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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이해준 감독의 탄탄한 구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느낄 수 있는 유쾌한 영화

박철원 |2009.04.30 14:56
조회 176 |추천 0

 

  봉중호 감독의 와 박찬욱 감독의 사이에서 개봉을 함으로써 자칫 위험한 개봉 시기를 맞이한 영화 가 첫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참으로 소재가 독특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바로 2006년로 여자가 되고 싶은 뚱보 남학생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던 이해준 감독이다.   이해준 감독은 이 영화 한편으로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감독중에 한명이 되었다. 정재영과 정려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와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첫 공개된 언론시사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는 이해준 감독 특유의 탄탄한 시나리오적 구성이 돋보이고 '세상과의 소통', '사회 부적응자'라는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시종일관 밝은 그림으로 그려낸다. 1653년 하멜선장은 태평양을 표류했다. 1719년 로빈슨 크루소는 대서양을 표류한다. 하지만 2009년 김씨는 한강을 표류하다 여의도 밤섬에 불시착한다. 일단 이 설정부터가 독특하다. 2009년 상업영화의 흥행 대표 감독인 강우석 감독이 첫 제작하는 는 이해준 감독의 각본을 보고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이해준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적 구성과 독특한 발상에서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사실 는 소통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소통 의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hello, how are you, my name is...와 같은 수많은 안부인사와 흔해빠진 자기소개들이 어떤 이들에겐 절실할 수 있는 단어임을, 그 말을 하고 듣는 행위가 갖는 본질적 의미들을 상기시켜주는 영화이며, 자신의 희망은 무엇인지 절실하게 물어보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한강 중심에 있는 밤섬에서 촬영을 하였다. 하지만 그 촬영 여건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이라 밥을 해먹을 수도 없고 용변을 볼 수도 없었다. 발전차를 끌어들일 수 없어 조명 대신 자연광에 의존했으며 해가뜨면 촬영하고 해가 지면 촬영을 접어야 했다. 그렇기에 전국 각지역을 돌면서 밤섬과 유사한 지역을 찾아 촬영을 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정재영과 정려원은 각각 다른 공간에서 존재하고 겹치는 신 역시 후반부 단 한장면밖에 없다. 물론 표류된 김씨와 자신만의 공간에 닫혀사는 또 다른 김씨의 이야기이기에 조연도 필요가 없다. 단역만 있으면 그만일 뿐이다. 이처럼 독특한 ‘밤섬에 불시착하게 된 한 남자의 생존 투쟁기’라는 소재 자체가 새롭고 흥미로운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해보자.   구조조정과 대출 빚, 능력이 없어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자친구 때문에 자살기도를 하는 남자 김씨(정재영)는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눈을 뜬곳은 한 외딴섬.. 그러나 어딘가 이상하다. 바로 여의도에 있는 밤섬에 표류된다. 죽으려는 의지는 어디갔는지 그는 살려고 발버둥 친다. 힘들게 켜진 휴대폰으로 살려달라고 요청도 해보고 한강 유람선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도움을 청하는 것에 대해 믿지 못하고 결국 섬에 갇히게 된다.  

어짜피 자살하려고 했던거 김씨는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려 하지만 순가나 설사가 찾아오고, 엉덩이를 깐 채 어기적어기적 움직여 사루비아 꽃의 꿀을 빨아 먹다 울음을 터뜨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섬에서 나가면 무엇하리오,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물고기를 잡아먹고, 버섯을 채취하고, pet병으로 슬리퍼를 만들며,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안경까지 만들어 쓴다. 하지만 그 곳 삶에 만족하며 살던 그에게 희망이 생긴다. 바로 우연히 주운 자장라면 봉지에서 뜯지도 않은 분말스프를 발견하고 짜장면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이것이 이곳에 사는 김씨의 희망이 된다. 콩과 옥수수를 심고 그것을 키워 가루를 내어 자장면을 해먹는 것이 그에게 가장 큰 희망..희망인 것이다.  

  또 한명의 여자 김씨(정려원)의 외형과 캐릭터도 범상치 않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인 김씨는 좁은 방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달사진을 찍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며 컴퓨터로 미니홈피를 꾸미며 살아가지만 그 미니 홈피의 인물은 자신이 아닌 가상 인물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좁은 방안에서도 자신만의 룰을 지켜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연히 밤섬에 표류중인 남자 김씨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를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남자 김씨가 처음 밤섬에 표류했을 때 모래 사장에 HELP라고 쓴 말을 이제 섬에서 살아볼만하고 느낄 즈음 HELLO라고 바꾼것을 보고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여자 김씨. 결국 빈 와인 병에 편지를 담아 그의 섬에 떨어 뜨린다.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고작 "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이정도 이다. 하지만 남자 김씨의 "WHO ARE YOU?"라는 답장에 서로는 갈등하고 답을 하지 못한다. 이는 은둔형 외톨이인 여자 김씨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때문임을 보여준다.  

  의 정재영은 의 톰행크스의 연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장르가 달라 관객이 바라보는 시선이 틀릴 뿐이다. 현실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섬에 갇힌 주인공의 유쾌한 아이디어가 어울어서 시종일관 계속해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남자 김씨가 슬퍼할때 관객도 안타깝고 남자가 기뻐질때 관객도 같이 감정이입이 된다.   코미디 영화로서 당연히 관객을 웃겨야 하는 것이지만 는 억지 웃음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웃음뒤에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난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의미는 감동을 배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작은 감동이라도 이 영화가 주는 전체적인 구성은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로만 보기에는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기에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다만 관객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할 소재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감독의 감각있는 시나리오적 연출, 정재영, 정려원의 호연은 이 영화가 , , 그리고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 사이에서 선전을 할것이라 기대된다. 감독이 말하는 소통에 관한 메시지는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만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바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소통의 의지가 그들의 공간에서 벗어나 처음 만나게 된다는 설정인 셈이다.  

  전작 를 보고 이해준 감독의 작품을 기다려 왔다. 역시 를 보고 역시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지 않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 참신한 소재까지 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다 갖추고 있었다. 또 하나!!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라면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첫째는 "과연 이 고단한 세상살이에 나의 희망은 무엇인가?"라는 것과 둘째는 "극장문을 나서면 자장면 한그릇을 꼭 먹어야 겠다"라는 생각이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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