 나만의 완소 SPOT 으로 가족들과 함께 출발.
이동코스 : 현충사 - 곡교천변 유채밭 - 외암 민속마을 - (평택에 있는 평택호관광지:요건 서울 경기도 블로그에)
참고로 4월 28일이 이충무공 탄신일이다. 올해로 벌써 464회를 맞이하는 탄신기념 축제가 5월 3일까지 열린다. 온양에 살 때, 사이팔(4월 28일 행사)날 저녁에 우리집 뒷동산에 올라 축제의 불꽃놀이를 먼 발치에서나마 구경하곤 했는데, 아직도 불꽃놀이를 하려나 모르겠다. 그때 난 설레는 가슴 졸이며 지는 불꽃을 넉 놓고 바라봤었는데.
목적지 1 : 현충사(주소 :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100) ; 철쭉, 멋들어진 노송, 연두색 잔디, 도시락, 소풍.
현충사를 찾는 것은 쉽다(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감고도 간다). 경기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평택 아산만 방조제가 있는 39번 국도로 나와서(서평택 IC) 온양 가는 방향으로 시내로 접어 들기 전까지 계속 직진하다가 곡교천 주변 은행나무 길을 지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일단은 온양온천역이나 온양버스터미널까지 기차나 전철,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15분~30분 만에 있는 900, 920, 940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hcs.go.kr/)의 위치도를 참조.
온양 사람이라면, 현충사 모르는 사람이 없을게다. 초·중 시절, 봄·가을 소풍으로 지겨우리만치 자주 갔던 곳 중 하나다. 심지어는 곡교천 주변에 봉사활동 하러도 갔다. 쓰레기 줍기, 풀 뽑기 등의 잡노역을 했다.
현충사는 그 유명하신 이순신 장군님을 모신 사당이다.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신지 100년이 지난 1706년(조선 숙종 32년)에 지어졌다. 우리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어렸을 적(1966년 정부가 본격적으로 이곳을 성역화 하기 시작), 박정희 대통령께서 장군님을 숭배하다시피 하셔서, 현충사를 크게 아끼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도 학교 다니실 때 현충사로 야외활동(노동과 진배없는) 많이 나가셨다고 하셨다. 나 때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부르는 말만 달라졌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다. 성인 500원의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오후 6시까지 (원한다면) 마음껏 뛰놀 수 있다. 한적하고 깨끗하고(너무 깨끗해서 썰렁하기까지 하다) 널찍한 경내. 자주 들러도 언제나 반갑고 푸근한 곳이다.
주차장엔 차가 적당히 차있다. 솜사탕은, 컵에 담긴 것보단 나무 젓가락에 둘둘 말린 말 그대로 "솜사탕구름" 모양이 더 좋은데. 아이들을 유혹하는 알록달록한 바퀴달리고 날개달린 (거의 일회용인) 장난감 주위를 배회하는 꼬마아이- 예전에 나도 저랬겠지?
현충사의 풍경은 여전했다.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빨아 먹고 도시락 풀어 먹던 등나무의 벤치도 그대로고, 이맘때 쯤이면 활짝 펴서 내 눈과 코와 손(꽃 따서 만지작거리며 놀았다)을 즐겁게 해주던 등나무꽃도 예전의 모습을 품고 있었다. 시내버스 타고 터미널까지 가는 길이 그 어릴적엔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아마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이 돌지 않는 버스 안의 쨍한 열기 탓이리라.
바퀴 달린 것 타고 씽씽 달리는 애들 보면, 부럽다. 나도 어릴 때 좀 배워둘 걸. 사람은 적당히 있었다. 많지도, 아주 적지도 않아 좋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큰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돌지 않고,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기로 했다. 연못에 큰 물고기들이 많은데, 나는 그거 입 뻐꿈뻐꿈 내미는 짓 보는 게 그렇게 재밌당.
연못의 수심이 꽤 깊다. 빠져본 적은 없지만, 빠지면 기분 무지 나쁠 것 같은 짙은 초록색 물이다. 아마 물고기 똥 때문에 그렇겠지.
자판기 잉어 먹이 빼서 한 곳에 집중적으로 뿌려줬다. 그랬더니 내 허벅지만한 잉어들이 멸치떼 마냥 모여든다. 지들끼리 먹이경쟁에 난리 법석, 온갖 수선 다 떤다. 잠깐동안 "파닥파닥, 첨벙첨벙, 퐁퐁퐁, 풍덩풍덩, 찰싹찰싹" 재밌는 소리를 감상했다.
