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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아침. 하얀 등 위로 사뿐히 전해져오는 작은 입김. 비가 오는 소리를 들으니 참 좋아. 라는 속삭임. 응. 너와 함께 그 소리를 듣게되어 좋아. 라는 응답. 서로 마주보는 두 눈. 짧은 응시와 입맞춤. 부드러운 손길. 그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머리결. 다시 뜨거운 키스. 그녀의 하얀 속살 위로 드러나는 푸른 실핏줄. 아득한 고양이의 울음소리. 푸른 방 안의 어지러운 기운. 있는 힘껏 끌어당겨 포옹하자 더 가까이 들리는 심장이 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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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등 위로 새파랗게 이로 깨문 자국. 데칼코마니처럼 두 조각으로 나뉜 무늬가 문신을 새긴양 또렷하다. 다시 핏기가 돌 때 즈음 너의 흔적도 서서히 사라지겠지. 그 때까지 이 아픔을 참아 낼 수 있으면 좋겠어. 언젠가 다시 깨물어 달라고 하고 싶어질까? 모르겠어. 그건. 아. 지금 보니 나비 모양이다. 날아가줘.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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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 위의 날짜는 이미 지나버렸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레이던 마음도 온데 간데 없다. 바람처럼 지나가버렸고 안개처럼 사라졌다. 거 참. 피식 웃음이 났다. 유치해서 유치원을 나왔다는 몹쓸 개그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녀를 만날 때 나는 유치원생이었다. 나는 백합반 22번. 그녀는 개나리반 21번. 반은 달랐지만 우리는 매일 만났다. 복도에서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위에서 철쭉이 가득 찬 꽃밭에서. 지금도 돌이켜 보면 함께 소꿉놀이를 하지 못한게 아쉽기만 하다. 에헴. 여보. 나 왔어요. 호호. 당신. 식사 하세요. 우리 앞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자. 뽀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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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과 같은 날이라고 의심 될 만큼 그 날도 똑같이 비가 내렸다. 그만 만나자. 그래. 잘 지내. 알았어. 응. 서로 나눈 몇 마디의 말들은 빗방울 사이를 지날나갈 수 있을만큼 짧았다. 빗줄기가 금새 굵어졌다. 등을 돌리며 우산을 펼치는데 우습게도 우산의 모서리 철사 끝이 얇은 천을 뚫고 튀어나왔다. 기하학적으로 평행사변형의 검정 우산을 드는둥마는둥 거리로 뛰어나왔다. 얼굴이 붉어진 체 한참을 뛰었다. 아니, 그건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었다. 가슴이 요동 쳤다. 함께 빗소리에 잠이 깰 사람이 없다는 것보다 지금 나 혼자 빗방울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났다. 우산을 내동댕이 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더 많이 내렸다. 한참을 뛰어가다 멈춰섰다. 지나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나를 힐끗 쳐다보고 피했다. 대신 내 눈동자에선 뜨거운 비가 흘러 내렸다.