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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아들아!

서영석 |2009.05.03 13:50
조회 69 |추천 0

 

고맙다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

초등학교 6학년

6년 내내 엄마 아빠의 가슴을 졸이며 오늘은 크게 사고 치지 않고 학교에서 말썽피우지 않고 집에 돌아와 주기를 얼마나 애태웠던 날들이었는지 모르겠구나.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선생님한테 꾸중 듣고 아이들하고 다투고 급기야는 선생한테 불려가서 선생님들 하시는 말씀이 대안학교에나 보내시는 게 어떠냐고 했지

난 학교선생님한테 제가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조금 기다려주시지요 하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왔다. 학원에서는 선생님 팔을 물어뜯어 쫓겨나고 방과 후 특별 수업하는 선생님마다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한다고 허구한 날 연락이 와서 어떻게 안다니면 안 되겠냐고 하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이인데 조금만 기다려주면 잘 할 수 있는 아이 같은데 하도 주변에서 그러니 우리부부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아이가 정말로 사회 부적응 아이가 아닌가? 흔히 이야기하는 ADHD 증후가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워 결국 너를 정신과 검사를 받아보기로 하고 몇 날 몇 칠 검사하고 정신과에서 내민 수십 가지 질문에 아이도 부모도 설문시험을 받아야 했지 다행히 검사결과 큰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얼마나 안도를 했었는지 모른다.

그런 숱한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벌써 6학년이 되었구나

그러던 네가 6학년 담임선생님을 제대로 만났나보다. 알고 보니 담임선생님 자녀도 하도 책만 보고 말썽꾸러기 사고뭉치라 2년간 휴직을 하고 아이하고 씨름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엉뚱하기 그지없는 네가 아이들이 다들 어떤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인가 궁금해 할 때도 책만 보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니 같은 반 아이들이 애는 책만 봐요 하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순간 너희들은 왜 그러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힘이야 얼마나 훌륭한 일이냐며 아이를 칭찬해주었고 그제 서야 아이가 선생님을 처다 보더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더니 학급임원 선거에 나가면 1표 아니면 2표 받던 녀석이 회장이 되어서 나타났다. 우리 부부는 얼마나 감동을 하였는지 몰랐다. 회장이 되어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그렇게 환경을 만들어준 선생님한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런 아이가 어제 저녁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요즈음 나의 일이 6개월 내내 휴일도 없이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벌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생활이 엉망이다. 더구나 5월 달은 빨간 날도 많고 가정의 달인데도 하루도 같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날들이었다.

예전에는 조금 일찍 들어가면 늘 아들 녀석과 샤워를 같이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 늦게 들어가니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잠들어 있다. 그런 녀석이 어제는 연휴라 학교를 안가도 되니까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함께 12시에 샤워를 하였다. 샤워가 끝나갈 무렵 샤워부스에 서리가 차니까 유리벽에다 뭐라고 글을 쓰고 있었고 무심코 바라보던 나는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 밀려왔다.

힘내세요! 라고 써놓았다. 아들 녀석 보기에 아빠가 힘들어 보였던 모양이다. 아 어느새 이렇게 큰 것일까? 이제는 가슴 졸이며 걱정하던 사고뭉치 말썽꾸러기 선생님한테 무슨 전화를 받을까 하는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되겠구나. 엄청난 량의 독서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토해내는 아들 녀석이 서리 낀 유리벽에 써놓은 네 글자가 하도 기특하고 대견하여 팔불출같이 이렇게 적어본다.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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