큰 물고기들이 역시 대세. 작은놈들은 뒤쪽에서 애처롭게 푸드덕 거리며 부스러기 하나 물면 운 좋은 거다.
꽃 따서 분해해서(꽁다리 딴다고 하지) 입으로 쪽 빨면, 달콤하고 비릿한 꿀이 나오는 요거 요거, 이름이 뭐더라. 골단추?
단풍나무?
친절하게 사진을 덧붙인 꼼꼼한 설명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달래주는 일에 작은 보탬이 되어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 빛 그리고 싱그러운 어린 연초록 빛.
충무공 고택 옆에 있는 우물인 충무정의 물 한모금, 꿀꺽 맛나게 삼키자. 나는 안 마셨다. 충무공이 지내셨다고 하는 옛 고택은 현재 경매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이순신 장군 고택부지 경매 충격 보도가 났는데 이는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고자 하였으나 토지소유자인 종손이 이를 거부하였다가 현재 해당 토지가 충무공 후손 종부의 채무 문제로 인해 경매대상이 되었다는 상황인데, 문화재청이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과연 일이 어떻게 풀릴지 의문이다.
허연한 길 따라서 오른쪽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날씨 좋지, 연분홍 철쭉은 듬성듬성이지만 옛 생각 나게 하지, 하늘은 비 온 후라 푸르지, 그래서 짜증 한번 안내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잘 깎인 머리 모양 마냥 예쁘게 다듬어진 잔디밭 위에는 작지만 탄탄하게 살진 땅땅한 소나무와 꽃나무들이 여러 종류 많다.
활터. 500년 묵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대칭을 이루며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는 모습. 활터는 이순신장군이 활을 쏘시던 곳이라고 한다. 과녁판은 장군님이 쏘던 당시에 200 미터 거리에 있었다고 한다. 난 여기만 오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무과시험을 보다가 낙마해 다리를 다친 장군이 임기응변으로 다리에 나무를 덧대 묶어 다시 말에 올라타고 시험을 마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여기가 거긴 아닐터인데. 연습만 하던 곳 아닌가?
대나무 샛길, 직접 걸어 들어가지 않았다. 키 큰 소나무, 현충사의 역사 만큼 오래 돼 보인다. 운치 있다.
고 놈 꽃이 복실하게 주렁주렁 많이도 매달렸다. 흰 쌀밥이 열리는 나무 같다. 손으로 훑어 수북히 밥공기에 담고싶어라.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본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올라가는 일이 귀찮게 느껴졌다. 배가 고픈게지.
충의문은 본전의 정문을 말한다. 줌으로 당겨 찍었다.ㅋㅋ
홍살문. 사당의 정문 입로에 세우는 붉은색 칠을 한 문으로 경건성을 유지하기 위한 성역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진은 홍의문 계단에서 아래쪽을 바라보고 찍었다.
본전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숱하게 가봤음.
유물관 전경. 안에는 난중일기 및 거북선 모형 등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유물관에는 국보 76호 9점(난중일기 7권, 임진장초 1권, 서간첩 1권)과 보물 326호 6점(장검 2병, 요대 1구, 옥로 1점 도배 1쌍) 및 비지정 유물을 포함하여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촬영 금지. CCTV가 설치되어 있고문화재 관리인이 지켜보고 계신다. 난중일기가 가장 반가웠다.
와아, 진짜 크다. 오래 묵은 나무 많다.
이충무공 및 후손들의 묘소는 과감하게 패스하기로 가족들과 적당히 합의하고 덩쿨터널을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현충사.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대표 사당 격인 현충사는 사당 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한 감이 없지 않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검소한 성품에 비하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당이라고 해서 꼭 그의 혼을 기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영정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경배하는 '신성한' 장소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후손들의 존경과 숭배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현충사는 아산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관광지로서, 시민들의 휴식처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로 받아 들인다면, 현충사를 유신정권의 잔재로 치부하고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뭐든 긍정적으로 세상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순신 장군님은 그런 호사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될 만큼 위대한 업적을 우리 후손들에게 선물하신 분이니까.
목적지 2 : 곡교천 유채꽃밭 ; 은행나무 터널과 유채꽃밭이 그림처럼 예쁘다. 길가에 차 세우고 사진 찰칵.
현충사를 대충 둘러보고 난 후 오는 길에 보아 둔 곡교천변에 있는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현충사 나오는 길에 있다) 은행나무길도 멋진데, 유채꽃의 향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사진찍는 걸 깜빡했다. 찌린 유채꽃 냄새는 달갑지 않지만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꽃밭의 광경을 놓칠 수는 없어 차에서 냉큼 내렸다. 길이 아닌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가 유채꽃을 구경했다.
