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열여덟살 다음이 열아홉살이고
열아홉살 다음이 열여덟살.
그렇다면 좋겠다.
2.
"우리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건
우리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지"
3.
"충분하지 않다" 와 "아주 부족하다" 의 중간 정도야.
난 늘 굶주려 있었어.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 사랑을 듬뿍 받아보고 싶었어.
'이젠 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잘 먹었어' 그럴 정도로.
한번이면 되는거야, 단 한번이면.
4.
" 인생은 비스킷통 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비스킷통에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걸 겪어 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통이다 라고 "
5.
"편지는 그저 종이일 뿐인 걸요" 하고 나는 말했다.
"태워버려도 마음에 남는건 남고
가지고 있어도 남지않는건 남지 않지요"
6.
느긋하게 기다리는게 제일이야.
희망을 잃지 말고, 엉킨 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거지.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일 지라도 실마리는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니까.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가만히 있으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듯이 말이야.
7.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야.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봐야 실망할 뿐이거든."
8.
"왜 남자들이란 머리가 긴 여자를 좋아하지?
꼭 파시스트 같아.
정말 시시하다구.
어째서 남자들이란 머리가 긴 여자가 품위가 있고 상냥하고 여성스럽다,
그러는걸까?
난 말야, 머리가 길고 야비한 여자를 250명쯤은 알고있어, 정말."
9.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
1년 내내 백 퍼센트 내 생각만하고 사랑해 줄 사람을 내힘으로
찾아내어 내것으로 만들겠다고.
초등학교 5학년이던가 6학년 때 그렇게 결심했어."
"대단하군!" 하고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그래 성과는 있었어?"
"어려운일이지"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면서 얼마 동안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도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
난 굉장히 완벽한 걸 원하고 있거든.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해"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것.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 자, 미도리, 딸기쇼트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건 이젠 먹고싶지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건 그런 거란 말이야 "
"그런건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나는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관계가 있어. 자기가 알지 못할 뿐야"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여자에겐 말야, 그런게 굉장히 소중할 때가 있는 거야"
"딸기쇼트케이크를 창문으로 내던지는 행동이?"
"그래 난 상대방 남자가 이렇게 말해 주면 좋겠어.
알았어,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곧 딸기쇼트케이크가 안 먹고 싶어지리라는
것쯤은 짐작했어야 했는데
난 당나귀 똥만큼이난 바보스럽고 무지한것 같아
사과할 겸 다시 한번 다른 걸 사다 주지.
뭐가 좋아? 초코릿 무스, 아니면 치즈케이크?"
"그러면 어떻게 되지?"
"난 그렇게 해서 받은 것만큼 어김없이 상대방을 사랑할 거야"
"지극히 불합리한 이야기 같은데"
"하지만 나로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겟지만" 하고 미도리는 내 어깨 위에서 살래살래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거기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거지"
"미도리처럼 생각하는 여자앨 만난 건 처음인걸"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꽤 많아"
그녀는 손톱을 갉작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
그저 솔직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야
별로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곤 생각지도 않고 그런걸 바라고 있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정직하게 말하면 다들 농담 아니면 연기인 줄로 알거든
그래서 가끔 모든 것이 다 귀찮아져 버리지만"
村上春樹, "상실의시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