곡교천을 가로지리는 다리. 난간에 꽂힌 오색깃발에는 이충무공탄신기념축제를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 멀리 온양 시내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나 자꾸 온양이라고 한다. 아산이라고 명칭이 바뀐지 오랜데, 나한텐 그래도 온양이란 말이 입에 익어 부르기 좋아.)
하늘 높이 꼿꼿히 치켜든 유채꽃의 노란 머리는 제법 하늘의 푸른 기운과 잘 어울린다. 가까운 곳에서 유채꽃 구경을 할 수 있어 돈과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벌이 이꽃 저꽃 날아다니며 꿀을 빨고 있다. 나는 벌이 무섭지 않다. 쟤네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만 않으면 해코지를 하지 않는 법이거든. (최소한)여태 나에겐 그랬었다.
유채꽃 밭 오른쪽 둔덕에 있는 초록색 나무들이 은행나무이다. 비법정도로 양 옆에 줄지어 서있는 은행나무들은 우리에게 시원한 나무 터널 그늘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제보니 끼리끼리들 모여있구나, 꼴랑한 냄새 풍기는 것들 - 유채꽃이랑 은행나무. ㅋㅋ
저 뒤쪽에 주차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길 가다 잠깐 들러 구경하기 좋다.
목적지 3 : 외암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1리 169-1) ; 주변에 설화산과 강당골이 있다.
곡교천 다리를 건너, 온양시내를 가로질러 읍내동 쪽으로 가다 보면, 외암민속마을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거 따라 가면 된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강당골로 가는 시내버스가 터미널 혹은 아산역 버스정류장에서 40분배차간격으로 있다. 첫차는 6시 20분, 막차는 저녁 8시 50분.
강당골과 외암민속마을 역시 자주 찾던 곳이다. 여름이면 강당골 계곡에 발 담그고 앉아 계곡물에 넣어 뒀던 (미지근한) 수박을 쪼개 먹으며 놀고 그랬는데. 봄이라, 아직 물 장난 하기엔 이르니까, 강당골은 나중에 가야겠다.
외암 민속마을은 많이 들어가봐서, 입장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 2000원의 (조금은 과하다 싶은) 입장료.
헐,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어차 있다. 주차할 때 시간 좀 걸렸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난 지금 주차장에 있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주변을 돌았어요.
강당골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이 여기 외암마을 냇가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네요. 물은 더럽지 않아요.
밖에서도, 마을 안의 풍경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초가집, 기와집, 소나무, 황토길, 그 외에 뭐 별거 있나.
튼실한 돌다리.
입구 길 양 옆 바닥에는 마을 아주머니들의 행상 보따리안의 물건들이 사이좋게 "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와집 뒷 편으로 설화산 자락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안에선 무슨 굿패가 벌어진 듯 하다. 풍악소리 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한 분위기. 천신굿인가?
입구 어귀에 있는 토속음식점에서 묵 무침, 수수부꾸미, 쑥개떡, 묵밥, 열무국수, 구수한 누룽지 막걸리 한 사발로 허기와 갈증을 달랬다. 사실, 이곳에 온 목적은, 수수부꾸미를 먹기 위해서다. 저번에 왔을 땐 수수부꾸미의 크기가 좀 더 컸었고, 식당 점원들은 더 친절했으며, 음식의 양도 더 푸짐하고, 맛있었던 것 같은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니 예전만 못해지나 보다. 안타깝다. 아무튼, 사람은 엄청 많았다.
외암마을의 유래

이 밖의 더 자세한 내용들은 외암마을 홈페이지 참조.
일정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택호 관광지에 들러 오리배를 탔는데, 그 내용은 따로 올리려고 한다.
음, 아산은 앞으로 갈 일이 많다. 대표적인 관광지 외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다음엔 그곳에 갈때 카메라 꼭 챙겨 가련다. 도시 자체는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이름(온양-溫陽)처럼 따듯하고 정겨우며 푸근한 나의 고향 여행기는(여행기라기보다 일상기라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앞으로도 계속 쭈욱- To be continued - 할 예정.
* 온양온천역 : http://www.daos.net/railway/info.htm?code=490
* 현충사 홈페이지 : http://www.hcs.go.kr/
* 외암 민속마을 : http://www.oeammaul.co.kr/
* 아산시청 : http://www.asan.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